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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나이프
게시물ID : panic_871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열쇠JSY
추천 : 12
조회수 : 165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4/06 22: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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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동―딩동―댕동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실 상단에 달린 작은 스피커를 향해 울린다.

떠들썩 하게 돌아다니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들 자리로 돌아가거나 향한다.

사영은 후다닥 보던 만화책을 책상서랍에 집어 넣고 다음 과목인 수학책을 올려 놓는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다. 방금 종이 울렸는데.


수학 쌤은 항상 늦게 오니까. 게다가 화장실은 바로 앞이다. 괜찮을거야. 

재빠르게 다녀오면 충분히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다 판단했다.

후다닥 일어나 뒷문으로 달려가 미닫이 문을 열고 바로 앞에 있는 여자 화장실로 뛰어든다.

후다닥, 두 번째 화장실로 뛰어들고 치마를 올린 후 속옷을 내려 참았던 볼일을 본다.

시원하게 볼일을 본 후 왠지 안심이 들어 휴, 하고 짧은 숨을 내 쉰다.

옆에 걸린 화장지를 뜯어 마무리를 하려 하는 순간, 흠칫.


이상하다.

시선이 느껴진다.


사영은 순간 휴지를 뜯어 접어 쥐고 쪼그려 앉은채로 굳어버린다.



어디서, 어디서 느껴지는 거지? 누가 날 보는거지? 



지금은 밝은 대낮의 학교이다.

게다가 문을 열고 여섯발자국만 뛰어서 나가면 바로 삼사십명의 반 친구들이 있는 문이 앞에있다. 

누가 또 자신같이 수업시간 직전 화장실이 급해 나온걸까.

아니면 이제 막 화장실을 나가려는 움직임 인가.

그렇지만 그게 그녀가 느껴지는 시선의 답은 아니다.

인기척은 없다. 그녀가 들어온 후 다른 누군가가 들어온 인기척은 없었다.



그렇다면 먼저 누군가가 들어와 있었어야 한다는 건데, 후다닥 들어오느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정신 없는 와중에 봤을 때도 화장실에 누군가 있다고는 생각 안했다.

그래, 미처  보지 못했던 누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나가는 발자국 소리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면 되는게 아닌가.

모든 상황을 봤을 때, 온 몸에 돋아난 소름의 원인인 시선의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에이 씨발!”



사영은 순식간에 속옷을 올리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 문을 쾅 열고 나간다.

시선이 느껴졌던 것은 오른쪽. 찝찝함을 그대로 가지고 가느니 확인하는게 낫다.

운동화를 신은 발로 화장실문을 뻥 찬다.

쾅!



“나와! 개,새끼야!”



욕설을 내 뱉으며 사영은 문을 걷어찬다.



콰당!


잠긴 줄 알았던 문이 힘없이 힘 없이 그녀의 발에 밀리며 열린다.

텅 비었다. 그녀가 걷어 찬 화장실 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이상하다. 알 수 없는 싸한 느낌이 등허리를 타고 올라온다.

사영은 고개를 휙 돌려 화장실을 돌아본다. 모든 칸이 열려있다. 어느 칸도 잠긴 곳은 없었다. 그녀 뿐이었다.

착각인가? 괜히 혼자서 느끼는 공포심?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학교의 화장실 괴담이라던가, 화장실 귀신등등의 소문들.

그래서 이유없이 화장실만 가면 쓸데없이 움츠러드는 그런 종류의 공포.

쓸데 없이 예민 했던 것일까. 사영은 소름 돋은 팔을 쓸어 내리며 화장실을 나온다.

그리고는 뒷문을 열어 교실로 들어가려 했다.


“어?”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왜, 열리지가 않지?



당황한 사영은 문 옆 교실 창문 쪽으로 간다. 

창문을 두드려 반 친구들에게 뒷 문좀 열어달라고 말 할 샘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짜증 섞인 손짓으로 톡톡 두드리며 교실 안을 쳐다본다. 순간.

무언가 이상한 이질감을 느낀다.


너무나 고요하다.

아무것도. 소음 한마디 들리지 않는 복도.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 막 종이 쳤을 뿐인데 어째서 돌아다니는 선생님 마저 없단 말인가.

사영은 이상한 예감에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왼쪽으로 스윽, 오른쪽으로 스윽.

태엽이 끊긴 인형처럼 어색한 목놀림으로 사영은 제자리로 돌아와 창문을 통해 교실 안을 바라본다.


아무도 없다.

화장실에서 보낸 시간은 길어봐야 삼 사분.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무슨 벌어졌다하더라도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순식간에 교실안의 모든 사람들이 이 삼분안에 단 한명도 없이 사라진다는게 말이 된 단 말인가?

 단 한명도 없다. 복도에서 창밖에서 들여다 본 교실 안엔 단 한명의 사람도 없이 텅텅빈 책상과 걸상들 뿐이다.



“누, 누구 없어요?!”



사영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비명같은 외침을 지른다.

창문에서 벗어나 뒷걸음질을 자박, 자박, 쓰러질 듯 위태위태하게 치다 다시 사방을 둘러본다. 

변한건 없다.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다.

사람은 애초에 이 공간에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고요하기만 하다.


아무도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길게 뻗은 복도와 교실들은 모두 텅텅 비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고요하기만 하다.

불과 몇분전 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재잘거리던 그녀와 같은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던 이 공간이.


“거, 거기 누구 있나요?”


그때.

어디선가 억눌린 듯 한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목소리다. 그녀와 같이 당황하고 겁에 질린 듯 한 목소리. 어디지? 어디야.

어디에서 들려 오는 거야. 사영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있어요! 있다고요! 어딨어요? 나는 삼층에 있어요! 삼층 2학년 7반 교실 앞에

. 화장실 있는 복도. 화장실 옆에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그 쪽 복도. 당신은?”


“나, 나는 이층에 있어요! 1학년 5반 교실 앞 쪽. 그, 그쪽도 아무도 없나요?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져 버렸어요! 아무도, 아무도 없어요!”



이럴 수가.

꿈이 아니란 말인가.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 버린거지?



사영은 후들거리는 팔과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계단쪽을 향해 걸어갔다.



“오, 올라와요! 일단. 이쪽도 아무도 없어요! 화장실을 갔다 나오니까 갑자기 사라졌어요!”

“지금 올라가고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가 가까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내려가는 계단 쪽으로 다가섰던 만큼 아래층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도 서둘러 삼층을 향해 왔었던거다.

사영이 계단에 막 발을 딛자 얼굴이 하얗게 굳은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지, 진짜 사람이네요! 지금 이 학교 건물에 우리 밖에 없는 걸까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님 사층에도 이런 건가? 모르겠어! 모르겠어요! 왜 이런 일이….”


남자는 사영의 모습을 보자마자 반가움 반, 그리고 불안한 반이 섞인 얼굴로 말을 내 뱉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상황에서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에 사영은 반색을 하며 그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그러다 주춤 하고, 뒤로 물러 선다.



“뒤, 뒤에 그 꼬마여자 아이는 누구…? 동생?”



남 학생의 모습 뒤로 열 계단 정도 떨어진 곳에 여자 꼬마 아이가 있었다.

핑크색 리본으로 머리를 하나로 묶어 올린 귀엽고 앙증맞은 여자 아이. 

여섯 살에서 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예쁘게 생긴 아이는 이상하리만치 차가운 무표정으로 그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커다랗고 까만눈. 빨려들것 같은 블랙홀 같이 공허 한.



“네? 무슨…여자 아이요?”


그가 당황해 뒤를 돌아봤다.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보는 그의 뒤로 어느새 아이는 아장 아장 올라와 그에게 가까이 와 있었다. 

세걸음 정도 남아있는 거리.


“꼬마야, 여긴 어떻게 왔어? 길 잃었어? 이리와. 오빠랑 같이 다니자.”



남자 아이는 앙증맞고 어린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작은 다리로 아장 아장 올라오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위태로워 보였는지 미소까지 지으며.

방금 전까지 무섭다고 덜덜 떨던 주제에. 사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여자 아이는 손을 내미는 남자의 손을 한손으로 잡고 그와의 사이에 있던 계단 한 개를 마저 올라간다. 

장하다는 듯이 그가 여자아이를 안아 올린다.


“아이고 잘 올라오네. 나머지는 오빠가 안아서 올라가 줄게. 사층으로 한번 우리 올라가 보죠. 누가 또 있는지.”


번쩍 그가 꼬마 여자아이를 안아올리고서는 뒤돌아 본다.

그리고 사영을 향해 사층으로 가보자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나서 그를 바라보는 사영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왜, 왜, 그렇게 날 봐요? 꼭 무서운 것을 본 것처….”

“아, 아, 아, 아, 아이, 아이가!”


남자의 품에 안긴 꼬마 여자 아이는 표정 변화 없이 한 손에 언제 들려있는지도 몰랐던 나이프를 들어올렸다. 

그 순간이 사영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버벅거리며 사영이 손가락으로 아이를 가르키는 동시에 아이는 거침없이 남자의 심장으로 나이프를 꽂아넣었다.


푹.



“커, 커억!”



정확하게 심장을 노려 찌른듯 남자는 그대로 꼬꾸라지며 쓰러졌다.

그런 남자의 품에서 날쌔게 폴짝 하고 뛰쳐 나온 여자 아이.

방금 전 아무렇지도 않게 심장에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편안한 얼굴이었다.



“으, 으, 으아아….”



사영은 순간 겁에 질려 뒷걸음 질을 쳤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패닉 상태에 빠져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덜덜 떨며 뒷 걸음질 만 치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는 거지?

저 아이는, 어째서 저 남자앨 죽인거야. 아니 아무렇지도 않은 저 표정은 또 뭐고.

이젠 나를, 나를 죽일 건가?


“오, 오지마!”



서영은 공포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아이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2



꼬마 여자아이는 사영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찔러 죽인 소년을 물끄러미 내려다 볼 뿐이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 한 그 소녀답지 않은 공허한 눈빛이 왠지 모르게 공포를 넘어서 처연한 무언가가 비춰지는 듯 했다.

뭘까. 저게 과연 저 나이대의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눈빛일까?

사영은 주춤거리며 아이에게서 한발자국 더 물러난다. 조금이라도 그 자그마한 생명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두려움이 강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벗어나야 한다는 두려움과는 달리 꼬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선을 고정시킨 채 한걸음 한걸음 물러서는 그녀에게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 눈빛이 너무나도 공허하고 아무것도 담지 않은 것 같이 텅 비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


아이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움직임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가만히 왼팔을 들어 그녀의 뒤를 가리킨다.

그 고요할 만큼의 가리킴은 정적을 닮아있었다. 아이의 고요한 눈빛만큼이나.

뭐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야.


“무, 무슨.”


그러나 아이는 대답도 하지 않고 방금 전까지 자신을 안아 올렸던 남학생의 주검을 내려다본다.

연민, 그리고 알 수 없는 지리멸렬함. 그것이 아이의 얼굴에 그늘진다.

그리고는 이내 돌아선다. 모든 볼일이 끝났다는 듯 터벅터벅 작은 몸뚱이에 어울리지 않는 많은 것이 담긴 뒷모습으로 걸어간다.


“뭐야! 뭐가 온다는 거야!”


사영은 돌아서 가는 아이에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외친다.

그러나 아이는 대답 없이 그저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듯 계단을 내려가 사라졌다.

뭐지, 도대체 뭐가 온다는 거야. 사영은 아이가 가리켰던 방향이 갑자기 의식되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살기. 등골이 쭈뼛해지는 느낌에 휙 돌아본다.


반짝.

나이프다.


복도의 창문으로 들어온 빛에 반사된 빛에 나이프가 반짝 빛나 사영의 시선을 쏜다.



뭐지? 누가 서 있다.

잠시 눈살을 찌푸린 사영은 곧 시선이 돌아옴에 앞을 주시한다.

꼬마아이다. 남자 아이. 자신의 반 정도밖에 안 오는 어린 남자 아이. 

새까만 머리에 방금 전 남학생을 찌른 그 아이와 같은 공허한 눈을 한 남자 아이가 나이프를 들고 서 있었다.


“꼬, 꼬마?”



남자 아이. 까만 어둠을 품은 깊고 깊은 어둠. 그것을 담은 남자 아이.

한걸음, 한걸음 사영에게 다가온다. 나이프를 쥔 남자 아이가 그녀에게로 발걸음을 움직인다. 분명한 살기.



죽는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죽어.



방금 전 여자아이에게 찔려 죽은 저 남학생처럼 싸늘하게 식어 바닥에 나뒹구게 된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죽음에의 공포.


뛰기 시작했다. 탁, 탁, 타다다닥.

복도를 가로질러 뛰기 시작하며 뒤를 돌아본다.


다가오고 있다. 아이는 무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쫒아 뛰어오고 있다.

그 작은 다리로 절대로 그녀보다 속도가 빠를 리 없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쫒아오고 있다.



이대로는 끝이 없어. 잡히면 저 나이프에 찔려 죽을지도 몰라.

언젠가는 체력이 고갈되면 대치할 수밖에 없어.

 어쩌서야.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이게 말이 돼?

 어째서,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거야!

누군가 도와줘! 살려달라고!


사영은 죽을힘을 다 해 그녀를 위협하는 죽음으로부터 뛰고 또 뛴다.

벗어나고 싶어. 이 이상한 상황으로부터. 왜 평범한 나날을 살고 있는 내게.

난 그저 화장실이 급했을 뿐이라고.


날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아무도 없는 거야?

방금 전의 그 많던 사람들은 도대체 다 어디간거야. 왜, 아무도 없는 거야!

날 구해줄 사람은 왜 단 한명도 없는 거야. 난 왜 이 복도를 뛰고 있는 거야!



“헉, 헉, 허억,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어느새 복도 끝까지 달려왔다. 

아직도 꼬마는 꾸준히 그녀의 뒤를 쫒아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서 도망가자!

조금 전 남자학생이 계단으로 올라왔던 것을 떠 올리며 사영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층엔, 이층엔 그 여자아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

적어도 안전할지는 몰라.

타다다닥. 계단을 재빠르게 내려간다. 이층의 복도가 보인다.

쿵!

마지막 계단까지 내려와 이층 복도로 내려가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무언가 그녀를 막는다.


“이익! 왜 이런 거야!”


쿵!

다시 한 번 몸을 부딪쳐 보지만 여전히 무언가에 가로막히듯 내려갈 수가 없다.

내려갈 수 없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사영은 뒤를 돌아본다.

아이가, 아이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잡힌다!


이대로는 잡히고 말거야.

그렇게 되면 찔려 죽을 거야. 죽고말거야!

그럴 순 없어. 이유도 원인도 알지 못하고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왜 내가 죽어야 해!


“웃기지 말라고!”


비명처럼 내 지른 사영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꼬마 아이를 노려본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

왜 내가 도망만 치고 있는 거지?

왜 나만 죽임당할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상대방이 나를 죽이려고 해.

그렇다면 내가 먼저 공격해서 죽여 버리는 수도 있는 거잖아.

생각해 봐. 나는 저 아이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많아. 당연히 완력도 쎄고 강할 거라고.

남자라고는 하지만 상대방은 기껏해야 예닐곱 살 정도라고.

나보다 저 아이가 유리한 점은?


무기. 무기다.


그래 저 나이프. 

나를 찔러 죽일 수 있는 저 도구 하나를 빼고는 무엇하나 나보다 강할게 없는 꼬마 아이일 뿐이잖아.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건?


무기, 무기다! 나도 저 아이가 가진 나이프에 맞설 무기가 필요해.

어디서, 어디서 구할 수 있지? 그래, 학교에 있는 무기로 사용할 도구라면 대걸레나 빗자루 같은 거.

 그게 있는 곳은? 교실의 청소함!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사영은 교실에 뛰어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집중하게 되었다.


교실로, 교실로 가야 해. 어느덧 꼬마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드르륵! 콰당!


생각에 집중하고 결심을 하자마자 어느새 그녀는 교실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그녀가 아무리 들어가려 해도 열리지 않았던 교실 문이,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막혔던 이층이 순식간에 그녀를 받아들인다.

이층 교실에 뛰어든 그녀는 문을 열고 청소함으로 질주 한다.


문을 열고 빗자루를 잡으려던 그녀는 빗자루가 아닌 쇠로 만든 쓰레받이를 집어 든다.

그래, 이게 훨씬 적합하다. 쇠로 만들어져있고 면적이 넓다. 게다가 쓰레기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사뭇 날카로워 공격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게다가 대걸레에 대해 가볍고 빗자루에 비해 쇠로 되어 공격력이 강하다.


이거다, 이거로 저 아이를 공격하는 거야!



막 생각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아이가 어디쯤 왔나 확인 한 순간 교실 문 안으로 들어와 그녀에게 뛰어드는 남자 아이가 보인다.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던 아이의 눈에 무엇인가가 비춰져 있다.

그래.

그것은 죽임 당할지도 모르는 공포심이었다.

조금함과 공포. 분명 그것이었다.

사영은 남자아이의 눈에서 그 감정을 읽어낸 순간 자신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살 수 있다.

살 수 있어! 이길 수 있어! 저 아이를 죽일 수 있어!



안거야, 저 꼬마는. 내가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을 안거야.

그래서 지금 공포에 질린 거야. 자신이 죽임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길 수 있어. 살아남는 쪽은 내 쪽이야!


“죽어!!!!!!!!!!!!!!!!!”



이상하게 조금 전 까지 느껴졌던 공포심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고함을 지르며 사영은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아이가 든 나이프 따위 이제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퍼억!

쇠로 된 날카로운 부분으로 아이의 머리를 내리쳤다.


푸직, 고깃덩이를 파고드는 감촉이 쓰레받이를 든 사영의 손을 타고 전해져왔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주춤하는 순간 언제 저 손에 들린 나이프가 자신을 공격할지 모른다. 

아이가 머리를 공격당해 주춤하는 순간 다시 한 번 넓은 면을 휘둘러 힘껏 아이를 내리쳤다. 와장 창창!

강한 힘으로 휘둘러 치자 아이의 몸은 뒤로 밀려나 책걸상 쪽으로 밀려 나동그라졌다.

그녀를 도우기라도 하듯 책상이 아이의 몸으로 넘어졌다.

아이는 바동거린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책상을 치우려 하고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생각한 사영은 달려들어 그대로 다시 날카로운 면으로 아이의 머리를 찍어 내린다.



콰직!


날카로운 면이 사정없이 아이의 머리두피를 파고든다.

몇 차례 쉴 새 없이 내리치자 아이의 저항의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인다.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사영은 계속해서 남자 아이를 내리 쳤다.


콰직, 으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머리통이 으깨진 남자 아이는 이미 힘없이 늘어져 싸늘한 주검이 되 있었다. 

피투성이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책상에 눌려 교실 바닥에 피를 낭자하게 흘리고 누워있다.


살아남았다. 그녀가 이긴 거다.

그녀는 그 남학생처럼 죽임 당하지 않았다.

나이프를 든 저 꼬마로부터 살아남았다.


「딩동-댕동-딩동-댕동」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영의 귀에 종소리가 들린다.

분명, 그녀가 화장실 가기 전에 들었던 수업 종을 알리는 종소리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교실 위 조그마한 스피커에서 울리는 그 알림 종소리다.


“끝났어.….”


털썩,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사영은 털썩 주저앉았다.

후 하고 긴 숨을 내 뱉는다.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

긴장이 풀려서 일까.

그때였다.

어느새 시끌벅적 해진 주변을 느낀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서둘러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앉기 시작하는 모습들이 사영의 눈에 들어온다.


“야, 책상이 넘어져 있잖아. 이거 왜 이래. 일으켜 봐.”



누군가 넘어진 책상을 보고 외친다.

방금 전까지 그 남자아이가 깔려있던 책상이었다.

흠칫, 하고 그쪽을 바라본다.

그러나 아이의 시체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시 아이들이 돌아와 수업 종을 울리고 자리로 돌아가는 평범한 일상.

그녀는 이상한 일에 휘말렸지만 살아남았고 돌아온 것이다.


“돌아가자.”


그러고 보니 그녀의 교실이 아니다.

사영의 교실은 삼층이었다. 일어나 터벅터벅 걸어간다.

자신의 교실로 돌아가 평소처럼 수업준비를 하고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하교시간이 되면 돌아가면 되는 거다.

막 교실 뒷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사영은 이상한 위화감을 느낀다.




언제부터 교실 문의 위치가 이렇게 높았지?

이상한 기분에 서서히 고개를 돌린다.

흔하게 반마다 있는 교실 뒤편, 뒷문 바로 옆에 달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진다.

거울에 비춰진 사영은 교복을 입은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이어야 할 텐데.

꼬마가 된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뭐, 뭐야!”



화들짝 놀라 교실 문을 열고 서둘러 복도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러고 나서 서둘러 사방을 둘러본다.

그때 멀리 떨어진 교실에서 누군가 뛰쳐나온다.

남학생이다.


“아, 화장실! 시발, 꼭 수업 전에 마렵고 지랄이야!”



남학생 하나가 화장실로 뛰어든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재잘대던 교실과 복도가 조용해진다.

순식간에 텅 빈 복도와 교실. 사영은 황급히 자신이 방금 나온 교실을 들여다본다.

텅 비었다.

아무도 없다.


-살고 싶어? 그럼 죽여. 그게 네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조금 전 네가 그랬듯.



그때 머릿속으로 누구인지 모르는 목소리가 흘러 들어온다.


이상한 느낌에 사방을 휙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그러다 순간 이상한 기분에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날카롭게 빛나는 은색의 나이프가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투덜거리며 화장실에서 남학생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 엇?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아무도 없어?”


당황한 남학생의 목소리.

그때, 사영은 깨닫는다. 그리고 그에게 서서히 다가서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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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은 결말부분만 빼고 거의 제꿈 표절입니다.

저때 정말 무서웠는데.. 남자 아이 머리를 퍽퍽퍽 쓰레받이로 내리칠때느낌이 ㄷㄷㄷ

아아.. 공포소설 잘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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