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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뜯겼던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51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진이
추천 : 1
조회수 : 52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4/19 0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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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한마디가 있다.
"뒤져서 나오면 10원당 백대."

도시전설과도 같던 그 한마디를 들어본적이 한번 있었다.

때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3학년.
이팔청춘의 시기를 보내며 인문계 고등학교 커트라인에 약간 못미치는 내신을 가지고있던 나는 동네에서 족집게로 유명한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밤늦은 시각까지 학원에 갇혀있던 나는 야자를 미리 겪어보는 것이라 생각하며 나름 즐겁게 공부하고 있었다.

11시에 끝나고 학원을 나온 6명의 무리들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으레 하던 것처럼 어떻게 하면 멋있고 깔끔하게 침을 뱉을수 있는지 토론하면서 공원을 지나던 중이었다.
그 공원에는 가로등이 몇개 없어서 어두침침했는데 그날은 어둡다 못해 침울하게 느껴졌다.
분명 앞을 보며 가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나타난 한명의 고등학생이 있었다.
껄렁껄렁 출현한 그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있었고 우리들은 벙쪄있던 상태였다.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야.'

"네?"

'눈 깔어'

어이가 없었다.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하는 말이 눈을 깔으라니 그 상황이 너무나도 어이없고 화가나서 시선을 아래로 두었다.

엄청난 포스에 당황한 우리는 이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6:1이면 해볼만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다시 치켜뜨며 저항하려 했다.
그때였다.

나무뒤에서,
덤불속에서,
정자안에서,
그림자에서,
철봉뒤에서 무언가 스르륵 움직였다.

그의 일행들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심연에서 나타난 한무리의 다크템플러같았다.

'아 씨.. 샤쿠러스의 개자식들같으니..'

얼핏봐도 열댓명은 족히 되어보였다.

그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야. 따라와."

압도적인 공기에 순순히 우리들은 공원의 구석진곳을 향했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가면서 조선시대때 길가던 행인들이 산적떼를 만났을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생각했다.

그 무리들중 키가 나의 어깨쯤 오는 녀석이 말했다.

"아가들. 순순히 말로할때 가진 돈 다 꺼내라"

누가 아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주섬주섬 주머니속을 살피며 돈을 모두 모았다.
잠바주머니, 바지주머니, 엉덩주머니를 다 뒤져서 나온 돈은 총합 1300원.

그렇다. 우리들은 학원이 끝나고 분식집에서 닭꼬치를 겁나게 뜯었기에 짤랑이 몇개뿐이었던 것이다.

그네들도 어이가 없던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야. 니들 이거밖에 없냐 진짜?"

"안되겠다. 야, 뒤져."

"뒤져서 나오면 10원당 백대다 XX"

그들은 우리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
셔츠주머니, 바지주머니속 조그마한 주머니 심지어는 양말에도 숨겨놓았을까봐 양말까지 열어보았다.

"찾았다!"

산에서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의 외침처럼 친구를 더듬던 그녀석이 말했다.
신발속에 숨겨둔 10원을 찾은것이다.

"야. 이건 뭐냐?"

'그거 발냄새 제거용인데요'

그녀석들은 소리를 지르며 소스라치게 10원을 던졌다.

정말 우리들에게 짜낼 한방울의 국물도 없는것을 확인한 그녀석들은 그만 가려고 했다.

그때 한녀석이 친구의 패딩을 보며 말했다.

"야."

'네?'

"벗어."

그새끼는 친구가 입었던 패딩을 입더니 좋다며 지가 입는다고 했다.
우리들의 최대 피해자는 그친구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석들은 다시 사라졌고 우리들은 허탈해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처음 당해보는 금품갈취에 어버버하며 당했던게 뒤늦게 분했다.

다음날부터 그 공원에는 경찰들이 순찰을 돌게 되었고 가로등이 몇개 세워졌다.
이전부터 너무 어둡다는 민원이 종종 들어갔었지만 무시되던 것이 이번 일로 세워진 것이다.

며칠이 지나고 소식이 들렸다.

"야 걔네들 잡혔대."

그녀석들이 잡힌것이다.
우리들중 패딩을 빼앗긴 친구 형이 소위 잘 놀던 형이었고, 주변 친구들을 통해 수소문해서 패딩을 입고있던 그새끼를 잡은 것이다.
그 무리들은 경찰에 넘어가게 되었고 이전부터 문제가 많았던 녀석들이라 강제전학을 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그깟 1300원때문에 강제전학가네 쓰레기같은 놈들' 하고 생각하며 통쾌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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