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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생각하는대로 : 그녀의 거래
게시물ID : panic_874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18
조회수 : 2491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4/25 11: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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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대로.jpg
 
 생각하는 대로 : 그녀의 거래


이유는 모르겠다. 자신을 악마라 칭한 이가 다가와 소원을 들어줄테니, 죽은 후의 내 영혼을 달라고 했다. 나는 무엇을 말할까 고민하다 이거다 싶어 물었다.

 

"내 소원을 3개로 늘려주는 게 소원! 되죠?"

 

물론 악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거는 반칙! 애초에 인간 하나당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은 무조건 하나!"

 

단호하다. 그는 다음의 말도 덧붙였다.

 

"요즘 너 같은 애들이 한 둘이 아니라 최근에 규정이 바뀌었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만약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 악마가 아닌 나라면... 그러면 혹시 지금 저 악마 놈이 말한 규정을 살짝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불법 아닌 편법으로 말이다.

그런 생각에 난 지체 없이 물었다.

 

"좋아! 그럼! 내 소원은 뭐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거야!"

 

악마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놈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젠장! 꼼수를 피했더니 외통수군... 빌어먹을... 공무원 같은 소원기획부 새끼들 지들은 현장에 안 나온다고 항상 일을 허술하게 한단 말이야. 어휴!"

 

"안되는 건 아닌 모양이군! 좋아! 어서 그 능력을 줘! 빨리!"

 

"후회하지 않겠어? 큰 힘은 그만큼의 책임이 뒤 따른다."

 

"시끄러워! 어서 그 능력이나 내게 주고 이야기하라고..."

"시말서를 쓰게 생겼군... 좋아 어쩔 수 없지 계약이니까! 대신 세상이 멸망한다던가 우리 악마들을 죽이겠다거나 또는 영원히 산다던가 하는 건 안돼! 뭐든 리미트가 있어야 하니까! 자 이제 능력을 주었어 하지만 말야! 항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악마가 사라졌다.

시험 삼아 악마가 지저분한 똥통에 나자빠지는 것을 상상한 것 뿐이었는데...

그리곤 겨우 한 10여초나 됐을까? 역겨운 구더기와 냄새나는 똥물을 뒤집어 쓴 악마가 씩씩 대며 다시 나타났다.

 

"너 이 녀석! 감히!!!"

 

몹시 화가 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뒤의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다시 한 번 그를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더러운 재래식 화장실] 그 구덩이 아래 던져 넣는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화가 나 떠들던 그의 입 안 가득 그 오물이 채워지는 것 까지 말이다.

나의 힘이 두려웠을까? 악마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두고 보자!' 딱 그 한 마디만 남긴 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생각만 하면 모두 얻을 수 있었으니까! [돈이 있으라!] 생각하니 돈이 생겼고, [잘생기고 멋진 남자와의 사랑]을 떠올리니, 어디선가 배우처럼 멋들어진 남자가 다가와 내게 사랑을 고백했다.

 

아버지를 위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차를 선물해 드렸고,

어머니를 위해 상상속의 가장 완벽한 집을 선물해 드렸다.

 

철학자 니체가 그랬던가?

 

[신은 죽었다.]

 

아니 틀렸다.

신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나다.

나는 마치 이 세상의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힘든 하루...

상상하는 것만으로 지친 내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을 때, 마냥 행복한 표정의 엄마가 다가와 웃으며 말씀하셨다.

 

"잘 때 팔 다리 내 놓고 자지마! 감기 걸려, 그리고 그래 내 놓으면 귀신이 와서 이불 밖으로 빠져나간 거 다 잘라간다!"

 

아니라고, 그런 일은 없다고... 하다 못 해 [팔다리가 잘려나가도 난 죽지 않는다.]라도 떠올리려 애써봤지만 생각은 이미 떠올랐고,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수습을 위한 나의 마지막 생각은 어쩐지 잘 되지를 않는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자는 건 당연한 건데... 피가 돌지 않아서인지 머리가 멍하다.

잘려진 머리통을 따라 시선도 떼구르르구른다.

 

니체가 맞았다.

[생각하는 대로 다 이루는 자 그 생각으로 죽을것이다.]

 

고로 [신은 죽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게 죽는다는 걸까? 놀란 엄마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 했지만, 악마 그 새끼가 어느새 나타나 기쁘게 웃고 있다.

 

"야 이 계집애야! 기다리느라 혼났다. 우리 이제 시작해 볼까? 아주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 꺼다!"


악마의 손에 든 양동이 가득 똥물이 넘실댄다.


끝.

 
작가의 말

 같은 상황, 당신의 빌게 될 소원은 뭘까요?

p.s 꼬릿말을 통해 저의 다른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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