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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일기 - 1일차
게시물ID : gomin_16230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ㅎ한
추천 : 2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5/02 06:29:01
나는 술을 마시고 주사로 남들에게 크게 폐를 끼친 적도 없었고,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면서도 사회생활과 학업을 소화하는 데 큰 문제를 경험한 적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나는 내 알콜 문제를 과소평가했고 나는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은 채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술을 마셔대기 시작한 2010년 5월로부터 6년이 지났다. 그 6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던 날들을 모두 합산하면 얼추 서너 달가량이 될 것이다. 중요한 면접과 시험을 앞둔 날에도, 다음날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알바를 하던 시기에도 적어도 소주 2~3병, 또는 맥주 3000cc이나 막걸리 두 통가량의 술을 마셔댔다.


그 결과 내 체중은 6년 전에 비해 20kg 넘게 불었고 약간만 가파른 언덕만 올라도 숨이 찰 정도로 체력도 약해졌다. 점차 숙취로 고생하는 시간도 길어져, 이제는 술을 마시면 다음날 오전 일정을 소화할 수 없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겼다. 헛구역질은 일상이 됐다. '오늘은 절대 안 마셔야지'라는 결심은 오전 일과였고 그 결심을 깨트리는 것은 오후 일과였다. 


그러다 오늘 새벽 눈을 뜨자마자 뜬금없이 술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결심을 멋지게 장식할만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결심이 의미 없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특별할 것 없는 물 한 방울도 가득 찬 물 그릇을 넘치게 만들기엔 충분한 법이다.


남들에게 내뱉은 말에 대해 때때로 강박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내 성격을 고려해볼 때, 금주 일기를 써나가는 것이, 내가 음주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게끔 만드는 퍽 효과적인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내 음주문제가 그간 얼마나 심각했는지, 그리고 음주문제를 통제할 수 있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인지하기 위해 5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 한 달 간 금주일기를 써나가고자 한다. 


한 달 간 작성할 금주 일기에는 아래 항목을 기입한다.
1. 음주여부
2. 음주 욕구가 발생한 상황
 2-1.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
 2-2. 음주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통제해야할 것.
3. 술을 마셨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했을 금전 및 시간 소모 총계
4. 음주 대체 활동 탐색 경과

이번 달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5월 한 달 간, 술을 마시지 않는다.
2. 음주 욕구를 유발하는 환경을 파악하고 그것을 통제한다.
3. 해당 기간 동안, 음주를 대체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생각해보면 술을 마셔대기 시작한지 정확히 6년이 되는 날의 아침에 이같은 결심을 한 건 퍽 의미심장한 일이다. 부디 이 결심이 조령모개나 작심삼일이 되지 않길 바란다. 지난 6년 동안 4일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아본 적이 없다. 만일 한 달 간의 금주에 성공한다면, 개인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변환점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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