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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의 첫 사수 투입기.
게시물ID : military_625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8
조회수 : 15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02 21:13:11
"분대장. 비오지말입니다."
"척척하겠구만. 고가초소에 구름껴있겠지??? 뚫으러가기 좋은 날씨네."
"하!!! 저를 뭘로 보고 이러십니까??? 지금까지 한번 뚫린적 없지 말입니다!!!"
옆에 놓여있던 하이바로 머리를 콩! 하고 때려준다.
"닥쳐. 멍청아. 니가 그동안 사수를 잘만난서 안뚫린거지 니가 잘나서 안뚫린줄 아냐??? 오오냐~이 놈. 오늘 긴장타라."




이 녀석은 내가 분대장 달고 처음받은 신병이었다.
상병 꺽이기도 전에 분대장 달 일 없어져 의욕마저 꺽여버린 두 고참놈들.
종교의 힘으로 애들 좀 보듬으라니까, 그건 분대장이 할 일. 나는 하나님께 기도나 할꺼라능!!!이라며 처삐대다가 보다못한 교회목사님의 밀고로 군종짤릴뻔하고 영창피아노연주까지 할뻔한 부분대장놈.
백일휴가도 가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웃음을 잃고 살다가 그제야 겨우 농담을 주고받고 분대개편드래프트할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X병장. 나를 지목해. 나 데려가면 잘할께!!!'라길래 데려왔더니 제대로 처빠져버린, 지금은 베스트프렌트인 당시 후임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딘가가 편찮으신 종합병동 후임놈.
아예 의무실로 들어가사 돌아올 생각도 않고 TO만 잡아먹고 계시는 후임놈등...

중대그린캠프취급받던 우리 분대에...내가 상병 4호봉때 처음받은 "그나마" 정상적인 신병놈이었다. 
원래 교육짬은 상병막내가 했는데, 
마침 상병막내가 견장도 없는 부분대장되고 이제 두려운건 신 밖에 없이 행동하다가 군종짤리고 제대로 영창갈뻔한 사이비교도놈이어서 
근래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분대장 손에 키워진 신병이 되었다.

백일휴가 전까진 악마같이 갈구고 백일휴가 다녀오면 완전히 풀어버리는게 내 스타일이라 
그 큰 키에 초소에서 나한테 갈굼당하고 울고내려와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줬더니 또 감동받아 엉엉울며 소녀감성을 여지없이 드러내주셨다.

그렇게 중간에 기어들어온 자살관심병사놈이 저지르는 계속된 사건으로 
그 해 크리스마스에 나 이제 그린캠프분대장 안한다고 차라리 나를 잡아죽이시라고 땡깡부리고 
제대로 분대개편할때 
가시는 길 분대장권한으로 모포말아드리려고 당시 왕고,
그 눈빛에 다시 한번 속아주마.하고 그 후임.
신병때부터 오냐오냐 키워온 아들군번보다 더 내 새끼같은 그 후임을 데려오고 몇몇 곁다리들을 뽑고나서야 
제대로 영이 선 분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그 분대막내가 (땜빵이지만) 첫 사수를 나간다.

"전반야근무자들 A형복장에 비오니까 우의착용하시랍니다."
상황병이 내무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알려주고 간다.

보급후달리는 후방부대라 공병우의가 모두에게 지급안되고 
사수급은 공병우의, 부사수들은 판초우의가 돌아간다. 
A급부터 짬되는 순으로 개인주기해서 받았는데, 
상병막내들의 너덜너덜한 공병우의보다 짬되는 일병들의 초A급 판초우의가 훨씬 좋...기는 개뿔이.
내 다시 그 군용판초우의 또 입으라고 하면 그 말 한놈 귓방맹이를 날려버릴거임. 

사하라사막에서 10년을 일광건조해도 빠지지않을 그 눅눅함. 
비린내가 아니고 구린내도 아닌 그 정체불명의 냄새.
보급계 사수의 사수의 사수의 사수때부터 교체해달라고 했는데 여전히 교체가 안되어 
막내이등병들의 판초우의는 그냥 개인지급만 되어있고 멀쩡한걸 돌려쓰는 수준이었다.

A급은 말할것도 없고 C급 취급받을 정도로 좀 많이 헐었어도 덜 눅눅하고 착용하기편하고 간지까지나는 공병우의를 모두가 선호했는데,
일병짬에 받을수 없는 공병우의였지만, 그래도 땜빵이나마 사수로 나가게 되면 병장급고참들이 사수가 간지가 나야지.라며 자기 공병우의를 내주곤 했다. (쓰고나서 안말려놓으면 지옥불을 보게 되지만.)

일병달자마자 땜빵사수로 나갔던 잘풀린 군번이었던 나와는 달리, 
어째 꼬이고꼬여 일병꺽이고서야 겨우 땜빵사수로 전반야에 투입하게 된 이놈은,
그 긴긴 부사수생활의 대부분을 쳐빠진 경계근무의 대명사인 나와 주로 다녔던 관계로 소대고참 대부분에게 찍혀있었다.
답답해서 내가 한다. 주의인 나인지라 이론만 갈쳐주고 실기는 내가 다해버리고,
짬안되는 사수일때는 상황병 위병조장으로 도망다니다가 짬되는 사수 될때부터 이 놈이 내 고정부사수가 되어,
왕고의 근무를 다니게 되어 더욱 빠져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워낙에 나한테는 잘하는 애라 이 녀석이 첫 사수를 나간다는게 뿌듯해,
나를 버리고 휴가 나간 동기놈의 관물대에서 우의를 꺼내서 니 입으라. 고 꺼내준다.
다른 상병급 사수들이 감히 일병놈에게 A급이라니!!!! 소대 이래 돌아가도 됩니까!!!!라며 난리를 치려하자 
PX에 데려가 뭘 좀 맥이니 제가 X병장 사랑하고 평생 충성을 다짐했음을 잠시 잊었노라며 
그깟 우의 A급이든 B급이든 결국 비샐건데 뭐 어떻습니까!!!라며 즐거워한다.

...아냐. A급은 안새...나도 B급 입어봤잖아...A급은 진짜 안새...멍청이들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고소짭짜름한 비엔나소시지의 인공적인 육즙과 함께 꼴깍 넘겨버린다.




"야임마. 누가 투입 전에 담배피래?"
전반야근무자들이 행정반 앞에 모이고, 
소대에서 경계나가는 최고참이고 당직부사관마저 후임이라, 벤치의 빗방울 손으로 스윽 훑어내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자니
당직사관이 나와서 뭐라 한다. 
씨익웃으며 같이 한대하시지말입니다.라며, 당직부사관이 한대 하라고 준 담배갑에서 한대 빼드리니 어흠. 하며 받아든다.

비 계속 오겠지? 구름보니까 후반야때는 슬슬 고정초로 전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귀찮은데...통신병이 귀찮지 소대장님이 귀찮으십니까ㅋㅋㅋ...
엎드려. 죄송합니다.

이렇게 둘이 만담을 하며 근무자명단과 대기중인 인원들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하던 당직사관이 우리 소대에서 멈칫한다.

"어? 야. C일병. 니가 왜 사수자리에 서있어ㅋㅋㅋㅋㅋㅋ"
"일병 C.C.C. 오늘 첫 사수투입입니다."
"오마이갓ㅋㅋㅋㅋㅋㅋ 야 쟤 분대장 누구냐????"
"접니다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너네 소대 빵빵 뚫리겠다ㅋㅋㅋㅋㅋㅋㅋ"
"에이~ 당직사관님 소대만 하겠습니까ㅋㅋㅋㅋㅋㅋ 저번에 본부간부순찰에 뚫려서 분대장들이랑 군장돌지않았습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
"엎드려."
"죄송합니다."
"당직사관님. 투입시간입니다. 탄약고개방해주십쇼."
"ㅇㅋ. 각소대 선임사수들 들어와."

그리고 첫 사수근무를 나가는 그 후임은, 
첫 근무나가는 신병마냥 암구어 초병수칙 초소브리핑 등등을 숙지하고 있나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투입되었다.




"비가 거세지는데?"
대기초에서 부사수랑 몰래 들고온(...) 과자를 까먹고있자니 대기초지붕으로 전해지는 빗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무너지지않겠습니까? 저번 달에 옆소대 대기초 눈에 무너지지않았습니까?"
"우리꺼는 졸라 튼튼해서 갠춘해. 무너질까봐 걱정인건 너그 일이등병을 군기지."
"저는 잘하지말입니다."
"니가 제일 걱정이여. 너는 관상학적으로다가 반역의 상이야. 소대 한번 엎어버릴 놈이여. 부탁이니 형 나가고 사고쳐라."

그때, 대기초에 있는 TA가 드르르르륵 울린다.
부사수가 받으려는거 걍 앉아있어라 라며, 손을 뻗어 통신보안하며 받아보니 점령초소에 있는 상병놈이다.

"아. 분대장. 안주무십니까?"
"니들 뚫릴까겁나 걱정되서 잠이 안오네. 어쩐일이신가?"
"XX번 진지쪽으로 나오셔야겠는데 말입니다?"
"미친...이 빗속에 왜?"
"C일병이 아까 순찰로타고 올라가다가 자빠져서 탄빠졌답니다. 어두워서 못 찾고 있습니다."

갈굼.군장.영창.전역연기.

지근거리에서 쏘지않는 이상 위협적이지도 않는 공포탄이라 안심해도 좋겠지만,
그러면 대한육군이 아니지-_-ㅋ 

얼마 전 초소에서 실수로 공포탄 쏴버린 다른 중대아저씨가 영창가는걸 본터라 
딱 2년 730일만 군생활하려는 나의 최대목표가 날아갈 위기에 처하자 번개같이 몸이 마구 반응한다.

미친 ㅆㅂㄹ!!!!! 이라며 대기초를 뛰어나와 XX번 진지쪽으로 가니,
빗물인지 눈물인지 C일병놈 얼굴이 물범벅이 되어있었다.
부사수인 이등병놈이야 말할것도 없다.
갈궈봐야 안그래도 머릿속이 하얗게 된 놈. 더 어리버리탈까봐 갈구지도 못하고,

발움직이지마!!! 탄 진흙에 파뭍혀붕게!!! 랜턴가져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돼???
탄잃어버리면 중대원연대책임으로 다같이 찾아댕기고 분대장들 군장돌고 까딱 잘못하면 영창가는거 안배웠냐.
(후임들 : 시나리오 쓰고 있네...미친X이...;;;;)

그렇게 포승줄을 풀어 철책에 묶어 이 놈이 자빠졌다는곳을 표시해두고
부사수에게 랜턴을 들고 비추라고 하고, 비에 젖은 흙바닥을 대검으로 푹푹 찔렀다. 탄이 철책밖으로 튀어나가지 않았기를 바라며.

퍼붇는 비에 폭삭 젖어가며 대검으로 찔러대기 몇분쯤 지나자, 대검끝에 흙과 자갈들과는 다른 느낌이 전해진다.
근처 진창에 누군가 밟은 발자국밑에 빠져있었다.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찾으면 걸쭉하게 내뱉으려던 욕들이 쑤욱 들어간다.

그 엠병할 공포탄은 수통물로 깨끗이 씻고, 급똥마려울까봐 들고다니던 휴지로 물기를 깨끗이 닦아 다시 삽탄했다.

다친데는? 없습니다.
정신안차리냐? 죄송합니다.
계속 부사수나갈래? 어리버리탈거야? 죄송합니다.
내가 여기는 악천후에 미끄러우니까 조심하라고 몇번 말하냐. 날좋은날에도 정신안차리면 넘어지는데라고 조심하라했냐안했냐? 죄송합니다.

죄송은 니미랄 귓등으로도 안쳐들으면서!!!라며 짜증을 내고,
부사수가 들고있던 랜턴을 뺏어들고 이 놈을 비추어보니 동기가 나랑 가위바위보해서 이겨 가져간 초A급 공병우의가 진창이 되있었다.
이따 철수하고 깨끗이 정비해서 말려놔. 내 동기한테 얻어듣기 싫으면. 비오는데 이게 뭔 쥐뢀이냐. 죄송합니다.




다시 대기초에 들어갈까하다가 시계를 보니 초소밀어내줄 시간이라 눈물을 머금고 초소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워키토키로 중대에 연락해서, C일병 탄빠졌었는데 발견했고 제대로 삽탄했다고 알렸다.
후임인 상황병은 잠시 대답이 없다가 이거 일지에 뭐라고 적어야되냐고 되물어봤다.
사관이랑 부사수한테 물어보라니까 잔단다-_-...누구는 이 빗속에 쌩쑈하느라 빤쓰까지 다 젖었구만!!!
원통하고 분통해서 사관한테 내일 PX쏘라고 해야지라며 씩씩거렸다.



거기다 그 날, 지통실에서 중대장달고 처음 당직사령서는 어느 대위님께서,
첫 사령근무기념 상황을 터트려주셨다.

가라가 판치는 후방부대라, 
지통실에서 상황때려봤자 당직사관 부사관 상황병이 머리만 좋으면 
행정반만 조금 어수선하고 초소근무자들은 별로 하는일없이 끝나는 상황인데,
날이 날이라고 자다깬 당직사관과 부사관은 어리버리타고 일지에 뭐라고 적어야되냐고 되물어보는 상황병은 말할것도 없었다.

나랑 다른 상병조가 비오는날 몸에서 스팀뿜어지게 뛰어댕기며 상황조치를 하며 우리 중대에 떨어진 상황은 종료되었다.
(다음 날, 부대 최선임중대장인 중대장횽이 니가 ㅆㅂ 우리 중대 엿맥이려고 작정을 했지???라며 졸라게 갈궜다고 한다...
5대기 쪽 중대장도 가서 이게 개념이 있는 놈이냐며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ㅋㅋㅋㅋ)




하얗게 불태운 내일의 죠처럼 초소 탄박스에 앉아있는 나를 
후반야애들이 와서 다 들었슴다. 고생하셨슴다. 내려가십쇼.라며 내려보냈다. 

순찰패를 돌리며 집결지로 내려가니,
탄찾고 상황조치하러 뛰어다닌 나님조랑
상황조치하러 뛰어다닌 옆분대 부분대장조,
탄잊어먹고 이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땀인지 줄줄쏟아내던 C일병조는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는데,
상황조치때 초소만 지킨 A상병조는 뽀송뽀송하기까지 했다. 
열받아서 멱살까지 잡았다.

더 이상 갈굴 힘도 없어 닥치고 가자. 라며, 중대로 철수하니 행정반 앞에 불침번인 행정병동기가 나와있다.
"야~니들 고생했다. 동기, 니 상황조치하느라 욕봤다. (죽여줘ㅠ.ㅠ) C, 니 넘어졌다더니 어디 안다쳤나?"
"괜찮습니다!!!"
"아니. 나는 안 괜찮아ㅠ.ㅠ 사관 부사관 어디갔어??? 탄빼고 쉬고 싶다...ㅠ.ㅠ"
"니들 고생했다고 취사장에서 봉지라면 끓이고 있다. 내 불러올께."

돈까스두드린것처럼 왼쪽뺨에 베개자국이 선명한 당직사관이 취사장에서 뛰어왔다.
이런 가라상황발생하면 행정반에서 적절히 여차저차해서 조치해주지않습니까???라며 묻고 싶었는데,
니들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오짬으로 통일했어. 8명이지? 15개 끓였다. 찬밥도 있고 김치도 빼놨으니까 즐겨라. 사관이 쏜다.
라며 어물쩡 넘어갔다. 자기 돈으로 라면을 15봉이나 샀다니 모든게 용서가 된다. 
뜨거운 국물과 오동통한 면발을 생각하니 몸이 후끈하다.
닥치고 먹기로 하고 얌전히 탄을 빼기로 했다.




앞에총. 탄창제거 탄알제거...노리쇠 2~3회 전진 어깨위에 총. 격발. 

전역한지 10여년이 지나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이 순서로 이걸 한번 더 반복하고 약실확인하고 탄창에 탄 20발씩 확인해서 넘겨주었다...원래는.

노리쇠 2~3회 전진. 어깨위에 총. 격발.
탁탁탁탁하고 빈 총 방아쇠당기는 소리만 들려야한다... 원래는.




탁탁탁탁 탕!!!!!!!!!!!!!!!!!!!!!!!




새벽 1시. 비내리는 행정반 앞.
총성이 울려퍼졌다.

뭐여? 뭐여? 하고 잠깐 당황했지만 사수들은 바로 반응하여 자기 탄창확인하고 
부사수 탄창뺏아들고 좌상탄(좌상탄은 짝수로 들어있고 우상탄은 홀수로 들어있음...보면 앎.)확인하는데,
C일병조만 움직임이 없다.

총소리에 놀라 움츠러든 C일병의 부사수만 움직임이 있을 뿐, C일병은 어깨위에 총. 한 상태로 얼어있었다.
(훗날, 이 새끼 이대로 얼어붙어서 오줌지렸던거 아니냐고 놀려댔다. 
샤워하는데 아무리 비에 젖었기로서니 전투복 하의와 브레이브맨 빤스를 너무 정성껏 빨았기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는 아니라지만...)

사관은 즉시 C일병의 탄창을 확인하고, 나는 C일병의 총을 뺏아들고 약실확인을 했다. 

"부...분대장님...이거..."
C일병의 부사수가 주워든 것은 주둥이가 헤~하고 벌어진 공포탄 탄피였다-_-

야...C일병 탄창 우상탄...
당직사관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잦아들었다.

그랬다. 그 공포탄은 잊어먹든 쏴버리든 그렇게 그 날 소비될 운명이었다...




갈굼.군장.영창.전역연기.
300여일전. 빵모자쓰고 같이 전입신고한 스무명의 동기들과 나란히 전역증받고 위병소나서고 싶었는데 다 끝났구나.
지금 내 눈가에 흐르는게 눈물인가 빗물인가.




당직사관이 우리를 위해 끓인 15봉지의 오짬은 
수습하고나서 취사장에 갔더니 국물을 머금어 불어터지다못해 조리 잘못한 야끼우동이 되어버렸다. (그걸 또 다 먹었음ㅋ)

상병급 후임들이 C일병에게 야. 정비실로 따라와. 라는걸,
야. 시끄러. 사관도 지금 예민하니까 소대폭파시킬짓거리하지말고 씻고 자빠져 자. 갈궈도 날밝으면 갈궈.
라고 강제취침시켰다.




날이 밝아 출근하신 중대장횽은 간밤에 일어난 쌩쑈...아니아니 버라이어티한 일들을 듣고는
군장을 싸들고 행정반으로 온 고개 푹 숙인 나와 죄인 C일병에게 
"마. 고개들어. 뭐 죽을죄졌냐??? 따라와. 커피나 한잔하게."
라며 중대장실에서 핸드믹스커피를 타주고 행보관님 몰래 양담배를 물려주었다.
군생활하면서 실수로 한번 땡길수도 있지 뭐ㅋㅋㅋㅋ라며 울먹거리는 C일병을 달래주었다.

행보관님도 당직부사관에게 격발해버렸다고? 실탄쏴버린겨? 뭐? 공포탄? 난 또...음...알았어.라며, 
잠시 어디를 다녀오시더니 공포탄 하나를 구해오셨다-_-ㅋㅋㅋ
여의도 몇배 크기인 이 부대 어딘가에 있다는 주임원사와 행보관들만 안다는 비밀창고에서 가져오신것 같다.

그렇게 그날도 당직부사관은 탄약고현황판에 "공포탄 XXX발."이라며 변동없이 숫자를 메꿔놓았다.

하지만 그 날일로 C일병의 정식사수데뷔는 지 맞후임들보다도 늦어졌다. 멍청이.







며칠 뒤, 또 비가 내렸다.

용돈받고 휴가복귀해서 그래도 동기라고 나를 데리고 PX가서 거하게 한 턱내고, 
나에게 온갖 칭찬과 미사어구를 들어 흡족해진 동기는 내무실로 돌아가 전반야투입준비하는 부사수에게 
내 장구류는 내가 챙길께, 너는 PX가서 내 동기먹고 있는데 껴서 좀 먹고 와.라고 보냈다고 한다.

X병장님. 우리 분대장이 같이 먹으라고...
오~그려그려. 저기 냉동 더 돌리고 있으니까 먹어먹어. 앉아서 먹어. 땡울리면 내가 가져올테니까ㅋ내가 사는건 아니지만 많이 먹어.
저기...X병장님. 비오는데 안들키겠지말입니다?
갸는 둔해빠진놈이라 안들켜. 걱정하지마ㅋㅋㅋ



조그만 독립중대의 구형막사. 
PX는 당연히 따로 독립된 건물에 있었고, 
노래방소리며 대화소리에 거의 옆에 붙어있는 소대내무실에서 내는 소리도 잘 안들리는 그곳에...

"야이ㅆㅂ!!!!!!!!!!!!!!!!!!!!!!!!!!!!!! 내 우의 왜 이래!!!!!!!!!!!!!!!!!!!!!!!!!!!!!!!!!!!!!!!!!!"
라는 PX와 가장 먼 내무실에서 동기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야. 들켰다. 튀자."
버즈 노래를 열라게 부르던 C일병은 롸져!!!하며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날밤, C일병이 자빠지면서 동기의 초A급 우의는 순식간에 막내상병이나 입는 C급이 되어버렸다.

등어리가 쫙 찢어져버렸음.

그래도 대충 미싱기로 국방색실로 박아놓으니 한 100m 떨어진데서 보면 새것처럼 감쪽같아서
누가 우의 뒷태를 신경쓰겠냐. 우리만 입다물면 된다. 나랑 동기 한달반만있음 전역하니까 50일만 조심하자며 그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정권과 언론처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다 가려지는게 아니듯
거짓은 일주일도 못가 들통이 나버렸다.




뜨거운 만두를 입에 물고 아뜨뜨뜨!!! 
활동복주머니에는 몽쉘과 마가렛트와 아직 개봉아한 초코다이제스트를 쑤셔넣고 반쯤 먹은 음료수페트병을 들고 
튀어봐야 거기서 거기인 독립중대연병장 너머로 나와 C일병은 죽어라내달렸다.

참고로 내 동기는 전국소년체전 단거리부문 출장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 연병장을 세로도 아닌 가로의 절반도 못가 잡혀버렸다.




그리고 말년에 동기에게 갈굼당했다...
C일병은 뭐...아멘.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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