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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내 생일상
게시물ID : cook_1797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항상봄빛인생
추천 : 20
조회수 : 2952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6/05/05 22:48:48
일본생활 12년차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6년차 여자사람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제 생일입니다. 

일본은 이번주가 골든위크(5월 초의 황금연휴)라 예전같으면 제 생일에 어디 외식이라도 가거나 했을텐데, 
주변이 온통 밭으로 둘러싸인 시골로 이사를 온 터라 어디 나가기도 마땅치가 않네요.

남편에게 생일상 한 상 거하게 차려보라고 할 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우리 남편은 음식을 못합니다.
안하는 게 아니라 정말 못합니다.  
저는 우리 남편의 음식을 블랙홀같은 음식이라고 표현합니다.
남편이 요리를 하면, 아무리 간장 설탕을 넣어도 모두 무(無)맛이 되거든요. 신기할 정도로 모든 것을 맹탕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기왕 셀프로 받는 생일상이니 돈 좀 써서 스테이크를 구워볼까, 공들여서 햄버그를 만들어볼까 했지만
어딜 가도 바꿀 수 없는 한국인의 입맛이 절 놓아주지 않아서, 엄마가 해 주시던 생일 아침상을 제 재량껏 재현해봤습니다.



IMG_4623.JPG

미역국과 삼색나물, 생선구이가 메인이고, 
친정나들이 갔다가 받아온 열무김치, 두릅장아찌, 일미채와 더덕무침이 상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IMG_4628.JPG

정말 오랜만에 끓인 미역국인데 제법 맛이 괜찮습니다.
원래는 쌀뜨물 넣어서 진하게 끓인 미역국 좋아하는데, 밥 한 지 얼마 안되었는데 다시 밥을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맹물넣고 끓였습니다.

국간장도 없어서, 양조간장과 까나리 액젓을 반반 넣었더니 그럭저럭 감칠맛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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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가 없어서 취나물이 등장한 삼색나물입니다.
대체 시금치 나물 간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겁니까? 분명 맛볼 때 간간하다 싶었는데 상에 앉아 먹으니 완전 싱거워요.

내가 이래서 나물을 안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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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어무니는 항상 흰살 생선 구워주셨어요. 우리동네 수퍼에는 마땅한 게 없네요.
그나마 비슷해보이는 은어를 사와서 구워봤는데, 맛은 있지만 다시 사먹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거 2마리에 500엔인데, 먹을 것도 별로 없고 뼈도 잘 안발리고.
500엔이면 실한 노르웨이 고등어가 몇마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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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 시골이라 케이크 파는 제과점도 없습니다.
수퍼에서 파는 케이크에 100엔샵에서 파는 초 꽂아서 대신했습니다.

남편이 노래는 불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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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500엔짜리 와인만 마시다가 오늘은 쪼끔 분발했습니다. 1500엔짜리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이 와인을 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 오늘 우리집도 고양이 식구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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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에서 여는 행사에서 데려온 3살짜리 여자 고양이, '카탈로그'입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바퀴 휭 돌고나서는 굳이 남편의 발냄새 나는 신발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다 무좀 걸린다...

동물보호단체 직원분이 "일단 2주일 정도 경과를 보고, 실제로 키울지 아닐지는 정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돌려보내는 일 없이, 쭉 저희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은근슬쩍 나와서 밥도 먹고 하는 걸 보니 예감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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