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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스포???] 시빌워 봤어요.
게시물ID : movie_566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あかねちゃん
추천 : 1
조회수 : 4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06 10:08:57
요새는 보고 나서 바로바로 감상기 남기는 경우가 없네요. 일단 나무위키로 스토리 중에서 놓친 부분이나 제가 틀리게 본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며칠 동안 내용 곱씹으면서 남길 필요가 있으면 남기고 아니면 마는 식이네요. 본지는 벌써 나흘이나 되었네요. 다른 말로 하면 시빌워가 그 정도로 여운이 있다는 얘기죠.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보다는 어밴져스 시빌워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충분히 타당한 얘기죠. 출연진도 그렇고 히어로들의 분량도 그렇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보다는 어밴져서 시빌워라는 어감이 좀 더 입에 착착 감기는 감이 없잖아 있죠.

이럴 때 가장 유효한 관점은 작중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의 무엇이 어밴져스 시빌워라는 타이틀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라는 타이틀이 어울린다는 얘기가 되겠죠.

사실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에서의 히어로 무비라는 건 지극히 좁은 세계관의 이야기였죠. 이는 헐리우드가 혹은 현실의 관객이 바라는 히어로 무비란 졸라 짱쎈 초능력자가 우당탕탕 때려 부시고 박살 내고 권선징악이 이루어지는 소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팝콘무비 이상이하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죠.

히어로가 등장하는 현실세계는 히어로와 빌런에게 박살 날 도시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히어로의 주먹질 한 방에 두부처럼 박살 나는 콘크리트 건물들의 강렬한 파괴신은 그 자체로써 영화 속의 초능력자가 문자 그대로 현실과는 유리된 존재라는 비유의 극이었죠.

즉 히어로는 가상의 존재이며 심지어 그가 등장하는 스크린안의 세계에서조차 개연성이 필요치 않은 그저 졸라짱센 초능력자? 외계인? 혹은 기타등등이었을 뿐이죠.

MCU, Marvel Cinematic Universe 는 그러한 구도를 깨버렸죠. 

음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아이디에서 10덕의 아우라가 느껴지시죠? 왠 뜬금 없는 소리냐면 일본 애니메이션과 양키 빠다 히어로물의 결정적인 차이를 대부분의 평론가 혹은 관객 혹은 10덕들조차 세계관의 차이라고 하죠.

어차피 졸라짱센 초능력자 나와서 우당탕탕 다 때려부시는 건 똑같은데 뭔 차이가 있냐고요?

바로 여기서 동서양의 기가 막힌 콜라보레이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붙게 된 이유가 등장하게 됩니다.(아 거창해라)

우리는 인간이고 정치적인 생물이죠. 인류가 모든 동물들을 재끼고 지구상에서 문명을 이루게 된 결정적인 차이. 그게 바로 집단의 힘을 20,000% 이상 폭증 시키는 정치의 힘을 가장 효율적으로 다루는 동물이기 때문이죠.

일본 애니메이션은 돈 많은 양키 동네에서 시작한 서브 컬쳐가 아니죠. 전후 쪼들리는 국가에서 애들 보는 잡다한 애니메이션에 초당 24프레임(디렉터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의 풀 프레임이라는 돈 지랄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던 일본으로서는 오로지 아이디어, 설정으로만 디즈니의 머니 폭격과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었죠.

변변찮은 볼거리로 관객을 끌어 당겨야 하는 태생적인 한계는 스토리에 대한 자연스런 끊임 없는 집착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브컬쳐의 상상력이 등장 하되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의 바닥, 특히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인 인간관계의 범주가 될 수 밖에 없었죠.

90년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사실상 지구의 2대 서브컬쳐 메이커인 미국과 일본의 서브컬쳐는 제 갈길 알아서 자알 가고 있었죠. 미국의 히어로 무비는 개연성 따위 씹어 먹고 돈 빨로 만든 화려한 영상으로 일본의 애니메이션(실사물들은 스토리와 비주얼 모두가 안드로메다로 워프해버렸지만)은 서브컬쳐지만 묘하게 현실의 구도가 생각나는 방향으로.

물론 헐리우드라고 해서 돈빨로만 만든 영상미만이 종특은 아니었죠. 스타워즈라든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단언컨데 헐리우드의 주류로써 정치적인 히어로가 등장한 건 MCU 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죠.

현실적인 히어로라고 해도 주류 세계와 섞이지 못하는 개인적인 고뇌라든가(슈퍼맨) 개인적인 증오를 밤마다 최첨단 슈트 입고 범죄자에게 쏟아 붓는 금수저 도련님이라든가(다크나이트) 세계와 교감하고 영향을 받는 사회적인 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 혹은 정의(의로운 정의가 아닙니다. 오로지 한 개인이 규정하는 정의죠)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말 그대로의 초인이 있을 따름이었죠.

심지어 이런 설정은 관객이 초인을 정치적이고 우리와 영향을 주고 받는 사회적인 동물로서가 아니라 그저 관객이 질리지 않고 슈퍼 히어로물을 소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써만 등장하고 있을 뿐이죠.

솔직히 저는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 전체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히어로들을 아는 건 아닙니다만 현재 MCU 에서 등장한 히어로들을 기준으로 가장 정치적인 히어로를 꼽는다면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를 꼽아요.

아니 가장 정치적인 히어로가 아니라 현대의 화신 혹은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이상의 화신이라 해야 옳겠네요.

캡틴 아메리카의 태생상 그건 좀 아니라고요? 물론 그럴 수 있죠. 퍼스트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비화를 보자면 그야말로 비이성적인 인간의 결정판 그 자체죠. 인체 생동성 실험 따위는 씹어 먹고 전쟁에서 적군을 손쉽게 학살하기 좋은 슈퍼 솔져 계획이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동기이니 말입니다. 심지어 거기에 지원한 스티브 로저스는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전쟁 와중의 똘아이를 상징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인간이 없을 만큼 애국심이 철철 흘러 넘치는 애국 바보이니 말입니다.

아 여기서 시빌워에 대한 스토리적인 복선이 하나 등장하죠. 슈퍼 솔져 계획으로 탄생한 캡틴 아메리카가 처음 활약한 곳이 어디였었나요? 정답은 다 아시는 전쟁 자금 모금 콘.서.트~♥ 기계 문명이 지배하는 현대(2차세계대전기준)의 전쟁터는 총알과 폭탄이 도배 되는 곳이고 거기서 인간이란 그저 썰려 나가는 고기 방패 이상 이하도 아닌 곳이죠. 수뇌부에서 판단하기에 슈퍼 솔져 계획은 보기에는 거창해도 결국 총폭탄이면 해결 될 비싸고 쓸모 없는 인간 탱크라는 인식이었겠죠.

그렇죠. 여기는 초인이 우당탕탕 깽판 치는 세계가 아니다, 너또한 우리와 교류하고 영향 받는 일개 인간일 뿐이다, 심지어 생사마저도 지배 받는... 바로 그런 암시를 은근슬쩍 흘리고 있죠.

물론 애국 바보 스티브 로저스에게 미국은 어디까지나 자유와 정의(개인의 규정하는 정의가 아닌 문자 그대로 절대적인 옳음)를 수호하는 경찰이고 자신은 캡틴 아메리카로서 정의로운 미국의 수호신이다라는 신념 뿐이었죠.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로서 희생하며 지켜낸 미국은 그가 바란 사자가 토끼를 배려하는 세계가 결코 아니었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그가 개인이 치를 수 있는 가장 큰 것을 희생하며 지켜냈던 세계는 고작해야 개개인의 편리함과 돈 앞에 간단하게 무릎 꿇은, 썩은내 팍팍 풍기는 꼰대들의 이합집산터였죠.

그리고 이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그는 손쉽게 썩어 벌이는 조직, 과거 그가 신뢰했던 조직보다 자연인으로서의 일개인의 신념이 조직논리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지요.

왜?

바로 그가 현대 민주주의가 지향하고자 하는 이상점, 극동의 어느 대통령이 얘기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다라는 것을 몸소 실천했고 실천할 인물이기 때문이죠.

초인이란 개인에게서 솟아 나오는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세계와 교류하지만 끝내 꺽이지 않는 불굴의 신념에서 나온다는 플라톤의 초인, 그 초인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이기에 어밴져스 시빌워가 아닌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죠.



일단 캡틴 아메리카의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야 겠네요. 이미지 한장 없이 퍽퍽한 텍스트로 여기까지 읽기가 보통 곤혹이 아닌데 아이언맨까지 집어 넣으면 분량이 안드로메다로 가겠네요. 

다음번에는 아이언맨 기준으로 마저 또 적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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