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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인 내가 오해를 사서 받은 보직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628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0
조회수 : 19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17 10:12:58
생긴거와 다르게 나는 골수인도어파다.

휴일에는 아무데도 안나가고 
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에 있는거 대충 꺼내서 반주삼아먹고 게임 좀 하다가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먹다남긴거 반주 삼아먹고 책 좀 보다가 자고 
일어나서 근처 친구놈에게 연락해서 술줄께 뭣 좀 사오라고 시켜서 반주삼아먹고 친구랑 게임 좀 하다가 내보내고
휴일을 쓰레기같이 보냈다며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며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이게 내 최고의 휴일보내기이다.

이토록 이불 안에 있을때 심신의 안정을 찾는데
생긴게 체크무늬셔츠에 질기디질긴 멜빵청바지입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를 맨손으로 잡아 주위에 들풀들 꺽어다 연어샐러드 해먹게 생겨놔서, 주말마다 등산이며 캠핑이며 낚시며 여행을 끌려다닌다...제발...



훈련소때도 우락부락한 생김새로 알게모르게 같은 내무실 동기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던 나는
(...어쩐지 자리 부족한데 나만 매트리스 하나 차지하고 잤음ㅋ 배출 며칠 전에야 구석자리 애들은 매트리스 2개에 3명이 낑겨잔다는걸 알았지.)
자대에 갔더니 와 이새끼 인상더러운게 밖에서 침 좀 뱉았나보네. 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나 이래뵈도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까지 태백산맥이나 대망같은 장편소설을 읽던 사람이었다...그래서 수학이 나를 버림.

입대전 예비역과선배가
"축구못한다고 갈구고 그러는건 옛날일인데...한번 발들이면 니가 왕고될때까지 해야해...그러니까 첫 경기를 망쳐. 신병이라 그나마 캐릭터파악안되서 덜 갈굴때 얼른 발을 빼야해."라고 알려줬기에 그렇게 개발질을 하고 군대스리가에 선수등록조차 안하려고 했다.




그러나, 안될 놈은 안된다고...
자대배치받고 첫 일요일, 선택지없이 끌려나간 옆소대와 PX빵 축구경기에서...
나는 94미국월드컵 독일전에 터져나온 홍명보의 그림같은 중거리슛.
98 프랑스월드컵예선전 도쿄대첩때 이민성이 터트린 역전골같은 키퍼앞에서 절묘하게 돌에 튀어 바운드되어 들어가는 골.
코너킥 상황에서 엉겁결에 어머낫!!!하고 찬 볼이 전북현대의 이동국선수같은 멋진 발리슈팅이 되어 들어가는 등...
아직도 기억남. 5골을 나 혼자넣고, 실점상황에서 골라인앞에서 그림같은 볼클리어까지 해내며 일약 슈퍼스타가 되버렸다...
(그리고 다음 골은 상병 꺽이고 넣었음...나는 자살골조차 못넣는 그런 놈임.)

쇼케이스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죄로 하다하다할게없어 누군가 들고와 하게된 구슬치기마저 끌려나가 공놀이를 하게된 나는,
쇼케이스에서 개발날리고 휴일마다 내무실에서 축구안하는 고참들과 테레비보며 과자까묵다가 한번씩 밀대질이나 하는 맞후임이 그렇게 부러웠다ㅠ.ㅠ




그리고 그 첫 시합때 그림같은 발리슈팅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던 고참이 있었다.
중대 태권도조교-_-ㅋㅋㅋㅋㅋㅋ

당시 소대에는 이발병, 오바로크병, 전투화병, 다림질병 등 비인가보직이 있어서 
이발병들은 말그대로 휴일마다 소대원들 머리를 깍아주고,
오바로크병은 월말월초만 되면 진급자들 전투복 전투모 계급장을 새로 달아주고 평시에는 찢어진 전투복수선해주고,
전투화병들은 휴가자들 A급전투화 광내주고 다림질병들은 휴가자들 A급전투복이며 상병진급자들 전투복에 줄을 잡아주는등
다들 뭔가 하나씩은 보직을 받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보니 그 태권도조교가 나를 자기 부사수로 잡아놔서 태권도하라고 안 준거였다.

그러나 운동이라고는 숨쉬기운동마저 남만큼 밖에 못하는 내가 뭔 태권도ㅋㅋㅋㅋㅋ 
그것도 훈련소제식할때 앞에총 세워총 몸에 익히는데만 꼬박 3일이 걸린 나같은 몸치가ㅋㅋㅋㅋㅋ




버뜨...
상황파악도 하기 전...
어느 전투체육하는 날.

나는 그 중대태권도조교고참 옆에서 도복을 입고...하라는 태극1장은 안하고 
혼자 Y~M~C~A~ It's fun to stay at the "company(중대)" 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그때까지 내 인생에서 태권도는 초등학교도 아님...국민학교 체육시간때 한시간 잌크엨크하며 해본게 전부인데...ㅠ.ㅠ
태권도 단증도 없고 해본적도 없다는데
이 쉨~뺑끼치냐??? 임마 너 생긴게 뽜이팅있게 생긴게 사회에서 운동 좀 해봤을것 같더만!!! 조교안할려고 고참을 속이려들어??? 귀신을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라며 이 조교고참이 밀어붙여버렸다...
나도 들었어!!! 태권도단증있으면 전투체육때 논다고!!! 그걸 내가 왜 구라를 칩니까!!! 라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이 형...지금도 만나면 쏘주 한사발 하는 사이인데...사람보는 눈 더럽게 없음...근데 자기는 있는 줄 앎...

간밤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 나와 사고낼것 같으니 열외한...
수류탄 훈련에나 통하는 핑계대고 행정반 앞에서 일광욕이나 하고 있던 중대말년들부터...
엊그제 새로 전입온 내 두 달 후임들까지...

음악도 없이 삘에 취한듯 덩실덩실 춤사위를 선보이는 나를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권도를 예술과 몸개그로 믹싱해내는걸 보고 예능계는 큰 인재를 잃었다며 다들 안타까워했다.

바로 짤렸냐고??? ㄴㄴ

사람보는 눈 부족한만큼을 인내심과 끈기로 채운 이 조교고참은 기어이 내 전투복에 태권약장을 박아주겠다며 반년넘게 나를 들들 볶았고...
그 반년의 성과 끝에 나는 태극 1장을 덩실덩실 추지않고 팝핀현준의 팝핑마냥 절도있게 출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1장은 기가막히게 하는데, 2장 너머는 못함...진짜.)
내 6개월 후임으로 태권도하면 먼저 이름이 튀어나오는 대학교의 태권도동아리의 2단 출신이 오고서야 나는 태권도조교부사수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절도있는 팝핑을 눈여겨 보는 사람이 한명 더 있었으니...




그로부터 수개월 후...

"조교 전방에 차렷총!!!"
"총!!!검!!!술!!! 악!!!!"
"연무형 19개 동작 시작!!!"(인수인계받을때는 17개였는데...중간에 19개로 바뀌면서 지옥도가 펼쳐짐...나 몸치라니까...)
"찔럿!!! 때렷!!! 비켜우로 찔럿!!!...쉬어총!!!! 총!!!검!!!술!!! 좌우로 증(정)렬!!!"

행보관님은 저 뚝뚝 끊어지는 각과 어두운데서 맞딱뜨리면 절로 비명이 나오는 외모면 충분하다며,
나를 중대총검술조교로 넣으셨다...아니 왜...교육계랑 태권도조교고참이 이 놈은 안된다고 말렸지만 행보관님은 기어이 나를 발탁하셨다...

너 전공이 뭐여? 경영학과입니다!!! 너 PX병
너 전공이 뭐여? 전기과입니다!!! 너 통신병
너 전공이 뭐여? 미대다녔습니다!!! 너 수공구병. 페인트 좀 잡아. (전공이 조각인데 그림 나보다 더 못그림-_-ㅋㅋㅋ)
너 전공이 뭐여? 생물학과입니다!!! 그려? 식자재 구분 좀 하겄네. 너 취사병.

이런식으로 보직을 던지시던 분이라 나의 살풀이태극1장에서 총검술의 미래를 보신 모양이었다...



그렇게 내가 총검술조교를 잡고...
병장때 있었던 부대총검술경연대회에서...
우리 중대만 다른 중대들과 총검술이 미묘하게 달랐다.
독립중대인지라 비교대상도 없던 우리 중대의 총검술은 
사짜와 구라가 짬뽕되어 적을 한방에 제압할것도 같고 처발릴것도 같은 미묘한 총검술이 되어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갈라파고스화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러나 총검술은 구령과 기합, 그리고 그 열 명의 동작이 얼마나 딱딱 맞아떨어지냐가 득점포인트인지라...

나는 소녀시대처럼 완벽한 군무를 해낼 인재들을 뽑아
숨소리 하나 발성타이밍 하나까지 치밀하게 기획하여 검무를...아니아니 총검술을 연습시켰고

기어이 우리 중대는 우승을 차지하여 참가자 전원에게 3박 4일 휴가증을 안겨주었다.
원래는 3장이었는데 부대최고짬 우리 행보관님이 애들 고생했는데 통크게 쓰시죠.라고 부대장님께 건의해서 다 받아오셨다.

나는 안나갔음. 말했잖아. 나 몸치라고...
내가 나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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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의 독무대가 펼쳐져버림.
(성시경씨 비하 절대 아님. 예시로 들만한게 이것뿐이라...)

(한 42.195km 떨어진데서 보면 나도 성시경 닮았음.
가까이서 보면 키는 성시경씨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데,
머리크기는 머리하나가 더 크게 생긴게 나임. 

아. 노래 못 부릅니다. 
멀리서 보면 성시경 닮았다고 노래실력마저 오해받음.)




그래도 고생했다고 중대장횽이 다른걸로 끊어서 3박 4일 휴가증을 내주었고,
경계근무인원과 긴급출타자및 환자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여 휴가날짜를 정하시는 행보관님이
너는 나가고 싶은 날 나가.라며 그린라이트를 켜주셨다.

그러자 총검술대회 우승자들이 반발을 했다.
이것들이 스승을 몰라보고-_-ㅋ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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