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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에 대한 여징어의 생각
게시물ID : car_818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tpunch
추천 : 10/5
조회수 : 608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6/05/17 21:14:04
'김여사'라는 단어가 여혐 단어냐 아니냐로 오유가 며칠째 시끄럽습니다.

김여사라는 단어는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라는 사고방식을 기저에 깔고 들어가는 단어입니다.
애초에 기원부터가 몇 기상천외한 운전을 하는 여자들을 더러 김여사라고 부르기 시작하다가 인터넷 전반에서 성별이 식별되지 않는 온갖 비매너 운전행위에 김여사란 말을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건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라는 사고를 심화시킵니다.

"운전을 못하는 여자에게만 김여사라고 부르는 게 뭐 어떠냐"라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문제는, 이미 김여사라는 단어가 위의 편견에 의한, 편견을 확대하는 단어 중 하나임과 동시에 사건의 '문제'가 아닌 '성별'에 집중한다는 겁니다.
이상하게 운전을 하는 짤방과 함께 '김여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정말로 운전을 못하는 일부 여자란 생각만 드나요? 솔직히 '거봐 여자들은 운전을 못한다니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한국은 '여성'을 객체화하는 단어가 굉장히 많습니다. 
여사장, 여기사, 여의사, 여교수, 여류작가 등등
범죄 기사의 경우에는 김모양, 김모여인, 김씨(31세, 여)

반면 남성을 객체화하는 단어는 매우 드뭅니다. 남간호사, 남교사같은 몇 개 외에는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신문기사에 남성이 나올 땐 그냥 XX씨가 끝입니다. 

문제는 이게 혐오단어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김치녀, 맘충, 김여사, 된장녀, 빠순이, 온갖 XX녀들
근데 남자는 거의 없습니다. 쩍벌남 외에는 XX녀의 사례에서 파생된 케이스들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성별'을 지칭하게 만드는 혐오 용어들에 왜 여성들이 염증을 느끼는지 공감을 힘들어하시는 것같습니다.

남자가 운전을 못하면 그냥 운전 못하는 놈이지만 여자가 못하면 '김여사'가 됩니다.
남자가 사치를 하면 그냥 사치하는 놈이지만 여자가 하면 '된장녀'가 됩니다.
이처럼 단어는 집단을 규정하고 편견을 만들고 심화시킵니다.

또,
"문제를 일으키는 대상만 이런 단어를 쓰는 게 무슨 문제냐?"
"운전을 못하는 여자만 김여사라고 부르는데 무슨 문제냐?"

서양에는 아시안 드라이버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시아인은 운전을 못한다는 편견에서 나온 단어죠.
내가 서양에서 차 사고를 냈는데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역시 아시안드라이버ㅋㅋ'라는 말을 한다면 이건 인종차별일까요 아닐까요?
이런 상황에서 '아 나는 아시아인 운전자니까 아시안 드라이버라는 말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말 할 수 있나요?

'일부에게만 지칭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김치녀 한남충도 쓸 수 있어야죠.
일부 무개념 전라도 사람에게 한해서 홍어도 쓰고 일부 무개념한 부산 사람은 스까충라고 부릅시다.
미친소리죠?


"쌍욕 대신에 점잖게 말해주는데 뭐가 문제냐"
"쌍욕했다가 고소당하면 책임질거냐?"

사실 너무 유치합니다. 차라리 몰지각한 여성 운전자에게 '미친X이네'라는 말을 한다면 그냥 저 여자가 미친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김여사네'라는 말을 보는 순간 김여사가 불러일으키는 편견에 의해 이건 나를 지칭 할 수도 있는 폭력이 됩니다.
점잖게 말해줘서 좋아 할 게 아니란 말이죠. 점잖게 받아들여지지도 않구요.
간단하게, 무개념짓을 한 여성에게 '김치녀네'라는 말을 하는 거랑 똑같습니다. 데이트 폭력 휘두른 남자한테 '한남충이네'하는 거구요.

그리고, 무개념한 여성 운전자에게 쌍욕을 하지 못해 김여사라는 단어를 쓴다면, 무개념 남자 운전자에겐 뭐라고 하나요?
그냥 쌍욕 하지 않나요? 똑같은겁니다. 무개념 남자 운전자한테 미친XX라고 부른다면 여자 운전자한테도 똑같은 거에요.
미친1놈은 금지어가 아니고 미친1년만 금지어라면, 풀어달라고 하면 됩니다. 굳이 저런 단어까지 쓸 필요 없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데,
여시나 메갈이 아니더라도 김여사나 맘충 같은 단어에 기분 나쁜 사람이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김여사 논란에서 불편함을 표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럼 이 분들이 전부 여시 메갈입니까?

너무 수준 떨어져서 댓글 안 달면 "논리정연하니까 반박을 못하넼ㅋㅋㅋ 역시 여시메갈ㅋㅋㅋㅋㅋㅋ"
또는 "곧 그들이 몰려오겠군요", "쿵쿵쿵쿵!!"
이런 말들이 너무 유치합니다. 내 의견에 반대되고 내가 편한 것에 불편함을 느끼면 몰아버리는 게 너무 쉬워진 것같습니다.

나와 정치의견이 다르면 일베고, 나와 성차별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다르면 여시 메갈이 됩니다.
그냥 어느새 일베와 여시 메갈이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 입을 틀어막는 손쉬운 방패막이가 됐어요.
물론 여시 사태에 대한 반발심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총알받이는 누가 하고있나요?

끝으로, 어제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댓글을 보았습니다.
'장애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90년대 쯤부터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가진 스티그마 때문에 장애인을 대체해 사용하자고 만든 용어인데, 의도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장애인분들의 반발심이 컸습니다. 내가 왜 모르는 사람의 친구냐, 나를 3인칭으로 불러야한다, 오히려 더 의존적이고 스티그마로 느껴진다 같은 이유에서요.
그래서? 장애우라는 단어를 없애고 그냥 다시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기로 했습니다. 
때문에, 내 비록 점잖게 말하기 위해 '김여사'라는 단어를 쓴대도 받아들이는 상대가 거기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단어는 점잖은 단어가 아니게 된 거지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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