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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military_62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새벽2시구남친
추천 : 7
조회수 : 89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18 04:36:34
1. 고등학생시절 내게 518이란, 수업을 제끼는 날이었다.

내 학교는 전남의 중소 도시에 있었고,  당시 학교에는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학번의 선생님들이 많았다.
우리는 매년 5월 18일이 되면 518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들이 애써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졸랐었다. 분노하는 선생님, 흐느끼는 선생님 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수업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3년간 연례 행사처럼 어김없이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히 수업을 쩨기 원했다기 보다는 뭔가 뜨거운 것을 원했었다.



2. 우연찮게도 광주의 대학교에 진학했다.

광주의 5월은 아직 오지 않은 여름만큼이나 뜨거웠다. 당시엔 아직 '운동권'이라고 불리는 선배들이 많았으며 그들의 오월은 격렬했다.

5월의 충장로에선 하나의 축제가 펼쳐지고, 역사가 펼쳐지고, 분노와 슬픔이 겹쳐졌다.

구도청을 뒤로한 윤도현 밴드의 노래를 들으며 다같이 뜨거워했다.

점차 5월의 열 여덟째 날은, 잊지 못 할 기억들로 채워져갔다.


3. 일병때의 오월엔 비가 내렸다.

나는 공병대 소속이었고 간부들 아파트를 짓는데 동원됐다. 아파트 이름이 충정아파트였다. 어째선지 꺼림칙한 이름이었다.

겨울이 지나 봄이올 때 어째선지 사단 역사관에 견학갔다. 그곳에서 익숙한 오월을 목격했다. 80년 오월의 작전은, 우리 사단의 자랑스러운 역사였고 승전보였다. 몇몇 선임들은 이딴걸 자랑거리로 생각한다며 욕을 했지만, 나는 아무말 하지 못하였다.

그해 5월 18은 비가왔다.

나는 연등실에서 펜을 들어 편지를 적었다.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이곳의 5월은 너무나 슬프다는 글을 적었지만 차마 부치진 못했다.




 4. 군대에서 오월의 노래를 들었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순간 귀를 의심했다.
대대 전원에게 연설하던 대대장의 입에서 그 노래가 나올 줄은 몰랐다. 어차피 알아들은 사람은 없었다. 다들 대대장이 군가를 불렀겠지 싶었을거다. 

난 지금도 의아하다. 전술훈련평가를 앞둔 대대원들을 독려하는 자리에서 왜 대대장은 그 노래를 불렀을까? 분명한건, 518 비하의 의미는 아니었다는 거다.







  5.  어쨌거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5월은 좀처럼 뜨겁지 않다.

그리고 오늘 낮, 일을 하던중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충장로 근처에서 (집회용)깃발을 봤더랬다. 집회하다 쫓길 때 낙오되지 않으려고 깃발만 보며 뛰던 기억이나서 연락해 봤더란다.

임산부가 입덧하느라 밥을 못 먹으니, 추억이나 먹는 것 같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어느덧 오월이다. 
살아가다보니 뜨거움은 없어졌지만
유난히 잠들기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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