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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놀려고 하는거 아니었어요?
게시물ID : wedlock_1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희망중독증
추천 : 15
조회수 : 1547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6/05/18 12: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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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그렇긴 하지만, 결혼하고 만난 분들과 얘기해 보니 저희 결혼 생활이 다른 분들과 조금 다른듯 하여 말씀 드려 봅니다.

그리고 과연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께도 작은 경험담?이 될 수 있겠네요.

일단 저희는 각각 20대 중반,후반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주변 분들에 비해 저희 와이프는 많이 빨랐고(대학 졸업하자마자) 저는 조금 빨랐습니다.(취업하자마자)

그리고 만난지 10개월 만에 하는 결혼이라(참고로 선도, 소개팅도 아니었고 그냥 같은 회사 입사 동기) 주변에서는

혹시 속도위반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들이 있었지만 그냥 좋아서 둘이 결혼한 거라 그런건 아니었네요.

둘이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다가 결혼 8년째에 임신하여 출산하였구요, 뭐 딱히 난임이나 불임때문에 늦게 가진게 아니라

놀만큼 놀아보고 과연 아이가 없어도 아쉽지 않을까에 대해 1년 정도 고민해 보고 내린 결정이어서 저희는 자연스러웠지만

부모님들께서는 말씀은 못하셨지만 혹시 문제라도 있는게 아닐까 고민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여튼 세계관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ㅎㅎ


일찍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가져서 둘이 8년동안 살면서의 장점입니다!!

지금도 이 방식?에 대해서 엄청 많이 주변에 추천하긴 합니다만 이게 하려고 되는게 아니라는 점이 좀 아쉽네요 ^__^


1. 둘이 친해집니다.

이게 먼소리야 하시겠지만 연애를 그리 길게 해보지 못해서 결혼하고 연애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금요일 저녁에 둘이 홍대클럽가서 한참 놀다가 새벽 3시쯤 나와서 서로 핸드폰 보면서

"전화 한통도 안왔네?" 했던게 기억납니다.

그 전에 처녀총각때는 부모님들이 엄하셔서 이 시간까지 뭐하냐 이런 전화들 많이 왔는데 이제는 그럴일이 없으니까요.

주말마다 여행다니고 평일에는 가끔씩 심야영화 같이 보고 새벽에 놀러다니고 했던게 기억납니다.

참, 그리고 둘다 맞벌이에 아이가 없으니 돈에 여유가 조금 있어서 매년 둘이 배낭여행 다녔었습니다.

특히 휴가 다 몰아서 15일 동안 스페인에 렌트카 빌려서 바르셀로나에서 해변가 주욱 훑고 마드리드로 갔던 경험이

가장 좋았네요.


2. 초반에 많이 싸웠습니다.

아이도 없고 결국 이혼하면 그냥 싱글로 돌아가는건데 라는 생각이 있어서 인지 싸우기도 많이 싸웠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싸울거 다 싸우고 조정할거 다 조정해서 이제는 거의 안싸웁니다.

만약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겼다면 정말 심각하게 둘 사이가 벌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 생각에 육아만큼 부부에게 큰 미션도 없는데 부부 서로간의 신뢰가 채 형성되기도 전에 육아를 경험했다면

저희 부부의 경우에는 서로가 진짜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을거 같네요.


3. 아이가 부부삶의 전부가 아닙니다.

서로 8년간 같이 했던 날들이 여전히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고 해서 둘이 얼마전에 손잡고 그랬네요

저희 아들내미 장가가고 독립하면 그때 나이가 60이되든 70이 되든 또 재밌게 둘이서 놀자고.

그리고 저희 와이프가 한참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을때도 과거에 여행다녔던 사진 하나하나씩 보면서

'이때 재밌었지'하면서 얘기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4. 서로가 꿈을 위해 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도 없고 둘이 본인의 몸뚱이만 챙기면 되니까 직업적으로도 많은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와이프는 어느 정도 회사를 다니다가 모은 돈으로 그 동안 배우고 싶었던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며 새로운 직업에 도전했었구요,

저 역시도 대기업 다니다가 정말 하고 싶었던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많이 배우고 지금은 정착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나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제가 직업이 없었을 때(약 3개월간)은 와이프가 저를 지탱해 줬고,

와이프가 학원을 다닐때에는 또 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네요.


마지막으로 아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육아는 진짜 힘듭니다.

힘든만큼 보람이 있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고 또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 없이 둘이 살았던 시간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건 아니라고 저희 부부는 결론 내렸습니다.

결혼이란건 사회적으로 여러의미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둘이 좋아서 연애하다가 이제는 더 이상 집에 가기 싫고

돌려보내기 싫어서 둘이 같이 사는거잖아요.

그럼 둘이 좋아야 하는데 주변에 결혼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 보면 아직 둘이 충분히 좋아하고 신뢰가 생기기 이전에

힘든 일들이 많이 닥치니까 그런 부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상처로 남는 상황이 많이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연애를 오랜기간 지속해 오신 분들은 또 다르겠지만 저희처럼 짧은 연애기간을 가지셨다면, 어떠한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조금 가지셨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꼬맹이 사진 한장 남기고(치트키) 필력없는 40대 아재의 결혼 생활에 대한 오지랖을 마칠께요.


KakaoTalk_20160518_115913537.jpg

아직 36개월도 안되었는데 다들 큰앤줄 알고 계셔서 지 아빠처럼 노안끼가 있을까봐 걱정되는, 아들내미임다. ^-^
출처 제 머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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