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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홍진 감독을 겁내 싫어 합니다.
게시물ID : movie_574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고등어
추천 : 19
조회수 : 2298회
댓글수 : 59개
등록시간 : 2016/05/19 04:02:11
저는 만 6년 6개월 된 8년차 영화산업 종사자입니다. 

곡성이 현재 여기 오유 영게를 뒤덮는 이 시점에 이런 글을 쓰는 건 비공은 당연하고 자칫 신고당할까봐 겁도 나지만

현재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한명의 종사자로 저는 불편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단 한번도 나홍진 감독과 작업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전혀 같이 할 생각이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지금껏 나홍진 감독과 같이 작업을 한 적이 없지만, 영화쪽에서 나홍진 감독이라면 아주 악명이 자자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영화, 무언가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찍는 감독일지 몰라도 

현장에서 같이 작업을 하는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끔찍한, 절대 피하고 싶은 감독중에 하나로 유명합니다. 


왜냐고요? 사람을 쥐어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폭언으로도 유명하고요. 조감독이 맞는 적도 있다고 하고요. 

오죽하면 추격자와 황해 찍을 당시만 하더라도 도망가는 스태프들이 속출했다고 할 정도니까요.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 영화 자체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결과물인 영화가 극장에 상영되 관객을 만나고, 

그로인해 관객이 그 결과물인 영화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입소문과 자신의 후기를 남기게 되는 거죠. 

재미 없으면 영화 망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더우기 드라마와 비교해서 영화는 다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컨텐츠입니다. 

드라마는 다음회가 있으니, 이번회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회에 보충하거나 재미있게 찍으면 

시청자들이 이야기를 하게 되죠. 

하지만 영화는 극장에 올리는 순간 다음이란 게 없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순간 모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때문에 영화를 촬영할 때는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다른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 한편 망하면 그 감독이 다음작품을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감독으로서는 그 한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것이기에 한번 찍을 때 최대한 잘 찍으려 온 힘을 쏟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좋은 영화가 나왔다면, 그것은 감독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의 큰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저는 나홍진감독이 사람을 쥐어짠다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가지고 나홍진 감독을 싫어하냐고 묻는 분도 계실 겁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감독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죠. 

흔히 연극은 배우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합니다. 

그만큼 영화에서는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고, 감독이 모든것을 조율해야 하는 위치이며, 모든 책임과 영광을 받는 사람은 바로 감독이죠. 

하지만 영광을 위해서 감독 이외 수많은 스태프들을 쥐어짜는게 당연한 건가요? 


현재 우리나라 영화들은 100% 디지털로 찍습니다. 필름을 쓰지 않습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시작으로 디지털화가 진행되어 현재는 모든 영화가 디지털입니다. 

과거와 달리 녹화의 제약이 줄어들었습니다.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선배들, 특히 촬영부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필름 시절엔 제작비의 절반 가량이 필름값이었다고 합니다. 

녹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돈이 깨지기 시작하는 거였죠. 

특히나 카메라 위에 걸리는커다란 필름통에 있는 필름은 하나 녹화할 수 있는 분량이 4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더우기 필름은 빛에 닿으면 안되기에 필름을 갈때면 간이 암실같은 기구를 이용하여 카메라에서 필름을 가는 등 시간도 꽤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랬던 영화 현장이, 이제는 디지털화 되어서 많이 편해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다른 풍경이 생겼다고 합니다. 


촬영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중에 테스트와 슛이 있습니다. 

테스트와 슛 모두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똑같이 연기하고 움직이지만, 다른 점은 테스트는 말 그대로 테스트일 뿐, 녹화를 하지 않습니다. 

슛은 녹화를 하는 것이죠. 

저의 첫 영화 참여작품은 강제규 감독님의 '마이웨이' 였습니다. 

필름시절부터 영화를 찍어오셨던 강제규 감독님은 테스트를 정말 사람 지칠정도로 많이 하셨습니다. 

원하는 장면과 그림을 뽑아내야 하니까요. 그런 우리에게 가장 구원의 한마디는 무전기를 통해 들리는 감독님의 한마디 "자 슛 가자." 였습니다. 

슛 들어가면 보통 1번 혹은 2번에 OK가 떨어졌으니까요. 

제가 알기로 영화 마이웨이에서 가장많은 테이크(컷을 촬영하는 횟수)는 8테이크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제가 겪은 것은 1번, 혹은 2번째에 OK였고, 제일 많은 테이크 수가 4였습니다. 

때문에 테스트 언제 끝나냐며 한숨쉬던 사람들도, 테스트가 OK되고 슛이 들어가면 이번 컷은 곧 끝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저는 첫 영화라 그런지 몰라도 모든 현장이 그런줄 알았습니다. 


아니더군요. 

대부분의 현장은 테스트 1번정도 가고 나서, 슛이 들어간 다음에 테이크가 막 갑니다. 

제가 갔던 현장중엔 한 컷 찍는데 거의 30테이크까지 간 현장도 있었습니다. 

한 컷 찍으면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거죠. 

과거 필름을 쓰면 매거진 한개당 4분 밖에 못쓰고 가격도 어마어마 했기에 함부로 슛을 못 갔던 시절은 지나갔고, 

무한정 찍어도 대용량 하드디스크 값 이외에는 안 드는 현재로서는 테이크 숫자가 늘어도 큰 걱정이 없는 거죠. 

더군다나 디지털 매거진은 교체하기도 쉽거니와, 저장 시간도 4분은 훌쩍 넘어가니까요. 


슛과 테스트 사이에는 녹화하고 안하고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긴장감이죠. 

일단 슛이 들어가면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배우를 제외하고는 소리를 낼 수 없으며, 함부로 움직여서도 안됩니다. 

자그마한 실수 하나에도 재촬영을 해야하니까요. 

그런데 슛이 계속 진행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긴장감은 어떨까요? 금새 지쳐버립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필름으로 소모되는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만큼 다른 부분에 제작비가 투입될 수 있어서 

더 좋은 점도 있지만, 슛의 남발로 더 피곤해진 점도 있습니다. 

더 짜증나는 현실은 마스터 컷의 남발도 있지요. 

영화는 씬과 씬이 연결되서 하나의 영화가 되잖아요? 그런데 한 씬을 구성하는 건 여러개의 컷입니다. 

드라마같은 경우는 오늘 촬영 분량이 몇씬이냐? 고 묻지만

영화같은 경우는 몇 컷이냐고 묻습니다. 한씬 찍는데 컷이 많으면 며칠동안 찍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컷이란 건 씬 내에서 카메라의 각도라던가, 사이즈가 바뀌는 걸 말합니다. 

컷이 바뀌면 현장 세팅도 바뀝니다. 물론 한 세팅으로 여러컷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요. 

위에서 말하는 마스터 컷이 무엇이냐면 그 씬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찍는 컷입니다. 

그게 베이스가 되서 다른 컷도 연결을 맞추고 하는 등의 기초가 되는 거죠. 

그런데 그 씬 대다수의 컷을 마스터 컷으로 찍는 감독도 요즘엔 많습니다. 

그렇게 찍어서 그중에 잘 나온 부분들을 잘라 편집으로 때우자는 거죠. 촬영시간이 늘어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죠.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와서 제가 왜 나홍진 감독을 싫어하는지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영화란 감독의 예술이지만, 수많은 스태프들의 협업이기도 합니다. 즉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거죠. 

영화 현장에서 일하시는 오징어분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 촬영 현장은 정말 3D 업종중에 하나입니다. 

순전히 몸으로 때우는 육체 노동으로 이루어진 현장이니까요. 촬영 하루 하고 나면 정말 피곤합니다. 

디지털로 바뀌면서 장면의 그림에 집중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으면 어떻게 될까요? 감독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다 지칩니다. 

실외라면 밤 낮의 변화가 있기에 촬영을 몇시간 더 할 수 있을지 예측이라도 가능하지, 실내씬이면 낮을 밤으로 만드는 것도, 

밤을 낮으로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날 찍을 분량 다 찍기 전까지 계속 찍는 겁니다. 

그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이 바로 '나 홍 진' 이라는 사람입니다. 



분명 제 글을 잃고, 좋은 작품을 위해서 그정도 같이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대기업의 발전을 위해 야근이고 뭐고 당연한듯이 다 해야 하는 건가요? 주말이고 뭐고 다 반납하면서? 

결과를 위해 사람들이 갈려나가는 게 과연 당연하고, 옳은 건가요? 


물론 영화계에서 작년부터 큰 변화가 생기긴 했습니다. 

작년에 국회에서 영화노조가 10년간 노력한 결과로 표준근로 계약서가 장관령으로 통과된거죠. 

관행처럼 되어오던 통계약, 구두계약 등으로 임금부분에서 피해를 보지 않게 한 것이고, 

촬영 시간에 따라, 주간,야간에 따라 추가 수당이 붙는 계약서가 표준화 되었고, 모든 스태프들이 표준근로 계약서를 써야 되게끔요. 

즉 과거처럼 24시간, 48시간 내내 촬영하면 임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해서 예산에 지장을 주게끔하여

장시간 촬영을 가로막는 하나의 안전장치로 말이죠. 

그래봤자 현장에서 사람들 갈려나가긴 마찬가지 입니다. 어디 우리나라에서 노동법이 제대로 지켜지는 현장이 있나요? 

특히나 헐리웃과 달리 연출부와 제작부가 분리된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연출부는 예산에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오로지 연출에 집중할 뿐, 예산은 제작부의 담당이니까요. 



우연히 영화계에 발은 담근지 햇수로 8년차입니다. 

영화 현장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다 여기 옮겨 적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영화계의 갑이 영화사에서 투자,배급사로 옮겨간 지금이지만 

촬영 현장은 감독의 의지로 움직이는 게 촬영 현장입니다. 

물론 고생해서 찍은 영화가 흥행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영화산업 종사자, 흔히 말하는 영화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생하는게 당연시 된다는 건 정말 옳지 못하다 생각합니다. 

영화인도 사람이지, 노예는 아닙니다. 

모든 파트가 각각의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며, 감독이하 연출부는 그들을 지휘하여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허나, 감독의 독단과 가혹한 진행은 정말 욕이 저절로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촬영 현장에서 가장 악명이 자자한 인물이 나홍진 감독이고요. 



수많은 오유 유저분들이 곡성을 분석하고 찬양하고 멋진 영화라 하지만, 저는 볼 생각이 없습니다. 

저렇게 쥐어짜는 사람이 계속 흥행하고 또 영화를 찍는다면, 

영화계에서는 스태프들을 쥐어짜야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감독들이 많이 배출되겠죠.  

그리고 저 이후로도 영화계에 몸을 담는 후배들은 또 고통스러워 할 것입니다. 

여러분께 영화를 보지 말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곡성으로 뒤덮인 영게의 글들이 저에게는 답답하여 이야기를 적습니다. 



PS: http://www.podbbang.com/ch/9940 
영화 노조에서 하는 팟 캐스트 방송입니다. 현장에서 뛰는 영화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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