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레디고부부의 자전거세계여행_호주#10. 집에가고 싶던 날, 버스탑승도전기
게시물ID : travel_184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껄껄유머
추천 : 4
조회수 : 5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19 04:10:41
옵션
  • 창작글
안녕하세요 부부 자전거세계여행중인 껄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폐쇄성 덕분에 -_-;;
사진도 새로 업로드하고 글만 복사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호주 여행을 다 끝내고 캐나다 밴쿠버 온지 2주정도 지났습니다.
아마 다음주쯤이면 로키산맥 라이딩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네요^^;;
홈페이지에는 호주여행기를 거의 끝까지 올렸습니다.
 
댓글도 하나 못받는 오징어지만 꾸준글 올리겠습니다 ㅋㅋ
홈페이지 및 블로그 : www.thereadygo.com (네이버 블로그와 연동됩니다
 
[레디고부부의 자전거세계여행]호주#10. Merimbula-Bairnsdale 여행의 고비는 늘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 버스 좀 태워주세요~
 
메림뷸라에서 4일간 아주 푹 쉬었으니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아침도 넉넉히 잘 먹었으니 별 어려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하루 일정
 
14.메림불라 - 이든.jpg
​ <16.03.17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 같던 일정>
 
하지만 내 기준으로 여행 중 가장 자전거 타기 싫고
가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던 날이였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jpg
<이곳은 국제선이 없겠다~>
공항이 보이면 공항으로 달리겠다는 명실의 진담같은 농담이
실현될 순간이었지만 공항에 경비행기만 보여서 이내 포기해야했다. ㅎㅎ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2).jpg
<길을 양보해주세요 이든으로 갈께요>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3).jpg
<이정도는 워밍업이라 생각했다.>
 
메림뷸라를 빠져나오는 첫 오르막을 오르자마자
우리 둘다 컨디션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4일이나 쉬어서 였을까. 자전거에 오른 몸은
페달을 밟기 싫은 모든 메세지를 온몸으로 표현했고,
명실은 갑작스러운 격한(?) 운동으로 복통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잠시 쉬기 위해 자전거를 길가에 세웠는데
명실 자전거가 쓰러지고 있었다.
자전거를 잡으려고 하던 중에 내 손가락이 자전거에 끼어
이 날 라이딩 내내 손가락에 통증을 느껴야 했고

내 자전거는 함께 쓰러지며 자전거 짐받이용
고무밴드가 끊어져서 나의 마지막 멘탈의 끈도 함께 끊어졌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4).jpg
< 워밍업만으로 지쳐버렸다. >
 
사실 지나고 나서 글로 쓰니 별일 아니지만
4일 쉬며 자전거 정비에 텐트 폴대 부러짐등등의
생활에 필요한 장비들의 문제를 겪었고,

아침부터 컨디션도 안좋은데
자전거도 제대로 못세워두는 우리 자신과
그 와중에 다쳐서 예민해진 내 상태까지 곂쳐

이 날은 라이딩 내내 스스로를 질책하기도하고
원망하기도하며 페달을 밟았다.
 
"왜? 난 이런 상황에 처했는가?"
"왜? 난 계속 예민한 상태인가?"
"왜? 난 이정도의 어려움을 웃어넘길 수 없는가?"

그렇게 결전의 도시 이든(Eden)에 도착했다.
중간 라이딩 사진 한장도 없이.

라이딩 사진이 없는건 두 가지의 상황이다.
'찍을 여력이 없이 힘들거나, 찍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5).jpg
<정신 차릴쯤 멋진 노을이 머리위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든 캠핑장에 도착해서 자리를 골라 텐트를 치고
한숨돌리니 그제서야 머리가 비워지고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명실의 복통은 잠시 쉬면 해결되는 문제였고,
장비의 문제야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것.
4일이나 쉰 몸뚱이가 힘든 라이딩을 거부하는 것도 당연했다.
무엇을 해결하기위해 스스로를 질책했는지
알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나는..

'어짜피 해결될 일이었고 마음을 괴롭히는 고민으로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던가?' 라고 생각했다.

단순 명료하게 살고 싶어 나온 여행이다.
하지만 그간 살아온 복잡한 방식이 한번에 바뀌지 않는 것이니..
하나씩 버리고 버린만큼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하나 둘 포기하고 정리하는 밤이 지나갔다.
 
드디어 결전의 아침이 다가왔다.
이든부터 Lake entrance까지 250km 정도 되는 구간인데
출발하고 150km 정도의 구간은 400M를 넘는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고
문제는 이 중간에 어떠한 상점도 마을도 없으며 50km 정도 마다
무료 휴식공간이 있을뿐이었다.
명실과 나의 체력과 라이딩을 고려했을때 그 산길을 하루에 30km 갈듯했고
힘든 것은 둘째치고 식량을 구하는 것을 해결 할 수 없을것 같았다.
 
결국 우린 버스를 타고 점프를 하기로 했는데
버스회사에 알아보고 여행사에 알아본 결과
접이식 자전거만 가능하고 일반 자전거는 안된다고 통보 받았었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6).jpg
< 버스정류장입니다. >
 
help.jpg
< 버스 이동 전체 구간 360미터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코스 >
 
하지만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남기자
우리보다 먼저 이곳을 여행한 스마일부부님이
페이스북에 가능하니 시도해보라는 댓글을 남겨주셨고
(스마일부부님 세계여행 블로그  http://smilebubu.blog.me/ )
우리는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s. 이든 - 오보스트.jpg
< 약 184km 동안 제대로 된 마을도 상점도 없다 >
 
결론은? 원칙을 지키는 버스기사님의 거절로
우리는 버스에 탈 수 없었고 버스는 매정하게 떠났다.
애초에 운전기사님에 성향(?)에 따라
탑승 여부가 갈리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만약 안되면 하루 더 도전 하기로 했었다.
그렇지만 남들은 전부 그냥 태워줬다는데

우리만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인지
영어가 서툴러서인지 우릴 두고 간 것인지..
자책과 속상함에 명실은 눈물을 뚝뚝..

"원래 안되는 거니 누구도 잘못한건 없어 운이 나쁜거야"
라며 명실을 애써 달래고
버스는 일단 제껴 두고 버스를 놓치면 하려고 했던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KakaoTalk_20160330_144412821.jpg
< 날 좀 태워가시오 >
 
사진의 표정을 밝지만 과정은 그렇지 못했다.
글을 쓸 박스와 펜을 빌리러 인포메이션에 갔는데
박스를 주던 인포메이션 여직원은
"그냥 가. 왜 안가니. 별것도 아니고 위험하지 않아. 다른 도로랑 같아"
"누가 위험하다고 하니?. 나도 시드니에서 이든까지 자전거 타봤어"
등등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듯이
가르치듯 계속 얘기했고, 버스를 타지 못하고
기분이 좋지 못한 나는 그 말을 좋게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겨우 저 박스를 얻어 행선지를 써들고 한 시간쯤 서있었을까?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박스가 다 젖어 찢어질 정도가 되었다.
"아아... 박스와 함께 마음도 찢어진다.."

튜로스호수 부터 우리를 괴롭힌 비는
이든까지 따라와 고생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결국 명실의 눈물을 본 아침, 내 정신이 피폐해진 아침
그 비속에 캠핑하기가 싫어져서
캠핑장 3일 머무를 수 있는 가격의 모텔에서 머물렀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8).jpg
< 하루에 85달러인 모텔 >
 
방안에서 담배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모텔에 짐을 풀고
아무 생각 안하고 쉬기 시작했다.
점심을 요리해 먹을 기분도 아니어서
로스트 치킨으로 때우고.. 저녁까지 기운빠져 있었다.

그래도 버스를 한번 더 도전하고
안되면 먹을것을 싸들고 천천히 가보려 했기에
저녁부터 든든히 먹기로 했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9).jpg
<모텔방에서 밥하는 중>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0).jpg
<반찬은 소세지 야채볶음>
 
그리고 모텔의 숙박비 본전 뽑기위해
그간 밀린 TV프로그램들을 엄청 확보했다
다행히 와이파이는 빠른 모텔이었다 ㅋㅋ
 
그리고 다음날 아침 우린 좀 더 전략적으로 자전거가
작아보일 수 있게 모든 패니어를 분리해
이민 가방에 패니어를 다 넣고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자전거를 페리나 기차등에 싣게 되면 사용하려고 미리 준비한 것)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1).jpg
< 우리 자전거 작아효 >
 
이윽고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기사님은
흔쾌히 자전거를 싣게 해줬고 "원래는 안되는게 맞아"라고 말씀하셨다.
"네네 안되는게 맞고 우린 엄청 감사해요!!"
 
우린 자전거를 짐칸에 싣고 드디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며칠간 마음 졸이고 비싼 모텔비를 내면서 머무른
모든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은 순간.
(솔직히 세자매봉 봤을때 보다 버스탈때가 좋았다 ㅋㅋ)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2).jpg
< 우릴 태운 버스 >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3).jpg
< 쉬어갈땐 커피 한 잔 >
 
버스로 세 시간여 달리는 동안 푹 자볼까 했는데
매일 자전거만 타고 다녀서인지
우린 둘 다 약한 멀미를 했고 얼굴이 노랗게 되서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 잠들지 않고 계속 도로나 밖의 상황을 본 나는
"도로 갓 길도 엄청 좁고, 식량을 살 어떠한 상점도 보이지 않는 곳이 맞아"
라고 확신을 가졌고 버스를 타고 온 것에 더욱 감사하고 있었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5).jpg
< 멀미는 멀미고 점심은 먹어야지 >
 
흰머리 흰수염 할아버지네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 세트와 짜디짠 감자튀김을 먹고
내일부터 이 지역에 또 비가 온다고하여
서둘러서 레이크엔트란스를 벗어나 베인스데일로 향했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6).jpg
<이름 그대로 호수입구인 레이크 엔트란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7).jpg
< 베인스데일은 이리로 가시죠 >
 
버스 탑승 파워로 레이크엔트란스를 벗어나는
업힐을 가뿐히 올라주니 사람들이 구경하는 뷰포인트가 보인다.
멈춰서서 사진 한방 찍고 출발하는데
중국인 아주머니 두 분이 "익스큐즈미~"
그리고는 아주 당연하게 중국말로 쏼라쏼라
"쏘리 아이엠 한궈러~" 했는데도
계속 중국말로 쏼라쏼라 니하오
.........
동남아에서는 당연히 동남아인으로 보던데
호주왔더니 당연히 중국인으로 보는구나 ㅠㅠ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8).jpg
< 뷰포인트에서 내려다본 레이크엔트란스 >
 
버스파워로 계속 달린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19).jpg
< 33km 밖에 안남았다 >
 
지도에서 확인한대로 레이크엔트란스부터는
큰 업힐은 없었기에 나름 속도내며 잘 달리고 있었는데....

아아... 또 비가 옵니다. 리얼뤼 드라이한 지역이람서!!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20).jpg
< 폐업한 주유소에서 레인자켓 입고 갈께요>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21).jpg
<도로위에 저 구름 좀...>
 
게다가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비 좀 피해갈까 싶으면
비가 줄어들고.. 달려야지 싶으면 쏟아진다.
앞이 안보이게 쏟아지기도 하고 또 5분뒤면 부슬부슬..
약올라서 그냥 달렸다.. 그러다가 휴식시간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22).jpg
< 버스정류장은 좋은 장소입니다 >
 
정류장에서 당보충용 초코바도 먹고
방수 자켓도 좀 털어내고 쉬다보니
저 멀리 파란 하늘이 슬쩍 보이고 있다.
 
"그럼?! 달려!!! 비구름에게서 도망가자!!"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23).jpg
< 파란 하늘을 내놓아라!! >
 
그러나 "아아.. 인간은 자연앞에 작은 존재입니다"
결국 몇 번의 소나기와 부슬비를 만났고
"비따위 흥?! 어짜피 여행동안 비를 안만날 수 없는데 뭐"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24).jpg
< 부슬비따위.jpg >
 
우린 큰 오르막 없는 길 40km정도는
 점심 먹고 가뿐히 4시간 달리면 도착하는 정도가 되었다.
역시 차근차근 달려놓으니 기술과 체력은 좋아지는 법.
 
캠핑장에 도착해보니 자전거 두대와 작은 텐트하나.
오호라 자전거 여행자가 있구나 싶었다.
유럽에서 온 그들은 멜버른에서 캔버라까지 가는 일정이었고
우리보다 조금 가벼워보이는 자전거와
조금 더 무거워보이는 텐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 옆에 나란히 텐트를 치고는
서로 지나온 길에 대한 정보도 주고 받고
우리가 버스타고 넘어온 길에 대한 정보도 줬는데
쿨하게 "뭐 어쩔수 없지 자전거 타보고 가봐야지"
오오 니네 짱인듯 ㅋㅋ 하고 엄지 척해줬다.
 
메림뷸라-이든-버스점프-베인스데일 (25).jpg
< 텐트 크기가 부럽지만 들고 다니고 싶진 않아 >

그리고 그들이 준 중요한 정보는 다가올 주말부터
부활절 휴가가 시작되서 캠핑장 가격이 50달러 이상이라는 얘기
게다가 그 가격을 줘도 예약안하면 자리 없다는..
아아... 하늘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우린 앞으로 100 ~ 200km 안에 있는
모든 웜샤워 호스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부활절 휴가기간에 우리좀 받아주세요!!"

간절한 밤은 잔뜩 흐린 하늘과 함께 지나갔다.
그리고 우린 여행 이후 최대 거리에 도전하는 아침을 맞이한다.
 
​기준일 : 2016년 3월 19일
이동거리 : 약 803km
여행일자 : 자전거 23일 (여행출발 15.11.23 총 115일)
------------------------------------------------------------
 
​16.03.30 Corinella in Australia

부활절 휴가 기간 무사히 보내고 하루 캠핑하고
코리넬라라는 시골마을 웜샤워 호스트집에서 씁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