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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이유를 듣지 못한다.
게시물ID : gomin_16293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작가지망생
추천 : 2
조회수 : 38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5/20 0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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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살고 있는 곳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 강남역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자가 여자를 살해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어쩌면 아침 뉴스에서 보고 '안타까운 일이네' 라며 밥도 먹고, 컴퓨터를 하는 등 딱히 일상생활에 영향이 끼치지 않는 사건..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추모 현장과 그에 관한 여러 논란들을 보고 문득 생각하기 싫었던 그 일이 또 다시 떠오른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 그리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척 집에 나와 누나, 단 둘이 맞겨졌다. 말이 친척이지 술만 마시면 온갖 도구도 사람을 때리는 건 기본, 밥을 축낸다며 욕을 하고, 굶기고, 추운날에 밖에 몇 시간씩 서 있게 하는 등...지옥의 나날이었다. 그렇게 4개월이나 지났을 무렵..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왔는데 속옷 차림으로 자는 친척과 그 옆에서 자고 있는 누나를 보게 됐다. 그 때 내 나이 16살. 뭐랄까..모른 척을 했던 걸까, 아님 정말 몰랐던 걸까..난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약 며칠 후에 어머니와 우리는 거의 구조되다 싶히 만나게 됐다.  집에 도착 후, 밥을 먹는데 누나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뭔가를 느낀 듯 누나를 데리고 약국으로 가셨고, 집에 도착한 지 몇십분 뒤에 칼을 집어들고 그 친척 분을 죽이러 가겠다고, 미친 듯 악을 지르셨다.

그렇게 누나는 친척 분의 아이를 낙태시켰다. 할머니와 이모가 찾아와 '다 네가 잘못한 거다' '합의서를 써라' 라는 등의 티비에서 자주 봤던 그 장면이 이어졌고, 경찰서에서 폭행 사실과 함께 그 친적분은 경찰서로 끌려왔다. 그리고 1년 9개월이란 기간을 받았는데 자기 딸한테는 '카드빚 때문에' 라고 뻥을 쳤다고 한다.

누나는...자기 걱정 보다 내가 충격을 받았을까봐 더 걱정을 했다. 그러다..누나가 해당 사건이 있을 때마다 증거로 제출하려고 적어놓은 다이어리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OO이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않는다' ...그 한 줄...그 한 줄이..참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사건이 정리될 때 까지..그 누구도 분노만 했지 정작 피해자인 누나한테 '괜찮아, 걱정 하지 마..', '힘들었겠다. 미안해,' 라는 말을 건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동생인 나 조차도 누나한테 그 한마디를 건네지 못했다. 

그래, 어쩌면 완전히 다른 양상의 사건이고, 아무런 관련 없는 이야기..괜히 추천 하나 받을려고 감성팔이 하는 글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추모는...분노보단..피해자에게 위로의 한 마디.

.'많이 아팠죠..'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라는 어쩌면 오글거림으로 느껴지겠지만 그래도 피해자가 편안하게 숨을 내쉬고

조금이나마 안도의 미소라도 지을 수 있도록 분노보단 위로를 건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분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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