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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속의 괴물
게시물ID : panic_879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36
조회수 : 3370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5/22 22: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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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엄마 벽장 속에 괴물이 있어.”
 

딸아이가 방 한켠에 있는 벽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얼마 전부터 딸아이는 벽장 속에 괴물이 있다며 혼자 자는 것을 싫어했다.
 

밤마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억지로 재워 놔도
 

얼마가지 않아 잠에서 깨어 엄마를 찾는 것이다.
 

 

난 작게 웃고는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벽장 안엔 괴물이 아니라 아빠가 있단다.”
 

어제 밤. 남편이 괜찮은 해결 방안을 생각해 냈다.
 

아이가 잘 무렵에 남편이 벽장 속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 모습을 보면 딸아이는 벽장 속에는 아빠가 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게 될 것이다.
 

 

내말에 딸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벽장문이 슥 열렸다.
 

딸아이는 걸어 나오는 아빠의 모습에 놀라서 토끼눈이 되었다.
 

알겠지? 벽장에 괴물은 없어. 이제 안무섭지?”
 

내 말에 딸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이 방을 나간 뒤 딸아이는 기분 좋게 잠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아빠가 왜 벽장 속에 있었는지는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완전히 잠에 빠져든 것을 확인하고는 살금살금 걸어 아이의 방을 빠져나왔다.
 

남편이 철없고 아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제법 믿음직스러웠다.
 

 

다음날.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목이 아프다고 툴툴대는 남편을 달래어 출근을 시키고는
 

딸아이 유치원 보낼 준비를 했다.
 

밤사이 한번도 엄마를 부르지 않고 잘 잔걸 보니 남편이 준비한 쇼가 효과가 좋았던 모양이다.
 

나는 아침을 먹는 딸에게 말했다.
 

우리 딸. 어제는 엄마도 안 부르고 혼자 잘 잤네?”
 

딸은 고개를 끄덕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 이제 괴물이 아빠랑 같이 가서 안 무서워.”
 

 

이해할 수 없는 딸의 말에 난 다시 물었다.
 

괴물이 아빠랑 같이 가다니?”
 

딸아이는 싱긋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맨날 벽장에서 쪼그만 괴물이 나와서 날 죽인다고 했었어.
 

근데 아빠가 벽장에서 나올 때 괴물이 아빠 머리에 매달려서 같이 나갔어.
 

이제 벽장에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안 무서워.”
 

 

딸아이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아침밥 먹기에 열중했다.
 

오늘 아침 목이 아프다며 툴툴대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저 쭈그리고 있어서 라고 생각했는데....
 

멍하게 있던 나는 때마침 울린 전화벨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난 딸아이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곤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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