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깔려죽은 사건이 있었죠.
주한미군에 대해 그 사건만으로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건 아닙니다.
주한미군이 한국땅에서 보여주었던 무소불위적 행태가 쌓이고 쌓여
결국 두 여중생의 처참한 죽음으로 인해 터져나온 겁니다.
모든 주한미군이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 안하무인은 아니지만, 그 불만은 결코 부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남성이 범죄자는 아니지만, 여성의 입장으로서는 '남성 일반'에 대해 경계심을 품할만도 합니다.
그 죽음이 나의 일일 수도 있다는 공감, 그러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
'추모'라는 행동으로 나타난 겁니다.
'순수한' 추모라는 게 고인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것 정도로 이해합니다.
그런 추모는 고인의 가족과 지인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죽음에 대해 나의 일일 수도 있었다 공감하고, 그런 부조리를 바꾸고자 행동하는 건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 할지라도
그게 부당한 겁니까?
누군가의 죽음에 공감과 소망을 투영해서는 안 되는 건가요?
경계해야 할 것은 '욕망'이지 '소망'이 아닙니다.
그리고 '소망'이 정치적 담론으로 떠오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정당합니다.
허나 '소망'마저 경계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있는 것은 크게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욕망'이 일부분 있다고 해서 왜 '소망'마저 경계받고 규탄받아야 하는 건가요.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사람들에게 씌우는 누명과 너무나도 흡사해 섬뜩합니다.
물어봅니다.
나의 일이 될 수도 있었기에,
자신의 뜻을 투영할 수밖에 없는 비통한 죽음에 대한
'순수한' 애도란 무엇인가요.
'비범한' 사건에 '평범한' 애도가 가능하기나 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