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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 아포칼립스 (스포)
게시물ID : movie_581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romet
추천 : 3
조회수 : 8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31 03:05:50

엑스맨 시리즈, 적어도 브라이언 싱어 표 엑스맨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영화 내내 부각되는 소수자 코드에 있다. 게이이자 유대인인 브라이언 싱어는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았고, 이를 엑스맨의 핍박 받는 뮤턴트들에게 그대로 투영시켜낸 것이다.

 덕분에 뮤턴트들은 여타의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먼저 그들 자신의 생존과 권익을 위해 싸워야 했고, 이는 엑스맨 시리즈에 다른 영화와는 구별되는 풍부한 드라마를 선사해주었다. 소수자로 태어난 뮤턴트 개개인들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상 앞에서 필연적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타자와의 공존이 가능하다 믿는 이상주의자 자비에 교수와 홀로코스트와 냉전을 거쳐온 회의주의자 매그니토의 대립 구도는 <시빌 워>도 한 수 접고 갈만큼 세심하며, <엑스맨 2>에서 아이스맨의 커밍아웃장면은 브라이언 싱어의 재치가 빛나는 부분이었다.

이는 과거로 돌아간 프리퀄 시리즈에서 마찬가지였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서 뮤턴트들의 행보는 쿠바 사태와 파리 회담과 같은 냉전 시대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연계되어 인류 현대사에 돌연변이라는 집단이 실재하는 것만 같은 생동감을 주었다. 매튜 본과 싱어의 두 영화는 그야말로 연타석 홈런이었고, 자연스레 3번째 작품인 <아포칼립스>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포칼립스>는 조금 실망스럽다.

먼저, 이 영화의 태생적인 문제인데, <아포칼립스>는 이전의 엑스맨 영화들과 이 안 맞는다. 고대부터 살아왔던 전능한 뮤턴트 아포칼립스의 존재는 원작 만화에선 어떨진 몰라도, 이전 프랜차이즈에서 유지해온 분위기를 생각하면 조금 쌩뚱맞다. 그의 등장으로 인한 대립은 현실 정치를 반영한 입체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단순한 선악의 대결에 가깝다. 그리고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스케일을 생각할 때 너무 전능하고 신화적이다. 전 세계의 핵을 일거에 무장해제시키고 순식간에 도시를 삼키는 아포칼립스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뮤턴트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로 보기 힘든 집단이 되어버렸다.

여담으로 그의 디자인 또한 일치하지 않는 톤에 일조한다. 이것은 내 취향 탓이겠지만, 맨 처음 고대 이집트 시퀀스의 CG와 아포칼립스와 4 기수들의 외형은 똥망작 <이집트의 신들>을 상당히 연상시킨다. 마치 헐리우드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이집트를 CG로 구현할 때 이렇게 하자라고 다 같이 작정한 것처럼 말이다. 많은 부분이 보기에 부담스럽고 어떤 곳은 조악하기까지 하다.

물론 영화의 모든 부분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즐거움을 상당 부분 지탱하는 장면들, 이를테면 퀵실버의 ‘Sweet dreams’ 시퀀스나 가족의 죽음 앞에서 매그니토가 겪는 내면의 분노, 울버린의 액션 씬 등은 전작들에 있었던 요소의 변용 혹은 반복임을 생각할 때, 과연 이 영화가 새롭게 시도한 것들 중 성공적이었던 게 무엇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번 작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젊은 4인방 (스톰, 스콧, 진 그레이, 나이트크롤러)은 정신 없이 진행되는 플롯들에 치이느라 아직 제대로 된 PR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때문에 아직 그 인상이 희미하다. 이전 3부작의 배우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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