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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집착
게시물ID : panic_882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37
조회수 : 287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5/31 09: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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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고사양 컴퓨터와 최신 티브이.

 

게임과 잡지, , 운동기구 등 필요한 물품 무한 제공.

 

하루 3끼 원하는 식사와 간식제공.

 

푹신한 침대와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욕실이 딸린 방.

 

만약 위와 같은 것들이 제공된다면 당신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얼마동안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한달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년인 사람도 있을것이고, 평생 살아도 좋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고작 일주일 정도뿐이다. 그 이상 갇혀 있는 것은 절대로 사양이다.

 

 

 

 

난 벽에 걸린 달력의 오늘 날짜에 빨간 엑스표를 쳤다.

 

누군가에겐 천국처럼 보이는 이곳에 갇힌지 오늘이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다.

 

앞서 말했듯이 난 이미 이곳이 지긋지긋하다 못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분명 안락하고 편한 곳인 데다가, 언제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타인에 의해 강제로 이곳에 갇힌 내게는 그저 모든 것이 짜증날 뿐이었다.

 

 

 

 

한숨을 내쉬고 방을 둘러보고 있을 때, 한쪽에 있는 시계에서 알람소리가 들려왔다.

 

오후 6. 저녁식사 시간이다.

 

철로 된 방문아래 작은 구멍이 열리고 식사가 들어왔다.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날 여기에 가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사랑한다고, 날 위한거라고, 이게 최선이라고 말하는 여자.

 

식사 때마다 저 여자는 한번도 거르지 않고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

 

난 그 말을 무시한 채 식사를 가져와 밥상에 앉았다.

       

날 사랑하기 때문에 가둔다는 저 미저리 같은 여자 때문에 이곳에 갇힌지 100.

 

내 머릿속은 온통 이곳을 탈출하고 자유를 되찾자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

 

창문으로 탈출 하는건 창문이 두꺼운 쇠창살로 막혀있어 불가능 하다.

 

식사시간에 구멍으로 들어오는 여자의 손을 낚아채고 문을 열라고 소리치는 방법 역시 힘들 것이다.

 

저 독한 여자는 손이 찢어지고 부러질지언정 절대 문을 열지 않을게 분명했다.

 

사랑이랍시고 사람까지 가둬놓는 여자니 더 볼 것도 없다.

 

벽에 구멍을 뚫는 생각도 해봤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최후의 선택을 하기로 했다.

 

난 책상에 꽂혀있는 커터칼을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이제 방법은 이것뿐이다.

 

 

 

 

 

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가 묻은 칼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손목을 긋는다는게 그리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내 손목에선 제법 많은 양의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 자리에 드러눕고는 눈을 감았다.

 

이제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잠시 후 익숙한 알람소리와 함께 여자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실눈을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식사를 넣어주던 여자가 쓰러진 내 모습을 발견했다.

 

아주 잠시간의 정적이 있은 후, 여자는 찢어질 듯 한 비명을 지르며 음식을 팽개치곤 급히 문의 잠금장치를 풀기 시작했다.

 

내 탈출 계획이 완벽하게 성공한 것 같다.

 

난 문이 열림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그 여자에게 몸을 날렸다.

 

그 여자는 내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난 쓰러진 여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열심히 달려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 여자가 쫒아오지 않는 다는 걸 확인한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곤 주머니에 있던 천 쪼가리로 손목을 지혈했다.

 

제법 통증이 있었지만 자유가 가득한 바깥 공기 덕에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100일간의 고통의 시간. 이젠 끝이다.

 

제일 먼저 뭘 할지는 이미 정해져있다.

 

난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커터칼을 꺼내어 들었다.

 

처음 내 눈에 띄는 사람이 자유를 찾은 후의 내 첫 번째 사냥감이다.

 

몇 달만에 다시 시작한 사냥에대한 기대감과 흥분감으로 벌써부터 심장이 뛰고 있었다.

 

이토록 즐거운 일을 막는답시고 엄마라는 여자는 날 그 지긋지긋한 곳에 가두었다.

 

날 사랑한다면서, 날 위한 일이라면서, 이것이 최선이라면서..

 

그 여자의 어긋난 집착으로 갇혀있던 100일은 내겐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이제 난 다시 자유를 찾았고 이 바깥세상에서 예전처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경찰에 잡히지 않는 다면 말이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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