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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악몽
게시물ID : panic_88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매릴린맨슨
추천 : 5
조회수 : 8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2 10: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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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렸을 때부터 꿈을 자주 꿨다.
 

그래서 인지 깊게 자지 못해 항상 아침이면 비몽사몽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을 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꾸는 꿈의 내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분명 어제 꾸다만 꿈이었는데 또 이어지니까 당신이라도 그렇지 않을까?
 

하여튼 내가 꾸었던 꿈을 소개해줄까 한다.
 

꿈에서 누군가가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그것은 허겁지겁 달려오며 우헤헤헤헤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도망가야겠다고 느꼈고 도망을 갔지만 결국 잡혔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났다.
 

문제는 다음 날 꿈꾸었을 때, 나를 쫓아오던 그것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없고 얼굴에 주름 한 가득한 괴기스러운 모습을 한 사람이었다.
 

꿈이었어도 그 공포는 피부에 깊숙이 와 닿았다.
 

문제는 나를 쫓아오던 괴물은 나를 잡아 가두어 입맛을 다시면서 톱으로 나의 왼쪽 팔을 잘라내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고 꿈이라는 것은 깨어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언젠가 탈출하는데 성공하였으나 매번 꿈 꿀 때마다 왼쪽 팔이 없는 장애인인 채로 살아갔다. 쭈욱.
 

그러다가 나이가 좀 들고 꿈속에서도 이게 꿈이라는 자각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꿈속에 형상들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면서 꿈에 관한 서적들을 읽고 한 번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주워듣기 시작했다.
 

정신분석이라고 들어봤는가? 심리학의 일종이라는데 하여튼 꿈의 내용을 분석해서 현재의 심리상태를 알아가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위에서 언급한 감금과 팔이 잘리는 꿈을 꾸었을 때 현실에서는 나의 아버지는 가출하였고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나를 자주 구타하고 옷장에 몇 시간씩 가둬서 방치했다.
 

그러니까 꿈에서도 나의 불안함과 트라우마가 녹아 들어간 것이겠지.
 

그리고 조금 더 자라서는 이런 꿈을 꾸었다.
 

납치당해서 해적선에 끌려가 노예로 일했다.
 

재물도 다 빼앗기고 허구한날 선원들한테 맞고 탈출 시도를 할 때마다 붙잡히고 죽인다는 협박을 듣고...... 나는 꿈속의 나는 또 하나의 인생을 살고 있음을 알기에 잠들지 않으려고 3일간 밤샌 적도 있다.
 

그렇지만 어디 사람이 잠을 안 잘 수가 있나. 비록 괴로워도 어차피 이것은 꿈이다는 생각으로 버텼을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 몰래 탈출하여 구조 당해서 다시 나는 평화를 되찾은 듯했다. 물론 해적들이 나의 눈 한 쪽을 뽑아서 이제 나는 애꾸에다가 팔 없는 장애인으로 살아갔다.
 

이 꿈을 꾸었을 당시 나는 학교 폭력으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었다. 빵셔틀, 왕따, 삥 뜯기.... 당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당해보았다.
 

아이러니하게 꿈과 현실 모두가 지랄 맞았기 때문에 나는 안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몰랐다.
 

내가 잠을 깊게 자지 못해 꿈을 자주 꾸는 것인가 해서 몇 번을 수면제를 먹어본 적이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다음 번 꿈꿀 때 무언가 내가 빠진 부분이 보이기 시작해서 그만 뒀다. 뭐 굳이 예를 들자면 해적들한테 납치당했을 때 수면제 먹고 어느 날 깊게 잠들었는데 그 다음에 꿈꿀 때 꿈에서 나의 몸은 원인모를 멍과 핏자국들이 수두룩했다.
 

나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무서워 다시는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혹시 모르는 사이 무언가 몸이 더 망가져 갈까봐.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꿈을 꾸고 있다.
 

마녀로 보이는 한 여자가 내 목을 조르면서 나한테 계속 무엇을 먹인다.
 

그래그래, 맛있게 먹으렴 낄낄낄......” 그녀는 낄낄 웃으면서 뾰족한 요술 지팡이로 나를 이리저리 푹 지르며 깊은 상처를 내었다. 온 몸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꿈 속의 나는 애꾸에다가 팔을 잃은, 온 몸에 구멍이 뚫려 피나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나는 나의 처지를 비관하며 드디어 내가 전에 해결했던 방법으로 또 이 꿈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XXX, 선생님께서 보자고 하시네요.” 잠에서 깨고 정신을 차려보니 파란 옷을 입은 간호사가 나를 나긋하게 부르며 안내해주었다.
 

그녀는 아마 모를 것이다. 지금 내 주머니에 식당에서 훔쳐온 포크가 있다는 것을.
 

나는 실실 웃으면서 그녀를 따라갔다.
 

선생님에 대한 단죄가 드디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살려달라고 외쳐도 나는 평안을 찾기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다. 과거 어머니의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독살 당한 일진 새끼들의 얼굴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을 때 그 쾌감, 그리고 안도감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오늘, 다시, 꿈에서 평안을 찾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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