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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문 앞의 그림자
게시물ID : panic_883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rilliantRed
추천 : 37
조회수 : 327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6/07 0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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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마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쯤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국민학교라고 했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가물가물한 기억이죠. 그래도 남아있는 건 당시 사촌 누나가 TV의 가요제 같은 걸 보면서 쟈가 대상 받을 거 같다 아이가.” 했던 기억입니다. 그리고 그 참가자는 대상을 받았고 그 사람은 담다디를 불렀던 이상은씨였습니다.
 
그 사촌 누나네는 외삼촌 댁이었습니다. 이종사촌들은 누나 둘과 형이 한 명 있었죠. 그 당시 부산은 다른 도시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외삼촌 댁은 양산이라는 외지에 있어서 (물론 지금은 엄청 발전했지만) 거의 시골과 다름 없었습니다.
 
외삼촌 댁은 외할아버지 댁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외할아버지 댁은 거의 초가집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외양간에는 소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이래저래 불편해서 초가집 같은 외할아버지 댁보다 근처의 외삼촌 댁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외삼촌 댁은 산중턱에 있어서 좀 올라가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서론이 길었네요. 여하튼 여름 즈음이 되면 우리 가족은 외갓집에 자주 갔었고, 나는 특히 내 또래의 누나 형이 있는 외삼촌 댁에 자주 가려고 했었죠. 남동생만 있었던 저에게는 내가 따를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밤에 자다 깨서 이상한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항상 그 집에서 잘 때면 한밤중에 깨서 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그 집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아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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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집이지만 초가집 같은 흙 집은 아닙니다. 대문은 없고 담벼락이 시멘트로 되어 있으며, 마당이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집 자체의 문은 섀시 문이었습니다. 유리는 불투명이었던 것 같구요.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대충 3d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봤네요. 주위에 외삼촌 댁 말고는 한 50미터 정도 가야 집이 몇 채 있었던 것 같아요.
 
 
내부 구조는.
 
002 (0_00_00_00).jpg
 
이런 식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형 누나들이 자는 작은방에서 잤습니다. 안방에는 외삼촌과 외숙모가 주무셨구요. 머리를 마당 쪽으로 해서 큰누나, 작은누나, , 그리고 형 이런 순서로 다닥다닥 붙어서 잤습니다. 누워서 머리 위쪽을 보면 샤시 문이 보였죠.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새벽에 깨게 됩니다. 새벽인지 한밤중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모두가 잠든 밤입니다.
 
 
혼자 깬 상태로 다시 잠들려고 하지만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그런 느낌. 자는가 아니면 자는 척을 하고 있나 하고 살펴보고 있는 시선.
 
뭐 사실 그 나이에 그런 느낌이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죠. 그 때를 떠올리면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네요. 지금도 약간 꺼림칙합니다. 희한하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그래서 나는 어떤 느낌이 드는 방향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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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어떤 그림자가 마당 담벼락 밖의 가로등 빛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데 저기 저렇게 서있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다시 잠이 살짝 들었다가 깼을 때도 그 그림자는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정말 무서웠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문을 살짝 연 채로 우리들을 보고만 있지? 그림자형태를 보니까 여자 같은데 왜 저러고 있을까? 그런 생각만 가득했죠. 그러다 다시 잠들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그림자는 그날만 본 게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외삼촌 댁에서 자는 날마다 항상 한밤 중에 잠이 깨 이상한 느낌을 받아 위쪽을 보면 그 그림자가 샤시 문을 살짝 연채로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웠죠. 그래서 형, 누나한테 말했습니다. 밤에 자다 보면 누가 저기 문을 열고 우리를 가만히 보는 거 같다고. 무섭다고. 혹시 본 적 있냐고요.
 
누나들과 형은 무슨 소리 하냐고 했었습니다.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저 문이 좀 허술하지만 그래도 잠그고 잔다고 문 안 열린다고 했었죠. 내가 자다가 꿈을 꾼 거라고도 했습니다. 나는 보는데 다른 같이 자는 사람들은 아무도 안 깨고 모른다고 하니, 그 날도 그렇게 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자다가 다시 깼죠. 고개를 들어 보니 그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섀시 문을 반쯤 열고 우리를 보면서. 빛을 등지고 그림자로만 보이니 사실 우리를 보고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건 사람의 그림자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제 말을 안 믿어줬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얼른 옆에서 자고 있는 형, 누나들을 깨워서 저거 보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저 그림자가 눈치챌까 봐 작은 목소리로 사촌들을 깨웠습니다.
행님아~ 누나야~ 일나봐라~ 저 봐라 나왔다!! 귀신 나왔다고!!”
 
정말 이상한 일은 제가 아무리 형과 누나를 깨워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저는 사촌 형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는데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예전처럼 이불을 뒤집어 썼고, 시간이 얼른 지나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잠이 들었죠.
 
다음 날, 형과 누나들은 제가 그렇게 열심히 깨웠다는 걸 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네가 주먹으로 우리 얼굴을 치면 왜 안 깨냐면서. 오히려 그게 다 네 꿈이라는 겁니다.
 
저는 그 날 이후로 그 집에서 놀다가 해가 슬슬 기울면 자고 가라는 외삼촌과 형, 누나들의 말에도 불구 하고 혼자서 5분거리인 외갓집으로 뛰어 가서 잤다고 합니다.
그 기억은 잘 없네요. 부모님 기억에는 외삼촌 댁에서 잘 놀다가도 해가 지면 고집을 부리며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서 잔다고 떼를 썼다고 합니다. 혼자서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겁에 질려 뛰어서 갔던 기억도 나네요.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다가 불현듯 떠오른 게 있습니다.
외할머니께 그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습니다. 외삼촌 댁에서 나와서 외할아버지 댁에서 잘 때에요. 그 때 외할머니께서 말씀 하신 게 그 집은 산 중턱에 있으니까 뒤쪽에 무덤이 많다. 못 보던 애가 그 집에 들락날락 하니까 구경하러 나왔나 보다. 자주 가면 안 나올 끼라. 그러셨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그 시절 제가 봤던 건 무엇일까요? 아니, 누구 일까요???
 
<이 이야기는 실제 경험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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