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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는 것을 정말 잘 해왔나보다 -3
게시물ID : readers_254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유빙글
추천 : 1
조회수 : 2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13 05: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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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요 근래,

부쩍 너가 너무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때,

내가 너를 쫒아다닐때,

사귀기 시작한 날,

정말 그 후로 많은 일들을 매일밤 침대에누워 처음부터 다시 떠올린다.

회상이 끝나고

나에게는 항상 이렇게 커다란 너에겐

난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되새긴다. 그래서 지금 우린 이런거라고 스스로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번민이 가득한 새벽에 한참을 몸부림치다

나의 하루는 눈을 감는다.


일년에 서너번 꿈에라도 너가 나타나면

깨고나서 한참을 현실로 나의 정신은 돌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요새는 하루에도 몇번씩 문득문득 너의 생각이 

날때면 궁금해서 질문을 허공에 던져봤었다

살아있을지.


우울증에 너무 힘들어했던 아이.

나에게 너무 생소한 질병이라 이해하지 못했던 나였는데

이제는 너가 말한 것들중 일부는 

나의 일부가 되었다.


병원에서 인격장애중 한갈래의 진단도 받았다.


내 생각과 행동의 전반적인 부분에는

그 인격장애가 관통을 했었더라, 나도 너도 그렇게 생각은 안해봤었던 것 같다.

그냥 미쳤다는 생각만 자주했었지.


무튼

그랬던 너가, 이제는 힘들때 어떻게 넘기고있을지

치료 오래받는 곳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되가는지

그렇게 살아있는지가 나는 너무 궁금했었다

아니 나 스스로 그런거라고 되새겼다.


오랜기간 걱정하고 아끼고 지켜주려 하며 지냈기때문에

살아있는지가 걱정되고 궁금한거라고

스스로 되새기며 다른 마음이 아니라고 정리했다고 

자위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그 마음이 커지고 

어느 날 밤, 너와 있던 일들을 되새기다

알았다.

살아있는지 궁금한 것만이 아니라, 보고싶고 다시 너와 함께하고싶다고

아마 내 인격장애든 다른 거든 무엇이 되었든

바뀌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전까지는 나는 너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걸 그제야 알았었다


바뀌는 건 없었다 

참아내야 하는 생각이 하나 더 늘었을뿐이였다.



그러다 며칠전 

실수라 해야되는지 사고라 해야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철을 타고가다

너가 사는 전철역을 지나갈 일이있었고


그 전철역에 전철이 정차했을때

그냥 나는 내렸다.

계획도 생각도 없었다


몇번이나 했었던 너가 살던 동네에들려

마음을 정리하려고

너와 갔던 곳들을 하나하나 누비며 그랬지 하고 혼자 추억찾던

그런 궁상떠는 것도 아니였다.


그냥 내렸다.

그리고 그냥 걸었다.


몇군데 아픈, 웃긴, 소소한 기억들이 있던 곳들을 지나치고

나는 너가 살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너가 살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사가진 않았을거라 생각하며 걸었다.


만나려는 의도는 없었다.

의도도 마음도 모르겠었지만 그냥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가 살았던 빌라에 도착했다.


들어갈 생각은 없었으니 그냥 가만히 쳐다보다

그 곳이 사는 곳인지 알고싶어 빌라 주변을 돌아봤다

너가 세워두던 스쿠터가 있을까 싶어서


없었다.


이사를 했거나 혹시라도 살아있지 않는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할 수 있는것도

알 수 있는것도 없으니


그렇게 빌라에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무생각없이 빌라 옆 주차장을 보았는데

너와 어떤 남자가 있었다


난 시력이 매우 나쁘다.

너가 안경쓴 것보다 벗은 것이 낫다고 했었고

나는 렌즈를 끼지 못하니

나는 시력이 나쁜채로 다니게됬고

지금도 적응해서 그게 편하다


그러고보니 너와 삼성인가 역삼쪽의 건물들 사이에서

시력이 나쁜데 일부러 그냥 다니는 너가 신기해서 왜 안쓰고 다니냐 물었고

너가 그게 더 편하다며 건물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글을 쓰기 좀 전까지만해도

나는 내가 그냥 안경원래 안쓰고 다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였네


무튼

난 시력이 나쁘고

사람얼굴을 정말 기억과 구분을 못한다

연예인도, 일반인도 얼굴보고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그렇기에 나는 혹시라도 널 보면

당연히 못 알아 볼 거라고 생각했다.

길가다 몇년만에 봐도 한눈에 알아본다는건 영화나 드라마, 노래가사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너가 아마 다른 옷이였거나 

다른 상황이라거나

정말 길에서본다면 모를수도 있을거라고 지금도 생각하지만


며칠전 너는

나와 몇번 탔던, 타는 법 초반을 내가 알려줬었던 스쿠터를 타고 있었고

나와 삼성역에서샀던 옷을 입고 있었다.


투애니원의 아파라는 노래처럼 

내가 사준건 전혀 아닌 너무 비싼것들이였지만 

(사준것도 없던가 거의 없던가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것들이였고 색깔역시 독특하다.


무튼 그렇게 난 눈을 찡그리거나 시간을 소요하지않고도

너라는 걸 알았고

난 당연히 고개를 격하게 돌리고 그 골목을 벗어났다.


너가 알아봤을지 그런건 모르겠다. 다만 당시에는 타이밍에 감사했다.

내가 주차할 곳들을 둘러볼때는 없다가

떠나려할때쯤 너가 왔고 너를 봤기에 왠지 모르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근데 나보다 시야도 넓고 눈썰미도 좋은 너가

날 알아봤을지 어떨지는 자신이 없다.

눈이 나빠서 너가 어딜보는지도 난 안보였으니까


그리고 골목을 벗어나서 난 깨달았다.

그 주차장에는 들어오는 길이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들어오면서 내가 보일 수 밖에 없는 길이고

하나는 전혀 안보이는 길인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난 그때 미쳐있었기에 소리를 들었는지 아닌지도 전혀 몰랐으니

모르겠다.

봤을까봐.. 너가 어떤생각이 들지 모르겠어서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어쩔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난 골목을 벗어나 무작정 걷다가

코인 노래방엘 들렸고

여러 추억이 깃든 노래들을 목이 찢어져라 불렀다

악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벽을 치고 싶어도

난 그런거 못하는 사람이니 

노래라도 크게 부르고 싶었다.


그리고 너와 있던 남자가 떠올랐고

나의 밤은 참아낼 것이 더 늘었다.

당연히 너는 그럴 자격도 가치도 있는 사람이고 의지도 있으니

그럴거란걸 알았지만

보게될 줄은 몰랐다.


그냥 그 뿐이다.


궁금하던 살아있는지에 대답에

만점짜리 대답인

잘 살고있다는 답을 얻었는데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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