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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13화 서해영 리뷰] 홀로서기. 나란히 서기.
게시물ID : drama_457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밀덕덕
추천 : 15
조회수 : 97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14 20:54:59
사실 13화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느낌은 아는데 그걸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 어려웠달까. 그 복잡미묘한 심정을 묘사하기 힘들달까. 한태진과의 이야기도 마무리된 게 없고...
 
그래서 14화까지 보고 난 뒤에 좀 정리해서 올릴까도 여러 번 고민했다. 그런데 결국 그게 그거겠더라.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 때라고 될 리가. 때론 빠른 포기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편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해서 최대한 가볍게 그리고 수박 겉핧기 식으로 서해영에 대해서만 가볍게 살펴보도록 했다. 
 
 
 
1. 그냥( or 미친) 오해영에서 오해영으로
 
 
13화에서 보여준 서해영의 변화는 신선하다. 12화에서의 냉수 찜질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박도경의 밀어내기에 냉정을 되찾았는지 그녀는 마음이 '선선해'졌다. 1화부터 12화까지 보여주던 미친 여자로서의 모습을 잠시 벗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마냥.
 
1화에서부터의 술 먹고 진상부리고 애교 쩔고 들이대던 모습에 익숙한 시청자들과는 달리 진짜 서해영의 원래 모습은 13화에 가까웠을 확률이 꽤 높다.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고 좀 더 의존적이고 눈치 보는 스타일이었겠지.
 
하여튼 박도경이 돌아와 다시 시작해보자고 말해서 선듯 받아들이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일견 당연하다. 박도경이 준 상처가 워낙에 많았어야 말이지.
 
원래의 재고 따지던, 남에게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방어적이고 조심스레 늘 남이 주는 것보다 적게 되돌려주던 서해영의 입장에서 박도경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또 무슨 일이 생기면 도망갈지 모르는 남자로 보였을 것이다.  또한 서해영의 관점에서 박도경은 전해영과의 관계도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다.
 
전해영은 무슨 소리인가 싶으실텐데 서해영은 박도경이 전해영과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이야기해준 적이 없으니까. 아무튼 이 왔다 갔다하는 남자에게 어지간히 정나미가 떨어졌는지 서해영은 그 자리에서 바로 차버린다.
 
그리고 한태진을 만나 '우리 그만 만나자. 그만 보는 게 맞는 거 같애'라고 이야기한다. 서해영은 박도경만이 아니라 한태진마저 차버린 것이다. 자기한테 짜게 군 남자 두 명 모두를..., 이건 서해영이 기존의 남자에게 의존하던 성향을 탈피했음을 의미한다. 이거 놀라운 변화다.
 
 
허지아 여사: "붙었다 찢어졌다 붙었다 찢어졌다 그저 남자 남자 남자"
 
 
빠심을 잠시 접어두고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자.
 
서해영은 한태진에게 파혼당하고 박도경에게 꽂혀 쫒아다녔고, 박도경이 끝내 밀어내는 것 같고 한태진이 출소하자 한태진을 다시 만날까 고민했었다.물론 박도경과 사귀기 시작하자 한태진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파혼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박도경과 멀어지자 다시 한태진을 만났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주변에 이런 여자가 있다고 하면 남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저 자기 감정따라 앞뒤 가리지 않고 남자 없으면 살 수 없는 여자로 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
 
또한 이 여자는 1화부터 12화까지 주구장창 술에 취해 떡이 되서 살아왔다. 밥 먹을 때도 맥주 한 캔은 기본인 여자다. 그런데 알코올 중독은 술에 의존하지 않으면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 쉽게 일어난다.
 
까놓고 말하자. 이 여자는 극 중의 제 3자들이 봤을 때 얼마든지 술과 남자에 빠져 사는 여자라고 생각할만한 상황이다. 예전에 박도경이 결국 죽은 뒤 서해영이 허지아 여사와 비슷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랬던 서해영이 한태진과 박도경 두 명을 모두 정리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13화 내내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한태진과의 저녁 식사에서도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없었다. 서해영은 이제 남자에게도 술에게도 의지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
 
 
서해영: "이제 이사님처럼 남자따윈 필요없어. 사랑따위 개나 줘버려. 그런 삶 한 번 살아보려구요. 쿨하고 시크하고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써."
 
 
무언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두 발로 당당하게 살아보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랄까. 그냥 오해영이나 미친 오해영이 아니라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보겠다는 선언.
 
 
 
2. 정정당당 or 당랑거철
 
 
결심이 꽤 대단했는지 서해영은 곧장 전해영을 만나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서해영: "사표 쓸까도 생각했는데 여기서 그만 두면 영영 회복하지 못할 거 같아서. 너는 이쁜 오해영 나는 그냥 오해영. 영영 그렇게 남겨질 것 같아서. 한창 사춘기 때 너랑 비교당하면서 나 스스로 못난 애라는 의식이 있었던 거 같애. 지금도 그렇고. ...너 있는 데서 너 보면서 극복해보려고."
 
전해영: "넌 예나 지금이나 참 훌훌 잘 털고 일어나."
 
서해영: "내가?"
 
 
그동안 내내 숨겨왔던, 단 한 명 박도경에게만 고백했던 그 자격지심을 그 원인제공자인 전해영에게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자기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정면돌파해보겠다는 결의를 원인제공자에게 밝히는 건 얼마만한 용기가 필요할지 쉽게 유추하기 어렵다.
 
이미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지고 나서야 맞설 생각을 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독기일까 아니면 박도경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든 잊어보겠다는 발악일까.
 
솔직히 이해는 간다. 서해영은 전해영과 과련된 오해 때문에 파혼 당했고 자기는 바보 같이 전해영의 전 남자를 좋아했다. 거기에 회사까지 도망치듯 떠난다고 상상해보라. 그녀의 표현대로 이대로 도망치면 영영 전해영보다 못난 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이나 전해영 때문에 사랑을 잃었는데 자기 삶마저 잃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가보겠다고 선언한 것일테고.
 
 
그런데 이 장면은 5화의 청담동 스테이크 하우스와 연관되는 장면이다. 그 때 전해영과 먼저 마주친 서해영은 '집에 쳐들어가지 뭐. 어디 사는지 다 아는데'하고 전해영이 말하자 '넌 여전히 당당하구나'하고 말했었다. 그리고 전해영은 왼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랬나? 내가 당당했나?'하고 의뭉스런 표정을 지었었다.
 
지금이야 다들 알겠지만 사실 전해영은 지금껏 다른 사람의 기대와 바램에 맞추어 살아온 여자였다. 겉으로만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뿐 늘 타인의 시선과 반응에 노심초사하며 살아온 여자다. 그녀는 지금껏 한 번도 속까지 당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13화에서 '예나 지금이나 훌훌 잘 털고 일어나'라는 전해영의 말에 서해영은 '내가?'라며 반문하고는 의뭉스런 혹은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5화에서의 전해영이 지었던 것과 같은 표정. 전해영과의 말과는 달리 서해영은 아직 훌훌 털지 못했다는 뜻.
 
 
서해영: "나 박도경이랑 완전히 끝났어. 잘 해봐."
 
 
살면서 한 번도 진짜 당당해본 적이 없던 전해영처럼 전혀 훌훌 털어버리지 못한 서해영이 하는 대사다. 아직 박도경을 잊지 못했으면서도 전해영에게 잘 해보라고 응원하듯 말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빡쳐서 한 방 먹인 거다. 전형적인 여자어랄까. 문맥 그대로 이해하면 안 되고 한 번 꼬아야 한다. 대충 해석하자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니가 내 심정을 뭘 안다고 훌훌 터니 마니냐. 그래, 니가 아직 목 매는 박도경 난 버렸으니까 너나 주워서 써. 둘이 아직 미적지근할테니 잘 해봐.]
 
 
남의 속도 모르고 염장이나 지르고 있으니 곱게 보일리가 없다. 언제 술 먹느냐는 말에 언젠가라고 답한 것도 당연하다. 너희 둘 때문에 지금 이렇게 힘든데 둘 다 쌍으로 남의 속도 모르고 제멋대로 구니 빡이 칠 수 밖에.
 
이렇게 돌려까는 서해영의 모습이 익숙치 않으실 거다. 그러나 이후의 모습을 보면 서해영은 한결 같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을 만났을 때에도 길거리에서 아는 척한다고 티밥을 줄 때도 그녀는 계속 방어적인 태도였다. 응급실에서 우연히 마주치자 바로 블라인드로 가려버렸다.
 
사실 블라인드로 가린 건 다른 의미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방어적이고 더 이상 박도경으로부터 상처 입지 않고 싶어하는 속내는 확고했다.
 
 
 
3. 다 숨길 수 있어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숨길 수 없다.
 
 
서해영은 박도경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를 잊기 위해 자기 몸을 학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예전과 달리 술도 남자 같은 외부의 요인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은 그것 뿐이었다. 보기 드물게 열심히 일하는 장면도 나오고 말이다.
 
필자는 사실 이 장면에서 작가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서해영은 13화에서 감기에 걸리는데 그녀는 일부러 감기를 방치하여 몸을 괴롭게 함으로서 박도경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흔히 말하듯 사랑과 감기는 숨길 수 없다.
 
부지불식간에 기침이 튀어나오듯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추억이 떠오르고 멈추지 않는 콧물처럼 속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일상을 공유했던 것만큼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순간마다 떠오르는 그 사람의 모습을 어찌 쉽게 잊겠는가.
 
그래서 서해영은 맞지 않는 신발을 일부러 신으며 온 신경을 발로 쏟는다. 자기 몸 어딘가를 아프게 함으로서 그를 잊고 신발을 벗는 그 순간이나마 잠시간의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게. 그가 없어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자신의 삶에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생기도록.
 
필자 개인적으로는 발을 아프게 만들고 그 발에 집중함으로서 자신도 모르게 박도경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의미도 있지 않았나 싶지만.
 
 
어쨌든 결국 사랑 때문에 아프고 감기 때문에 아프던 그녀는 응급실로 실려간다. 그리고 침상에 실려가면서 서해영은 박도경의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바닥의 바닥까지 친 순간 자기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에 계속 눌러놨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자, 미련하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책망하며 좀 살만해지니까 떠오른다며 서해영은 스스로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부정하기는 했지만 결국 지금 그녀에게 진짜 필요하고 살아있게 하는 건 박도경임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막상 박도경이 자기 맞은 편 침상에 앉아 있음을 발견하자마자 서해영은 놀라서 블라인드를 쳐버렸다.
 
사실 이 장면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 이상 박도경으로부터 상처 입고 싶지 않은 그녀의 방어적인 성향이 작용한 것 같기도 한데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자신이 박도경 때문에 이렇게 아프고 괴롭다는 걸 들키고 싶어하지 않은 모습처럼 보였달까.
 
이 복잡미묘한 여자의 심리를 딱 정리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양자 모두가 동등하게 작용한 것 같기는 한데... 박도경의 고백씬 이후 냉큼 달려간 걸 보니 후자가 좀 더 컸던 것 같기는 한데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13화는 전체적으로 남자가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여튼 박도경의 본심 고백 이후 서해영은 그의 뒤를 쫒아 달려간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각하기도 했거니와 연락 한 번 없이 잘 사는 것 같았던 박도경이 자신처럼 똑같이 아프고 괴롭다는 사실에 기쁨과 위안을 모두 얻었을 테니까.
 
무엇보다 박도경이 전해영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차지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또 파혼시키겠다고 그래서 너한테 미안해하겠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던 것이 아마 직격타가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전해영 때문에 또 한 번 내 인생이 망가진 건가 우울해하던 그녀의 깊은 상처를 한방에 씻겨준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서해영이 예전처럼 수동적인 입장에서 박도경을 대할 확률은 낮은 편이다. 아마 달라진 모습으로 박도경과 만나게 되겠지.
 
사실 10화에서 박도경과 서해영이 사귈 때에도 서해영은 여전히 수동적인 입장이었다. 키쓰로 박도경의 마음을 확인한 다음에도 그가 부르고 나서야 달려왔고 만나고 나서도 '이제 뭐해줄까요'하고 물었으며 대리 사건 때에도 아쉬워했지만 끝까지 자기주장을 지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명장명으로 생각하는 키스씬들을 보면 먼저 달려든 것은 전부 박도경이었다.
 
그런데 13화 마지막의 키스는 서해영이 먼저 시작했다. 얼핏 '참 잘했어요. 이건 상이야'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 장면은 아마 서해영이 두 사람의 관계에 이전보다 주도적인 입장을 취할 거라는 걸 암시하는 장면 같다.
 
결론은 박도경은 이제 꼼짝없이 공처가인 거다. 이젠 화난다고 예전처럼 도망도 못 갈 거고 서해영이 시키면 군말없이 따르도록 조련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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