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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의]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_2
게시물ID : panic_886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16
조회수 : 131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6/20 10:12:50
 
봉신당_참회의서.jpg
크등장인물 최종_다음.jpg

    ※ 움짤등 다소 불쾌/혐오스런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 포토소설로 형식상 모바일에선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되도록 PC환경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 1-2편입니다. 혹 이게 처음이시라면 1-1편을 먼저 보셔야 겠죠?

       1-1편 바로가기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268180&s_no=1268180&kind=humorbest_sort&page=1&o_table=panic




*******

카키의 말이 끝나자 내내 어둠 속에 서 있던 사내 하나가 전등불 아래로 걸어 나왔다. 노란 바탕에 두터운 붉은 선이 두 개, 그 위로 작은 별 두 개가 빛났다. 장교인 가토와 같은 중위 계급장이다. 허나 부대표식이 달랐다. 계속된 사고 소식을 듣고 상급 부대에서 파견한 군 수사관 후지무라 신이치 중위였다.

 

이봐 다카키! 그러니까 네 말은... 이치로가 귀신에 홀려 아군을 쏘고, 자살을 기도 했다?”

... 하이!”

그일 이후에도 비가 오는 밤이면 초소에서 그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이!”

그리고 죽은 이치로 말고도 그 곳 초소에서 근무한 2명이 더 죽었고, 사상자는 도합 11명! 그게 말이 되나?”

... 하이...”

 

점점 더 거세어지는 수사관 신이치의 목소리와 반대로 다카키의 대답은 점차로 작아져만 갔다. 그럼에도 신이치는 멈추지 않고 호통까치 치며 다카키를 몰아붙였다. 다만 이상했던 것은 그의 시선이었다. 그는 문제가 된 다카키가 아닌 곁에 선 가토를 바라보며 외쳤다.

 

위대하신 천황의 명을 받들어 대동아공영권(大東亜共栄圏)을 목표로 만주에 주둔한 황군(皇軍)! 그깟 귀신 때문에 죽고! 또 미쳐갔다!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거냐고!”

 

그러자 내내 듣고 있던 가토가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그쯤 하지 앙!”

아이고... 자기 병력을 귀신한테 잃어버린 얼간이가 나오셨군?”

?”

 

비아냥거리며 가토를 바라보는 신이치, 두 사람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가토가 주먹을 움켜쥐자 신이치가 다가서며 말했다.

 

그쯤 하라고? 사상자 11명이 발생한 중대한 군 기강 해이 사건의 전말이... 귀신? 나보고 이걸 어떻게 보고하란 말이지? ?”

거짓말 같으면 네가 직접 초소 근무를 서 보던가! 그 후에도 두 놈이 죽었어! 거긴 저주받은 게 틀림 없어!”

호오 그것도 좋겠군. 겁쟁이들! 무서워 쩔쩔 매는 꼴이라니...”

! 너 이 자식!!”

 

1-2-1.jpg


가토와 신이치 두 사람의 시선이 맹렬히 부딪혔다. 미묘한 대립이 느껴졌다. 사고가 일어난 부대의 책임자와 상급부대의 군 수사관, 계급은 같다하나 처해있는 처지가 달랐다. 분명 갑을 관계를 따져도 신이치 중위 쪽이 위였다. 허나 그럼에도 가토의 눈빛엔 조금의 물러섬도 없었다. 외려 더 노골적인 적대감을 담아 쏘아 볼 뿐이다.

 

두 사람... 여전하구만!”

 

치열한 시선의 대치를 끊어낸 것은 만주 사령부 예하 병참대 753부대의 부대장 스기야마 하지메 대좌였다. 그는 인사(人死)사고가 난 부대의 지휘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곤 신이치와 가토, 두 사람 사이에 서서 양쪽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두 사람 육군사관학교 생도시절부터 라이벌이었다지?”

하이! 송구스럽게도...”

 

신이치가 고개 숙이며 대답하자 스기야마는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짚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후방이라 해도... 여긴 만주고 전쟁터야! 누가 죽는 일 따윈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지! 아닌가?”

... 하지만 이 사건은 우군을 끼리의 난사로 인한 군 기강 해이 사건으로...”

신이치군!”

하이!”

 

돌연 신이치의 대답을 끊어내는 스기야마, 그가 내밀한 시선을 던지며 나직히 말했다.

 

자네는 이 일이 크게 확대되길 원하나?”

... 아닙니다.”

비록 지금은 내가 병참부대에 내려 와 있지만, 아마 오래 머무르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서 난 최대한 조용히 있고 싶고, 더 이상 이 일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스기야마의 날카로운 시선이 신이치를 향해 쏘아졌다. 일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 다는 스기야마 대좌의 말, 군 수사관인 신이치의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덧붙여진 스기야마의 협박성 언질이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비록 지금은 윗선에서의 정치적인 문제로 좌천되다시피 만주로 내려와 있다 해도 그는 군부의 거물이었다. 육군 원수를 2명이나 배출한 스기야마 가문의 삼남(三男), 일개 중위에 불과한 신이치가 쉽게 거스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신이치는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용기 내어 말했다.

 

... 하지만... ... 조사는 해야 합니다. 그게 원칙입니다. 지나간 과오는 그렇다 쳐도, 아직 이 일은 매듭지어진 것 같지 않습니다. 추가 수사를 통해서 원인을 밝히고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것이 급선무...”

이런 빠가!”

 

신이치가 원칙을 고수하자, 불편해진 표정의 스기야마가 욕설을 내뱉으며 돌아섰다. 그리곤 신이치가 아닌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다카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카키 이등병! 아니 다카키 군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군.”

이등병 다카키!”

 

스기야마가 이름을 부르자 놀란 다카키가 큰 소리로 자신의 관등성명(官等姓名)을 대며 일어섰다. 일개 사병이 부대장을 독대하는 것은 쉽지 않거니와 다카키군이란 호칭까지 넣어 불러주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잔뜩 치밀어오른 긴장감이 다카키의 두 다리를 흔들어댔다. 그 모습을 본 스기야마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부동자세로 선 다카키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곤 부드러운 어조로 진정시키듯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긴장하지 말게... 그나저나 자네... 조선인이라지?”

... 하이!”

죽은 이치로는 일본인이고... 그렇지?”

... 그게...”

그나저나 그거 참 우연의 일치군... 다카키 겐지로, 조선 이름 박강성!, 하필 너는 조선인, 총기 난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치로 야스지는 일본인, 거기에 이번 총기 난사 사건으로 죽은 병사들 전부가 다 일본인! 우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만주 주둔 조선인 괴뢰부대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던데 말이야!”

! 아닙니다!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생각하는 내 생각이란 게 대체 뭐지? ! 혹시 더러운 조센징 학도병 하나가 조선인 괴뢰부대와 내통하여 위대한 황국신민(皇國臣民)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그 죄를 뒤집어씌운 중대한 반역행위를 말하나?”

...히익! ...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럴 리가 있나... 감히... 조센징 주제에 말이야.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 흐흐흐

믿어주십시오. 정말입니다.”

그래! 그래... 그럼 됐어 믿어야지! 그럼 믿겠네. 다카키 군 앉아서 편히 쉬게...”

... 감사합니다.”

 

다카키가 어정쩡한 자세로 의자에 앉자 스기야마가 웃으며 등을 돌렸다. 다카키는 그제야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등지고 선 스기야마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설마 하는 순간 스기야마의 손이 번뜩이고, 두 사람을 바라보던 수사관 신이치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칙쇼!”

... ......”

다카키!”

 

스기야마의 외마디 고함, 고통에 겨운 다카키의 신음, 그리고 신이치의 급박한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하지만 스기야마의 칼이 어느새 다카키의 복부를 꿰뚫은 후였다. 서슬 퍼런 군도(軍刀) 위로 시뻘건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배덕한 조센징!”

허억......으읍

 

스기야마가 웃으며 칼을 뽑자,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지는 다카키, 망연자실한 표정의 신이치가 다가와 말했다.

 

... 이러실 것 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이미 사망자가 많습니다. 병사들 사기도 많이 떨어 졌구요. 중요한 사건의 증인을 이렇게 죽이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신이치의 항의에도 스기야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칼을 가토에게 건넸다. 그리곤 예의 그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토에게 물었다.

 

가토! 내가 늘 하던 말이 뭐였지?”

하잇! ‘전투에 진 병사는 무죄, 하지만 경계에 실패한 보초병은 유죄입니다.”

 

신이치를 비웃듯 큰 소리로 대답하는 가토, 신이치의 낯빛에 낭패감이 깃들었다. 귀찮은 보고가 상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스기야마의 저열한 꼼수에 선수를 당한 것이다.

 

... 하지만!”


1-2-2.jpg


신이치군! 뭐 더 할 말 있나? 설마 이까짓 열등한 조선인 병사 하나를 죽인 것을 문제 삼기라도 할 셈인가?”


... 그건

? 나까지 처벌 할 생각인가?”

 

신이치와 죽은 다카키를 번갈아 바라보며 비열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스기야마, 그 모습에 분노한 신이치가 따지듯 외쳤다.

 

조선인도 일본인도 모두 다 위대한 천황의 신민입니다. 게다가 전시(戰時)에 천황의 군인을 죽이다니! 이럴 꺼면 군법(軍法)이 무슨 소용입니까!”

 

신이치가 소리치자 돌연 스기야마가 표정이 변했다. 흡사 성난 표범과도 같은 얼굴이었다. 그는 대뜸 신이치의 면전에 다가서 목을 움켜쥐며 호통쳤다.

 

전시(戰時)의 즉결심판(卽決審判)은 군법에서 인정하는 지휘관의 재량! 그리고 여긴 전쟁터야! 사람 한 번 죽여보지 못 한 햇병아리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으윽...”

 

목이 졸린 채 벽에 내 몰린 신이치, 턱이 들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쉰다. 목을 옥죈 스기야마의 손길에 숨이 막히는 듯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스기야마는 손을 풀지 않고 한참을 더 노려보다 비로소 냉랭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네 놈이 아버지를 믿고 그러는가? 오카무라 신이치! 군부의 실세 오카무라 중장의 숨겨둔 아들, 하지만 비천한 첩년의 소생이라지? 소문이 파다해! 네 놈 몸에 더러운 조센징의 피가 흐른다고 말이야! 조센징 계집의 가랑이 사이에서 나온 주제에 아버지 후광(後光)만 믿고 감히 날 능멸하려해? 그러고도 무사 할 줄 아나? 같은 조센징을 두둔하고, 나한테 흠집을 내려해?”

크흡...으읍...”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그깟 일로 날 어찌 할 수 있는가!”

 

스기야마가 손을 풀며 밀치자 신이치가 힘없이 나자빠졌다. 붙잡혔던 목이 불편한 듯 인상이 잔뜩 구겨져있다.

 

조선인은 개야... 우리 일본인의 개, 같은 황군이라도 개와 사람이 같은 자리를 하는 것은 불쾌하지... 그렇지 않나 가토?”

하이!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으으... 당신! 저는 상부에서 파견한 수사관입니다.”

흐흐흐! 수사관? 그럼 나도 쏘아 죽일 텐가? ? 내 목을 들고 만주에 있는 조선 괴뢰군에게 투항이라도 하게? 괜찮겠군. 부대장의 목을 들고 투항한 반 조센징이라... 흐흐흐 자네 아버지 오카무라 중장, 구리바야시 계()라지? 하지만 아마 오래는 못 갈 게야! 군부는 곧 우리 야마시타 대장의 계()가 장악할 테니 말이지! 흐흐흣 이봐 가토!”

하잇!”

소원이라니 수사에 협조해 줘... 혼자서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흐흐흐흐

하잇!”

 

말을 마친 스기야마가 가토의 배웅을 받으며 복도로 나가자 망연자실 해진 신이치가 원통한 듯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곧 스기야마를 배웅키 위해 복도 밖으로 나섰던 가토가 되돌아와 비웃으며 말했다.

 

... 열심히 한 번 해 봐! 뭐 건질 건 별로 없을 테지만 말이야 신이치! 흐흐흣

 

무력감에 젖어 고개 숙인 신이치, 가토가 비웃으며 나가려하자 갑자기 신이치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불러 세웠다.

 

이봐 가토!”

? 뭐 더 할 말 있나? 신이치군?”

어떻게 해결할 셈이지?”

무얼 말인가?”

죽은 다카키가 말한... 그것 말이야!”

아아! 그거?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손이라면 벌써 다 써 두었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혼령 때문에 4초소는 폐쇄 상태라면서!”

 

신이치가 의문을 품자 가토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 같나? 나 가토야! 육군사관학교 수석! 총으로 쏴도 소용없는 상대라면... 갚아주는 방법이야 뻔한 것 아닌가?”

... 설마?”

그래... 조센징들 중에 꽤나 신통한 무당들이 있다더군. 본토의 저명한 위령사(慰靈事)들 보다야 못하겠지만, 반도 귀신 잡는 덴 반도 무당이 특효 아닐까? 듣자니 쇄락한 조선 왕실의 액막이 무녀라나? 총독부의 인맥에게 부탁해 그것들을 후송하라 일렀지. 그러니 후속 처리는 걱정 하지 마! 더 이상의 피해는 없을 거야! 다 잘 될 거고 말이야! 늘 그랬듯이... 흐흐흣


1-2-3.jpg
 

가토가 웃으며 사라졌다. 홀로 남은 신이치만이 돌아선 가토의 등을 바라보며 분한 듯 중얼거렸다.

 조선인... 무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봉신당티져_500.jpg

 

봉신당 : 참회의 서


Written by 야설왕 짐보(미/스/공)


스터리/릴러/포 괴담공작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

'자료조사는 아무리 해도 한 것 같지 않고, 충분히 해도 반드시 모자람이 생긴다.' 누군가의 말 처럼 사실 고증을 철저히 한다면 오류 투성이의 누더기에 불과하겠지만, 덕분에 저는 모처럼 국사 공부를 꽤 했습니다. 그러니 노력을 보아서라고 모쪼록 어처구니 없는 부분이 나와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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