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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8월 훈련소의 추억...
게시물ID : military_632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르고13
추천 : 10
조회수 : 1618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6/06/20 15:30:42
본인은 89년 8월에 입대한 아재임...
8월...
가만히 있어도 육수가 흐르는데...
신교대를 갔으니 거의 초죽음 직전...
아...본 아재는 17사단 신병교육대 출신임

천장에 달린 세대의 선풍기...
한여름인데도 곳곳의 수돗가에는 물이 안나옴...
복도에 있는 뜨거운 보리차물과 정 찬물을 먹고싶음 기간병 내무반 목욕탕까지 가야함...
몸은 피곤한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끈끈하니 잠도 안옴...
녹색 민무늬 전투복은 어느새 허옇게 소금기가 반질반질...

어느 일요일...
종교활동을 마치고 오니 조교들이 집합시킴...
웬일로 수통에 찬물을 가득 채워주는게 아님...?
으잉? 뭐지...?
그렇게 우린 단독군장으로 각개전투교장 사역을 나감...
삽질. 곡괭이질.담가질...
어느새 우리들은 흙투성이가 되어가고 수통의 물도 바닥나고...정말 다른건 다참겠는데 목마른 고통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슴...

그때 여기저기서 웅성 거리며 "물이다 물이야" 하는 외침소리가 들림...
본인도 소리가 난쪽으로 조낸 달려감...
과연 몇놈이 시원하게 꼴깍소리를 내며 수통에 든 물을 맛있게 마시고 여기저기서 다음은 내차례라며 수통주인 앞에 치고받고 싸우며 줄서고 있는게 아닌가...

" 아...ㅅㅂ...이게 전우앤가? 를 되뇌이며 나도  줄을 서기위해 어느새 싸우고 있고...

그때 저기 물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한무리가 우르르 내달음...
따라가보니 정말 맑은 시냇물이 졸졸...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버들가...

다들 눈에 뵈는게 없어지고 물을 향해 우르르 내달려감...
물은 정말 천상의 맛 이었슴...
20평생에 이렇게 맛있는 물은 처음...
다들 세수하고 고개를 처박고 물을 마시고 수통에 담고...


그때 본인은 문득 고개를 들어 물이 흐르는 상류쪽을 바라보다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가 떠오름...
그리곤 말없이 삽질을 하기 시작함...





그 상류엔 돼지축사가 있었지...
그래도 그날 그물 먹고 탈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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