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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의]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명_1
게시물ID : panic_886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14
조회수 : 175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6/20 20: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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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움짤등 다소 불쾌/혐오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 포토소설로 형식상 모바일에선 다소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되도록 PC환경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시리즈 홍보를 위해 전편들의 링크를 남겨봅니다.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1 : http://todayhumor.com/?panic_88655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2 : http://todayhumor.com/?panic_88656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1 : http://todayhumor.com/?panic_88663



*******


#2. 숙명(宿命)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계속 그렇게 뻐기기야?”

글쎄 무슨 연유인지부터 밝히시는 게 순서라니까요!”

으이구! 이 벽창호! 천하의 꽉 막힌 놈!”

자꾸 그렇게 악담 퍼부으시면 전 돌아가겠습니다. 지금 며칠 전 부터 동생이 아파 걱정이 태산입니다.”

미안! 미안! 미안하다고오~ 그냥 따라 가 보면 안다니까 그러네!”

그러니까 그 이유를 좀 먼저 듣자 구요!”

 

도심 한 복판의 분주한 빌딩 앞, 두 명의 사내가 밀고 당기는,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실랑이를 거듭한다. 팔을 끌어 당기고 또 뿌리친 후 멈춰서기를 수차례, 급기야 참다못한 뿔테 안경의 사내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 ! ! 너 계속 빼면 내가 앞으로 밥도 안 사주고, ... 뭐야! 그 너 네 점집 사이비라고 기사도 낸다! ? 요즘 미디어의 영향력! 너 알아 몰라! 내가 봉신당 희대의 사기꾼들!’ 이렇게 기사 하나 내면 어떻게 되는지 보고싶어? 그러니까 제발... 제발 이번 한 번만 나 믿고 같이 좀 가주라 응? 내가 이렇게 빌께 제발!”

원하시면 기사 내십시오. 전 상관없습니다. 가사 나가도 몇이나 볼 지 모르겠고...”

! ! 지금 정론즉필(正論卽筆) 민족의 얼을 잇는 정통월간시사연예잡지(正統月間時事演藝雜紙) 우리 월간 선데이! 무시하니? 우리 천만 구독자 무시해?”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5천만명 사는 나라에 구독자가 어떻게 천만명이나 된단 말입니까?”

... 아니... 그건 뭐... 해외 동포도 있고... 이를테면 그렇단 말이지.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숨은 애독자가 많아요. 애독자 충성심도 높고, 그보다... 내가 이렇게 부탁하잖아 응? 제발... ! 나 지금 무릎 꿇는다. ? 사나이가 무릎 꿇어! ! 나 지금 꾸... 꿇는다! ?”

 

화를 내다 못해 이제는 아예 무릎까지 꿇고 비는 안경 사내, 그 모습이 사뭇 애처롭기까지 하다. 애가 타는지 바짓가랑이마저 붙잡고 늘어져 보지만 그의 앞에 선 젊은 청년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다. 숫제 돌덩어리다. 게다가 표정은 어찌나 냉랭한지, 냉탕과 온탕, 두 사람의 모습이 사뭇 대조적이다. 그 탓일까?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낫다 생각했는지 어느새 두 사람의 주위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 든다.

 

뭐야? 싸움 났어?”

몰라 저기 저 아저씨가 바닥에 누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 길래 뭔가 하고 보는 중이야!”

저 아저씨 되게 웃긴다. 야 뭐해! 사진 좀 찍어봐! 페이스 북에 올리게!”

 

모여든 사람들 모두 두 사람을 보며 한 마디씩 던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저 주목한 것은 무릎까지 꿇고 앉은 안경사내였다. 죄 지은 사람마냥 손바닥을 싹싹 빌다가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지 이제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두 다리를 쭈욱 벌려 발을 동동거린다. 마치 아이처럼 떼를 쓰는 모양새다. 그 감정의 기복이 우스운지 사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휴대폰을 꺼내 드는 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 하지만 그러한 반응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다 아는 동요 가사마냥 하나로 통일(?) 됐다. 마치 우리의 소원이 통일인 것처럼...

모두 안경 사내의 열렬한 구애(?)를 철저히 외면한 훤칠한 키의 젊은 청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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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완전 내 스타일이야...”

얼굴 완전 조그맣다! 어쩔꺼야! 바닥에 누운 저 아저씨 반도 안되겠는데?”

키는 또 왜 이렇게 커? 눈빛은 또 뭐고... 콧날은... ! 완전 예술인데?”

모델인가? 아님... 연예인? 영화배우? 이거 정말 사진 찍어야 되는 거 아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체로 여성들을 중심으로 먼저 시작됐다. 하지만 약간의 질투는 느낄망정 모여든 남성들 역시 그러한 기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누군가는 쉬이 지나쳐 잊어버릴 만도 한 두 페이지 분량의 가십기사 하나를 떠올리는데 성공했다.

 

나 어디서 본 거 같은데...”

? 누굴?”

저 잘생긴 오빠...”

오바 떨지마! 니가 저렇게 잘생긴 오빠를 어디서 봐!”

아냐 분명히 봤어. 뭐였더라? 우리 아빠가 냄비 받침대로 쓰는 요상한 잡지였는데... 아 맞다! 월간 썬데이! 그래! 나 거기서 봤어!”

잡지? 저 오빠 연예인이야?”

아니 그런건 아니고... 뭐라더라? 봉신당(奉神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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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데?”

무슨 특집기사 같은 거였는데... 그래 그거다! ‘꽃미남 무속인이 떴다! OO동 점집 골목 봉신당!’”

저 오빠 연예인 아니고 무당이야?”

몰라! 암튼 그 기사에서 사진 봤어! 이름도 기억나 설 산’”

아웅~ 산이 오빠!”

 

누군가는 귓속말로 묻고, 또 누군가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검색을 시작한다. 어느새 바닥에 누워 땡깡을 부리는 안경 사내의 4살 바기 어린아이 같은 행동 따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설 산’ ‘봉신당’ ‘꽃미남 무속인몇 개의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라도 점령할 듯 빠르게 회자된다. 그러자 그러한 낌새를 본인도 느꼈는지 훤칠한 키의 젊은 청년, 즉 설 산이 안경사내를 내려다 보며 답답한 듯 따져 물었다.

 

그쯤 하십시오. 정말 창피해서 더는 못 견디겠습니다. 이 기자님! 기자분이 체통을 지키셔야죠!”

야 됐어! 기자고 나발이고! 내 부탁 안 들어주면 나 못 일어나! 나 못 일어난다고!”

 

설 산이 좋게도 타일러 보았으나 기자라 불린 안경 사내는 타협할 마음이 없는지, 한층 더 성을 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댈 뿐이다. 협상 결렬,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민망함의 연속, 바로 그때 두 사람을 에워싼 군중들 틈바구니에 이질적인 행색의 소유자가 끼어들었다. 치맛자락이 짧기도 했지만, 그보단 옷의 겉면을 수놓은 꽃무늬가 매우 화려했다. 넓은 소맷단과 푹 파인 앞 섶, 다소 고전적인 형태를 가진 옷의 매무새가 마치 기모노를 연상케 했다.

 

뭐야! 저 여우같이 생긴 년은!”

저 옷은 또 뭐야! 술집 다녀? 아님 코스프레라도 해?”

혹시 저 잘생긴 오빠한테 꼬리 치려고 그러는 거 아냐?”

설마... 여자 친군가?”

 

부드럽게 웨이브 진 긴 머리에 짙은 화장, 짧은 치마 사이로 드러난 매끈한 다리 그리고 단박에 눈에 띄는 화려한 외모, 주변을 둘러 싼 뭇 여성들이 질투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남자들의 시선 역시 온통 그녀에게 쏠렸음은 두말 할 것 없다. 성별, 외모, , 나이, 모인 사람들은 면면은 제각기 달랐지만, 그들의 생각은 그 순간 다시 하나가 됐다.

꿈에도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었던 것 처럼...

 

[안돼! 모델 같은 오빠한테 엉겨 붙으면 안 된다고 이 불 여시야!]

[제발... 저 잘생긴 놈한텐 가지 마라! 제발! 끼리끼리 노는 것도 아니고 뭐냐! 우울하다!]

 

모두의 바람을 등에 업은 줄도 모르고 요염한 자태로 다가서는 미모의 여인,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비현실적으로 발육된 가슴이 옷 앞섶을 헤치고 나올 것처럼 버둥 인다. 사내들은 꿀꺽 침을 삼켰고, 여자들은 질시의 시선을 던진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두 남자 앞에 선 그녀, 두 남자는 그녀가 다가온 것도 모른채 실랑이에 여념이 없다. 그녀가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유난히 붉은 입술에 꽂혔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이청연 기자님! 안 오셔서 한참 기다렸잖아요. 여기서 뭐하고 계시는 거예요? 저 기억하시죠? 저에요 사치코!”

 

나긋나긋한 목소리, 자신을 사치코라 소개한 미모의 여인이 허리를 굽히며 바닥에 누운 안경 사내와 시선을 맞춘다. 그러자 주변의 뭇 남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감 대신 우월감을 채운다. 그리곤 너나 할 것 없이 쏘아내는 피식하는 미소, 모두가 이청연이라 불린 안경 사내 향한 것이다.

 

뭐야? 저 멀대 같이 키 큰 놈이 아니라 바닥에 누운 저 얼간이랑 아는 사이야? ... 저 정도면 나도 가능성이 있겠는데? 저런 팔푼이쯤이야... 그나저나 저 놈... 행색은 저래도 돈이 많은가?’

 

승리의 미소는 비단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구경꾼의 대다수를 차지한 여성들도 소리만 내지 않았다 뿐이지 내심 의미 없는(?) 환호를 내지른다.

 

아싸! 불여우는 찐따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져 주시고! 모델 오빠! 저 좀 봐주세요. ! 25년째 강제 순결이에요 오빠! 오빠를 만나려고 그랬나봐요!’

나도 기회가 있어! 나도!‘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 기뻤을까?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었을 까? 내내 바닥에 누워 떼를 쓰던 안경 사내, 즉 청연이 돌연 벌떡 일어서며 멘트를 날린다.

 

... 사치코 상, 안 그래도 제가 금방 올라가려고 했는데,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그래도 곧 올라갈 참이었습니다. 암튼 마중을 다 나와 주시고, 영광입니다. 영광! 하하하! 이쁘시네요. 오늘도... 아니 어제도 이뻤고, 내일도 이쁘실 겁니다. 하하하핫! 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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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도 어색했지만, 양손으로 총을 쏘듯 구부린 포즈는 느끼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약간의 비굴함마저 느껴지는 멘트,누가봐도 여성의 호감을 얻고자 안간힘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랄까? 연애무식자(戀愛無識子)의 어줍지 않은 과함?지나치게 헤벌쭉 벌린 입은 그렇다쳐도 앞니 정중앙에 대문짝만하게 붙은 큼지막한 고춧가루를 떼기 전엔, 그 닥 좋은 점수를 받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누워서 비비적대는 통에 제비집 마냥 뒤엉킨 머리도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했다. 하지만 다행히 사치코라 불린 여인은 그런 외적인 문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이라 쓰고 전혀 관심이 없다.’라 읽는다.) 친근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전용 엘리베이터는 저 쪽입니다. 일단 스카이 라운지로 오르시죠. 스기야마 님께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네! 가야죠! 그럼요! ! 산아 들었지? 기다리신다잖아! 얼른 가자 응? 부탁이다! 제발 내 체면 좀 세워줘! ?”

 

사치코를 의식한 듯 청연의 목소리가 후반부에선 입을 가린 채 속삭인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사치코가 나타난 이후, 곁에 선 설 산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처음부터 무표정하기 이를 데 없는 냉랭한 그 자체였으나 이젠 그 위에 날카로운 경계심이 묻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매서운 표정으로 응시하던 그가 돌연 팔을 뻗었다. 그리곤 사치코를 따라 나서던 청연의 팔을 붙잡아 제지한다.

 

멈추십시오!”

어어! ! ! 왜 갑자기 팔을 잡고 난리야! ! 아파! 살살... 임마! 내가 형이야! 너보다... 형이라고!”

상서롭지 못한 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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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서? 상서는 무슨 개뿔! 지금 내 기분이 쌍시옷이야! 이거 놔! 임마!”

이 곳의 기운이 음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노라고! ! ! 아우... ! 미안! 미안... 왜 이렇게 세게 잡니! 아프다 야 힘 좀 빼! ! 무식한게 힘만 세 가지고!”

 

청연으 소리치며 뿌리치려 애써 보지만 그럴수록 설 산의 손은 더욱 강하게 그의 팔을 움켜쥔다. 표정 또한 한층 심각하다. 그러자 앞서던 사치코가 멈추어 돌아선 후 설 산을 향해 말했다.

 

설 산... 과연 듣던 대로 봉신당(奉神堂)18대 당주(堂主)... 이 멀리서도 신물(神物)의 요력(妖力)을 꿰뚫어 보시다니! 놀랍습니다.”

신물(神物)? 그게 뭐지?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인가?”

흉계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저희는 다만 도움을 청하고자 할 뿐입니다. 가시죠. 자세한 설명은 위에서 드리겠습니다. 스기야마 상께서 아까부터 선생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니!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음산한 기운이 이다지도 드센데, 어리석은 이가 아니고서야 어찌 평지를 두고 험지를 가겠나!”

 

설 산이 단호한 음성으로 거절하며 청연을 바라본다. ‘어리석인 이가 아니고서야란 대목을 힘주어 말하면서다.

 

! 뭐야! 지금 나보고 하는 말이야? ... 그래 내가 좀 어리게 보이긴 하지!”

 

어리둥절 횡설수설 청연이 바라보지만 어느새 설 산의 시선은 앞에 선 사치코를 향해 있다. 그러자 내내 미소 짓던 사치코가 안색이 굳히며 나직히 말했다.

 

굳이 주는 술을 마다하고 벌주(罰酒)를 마시려 하신다면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는 사치코, 그녀가 살포시 손을 든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검은 정장의 사내 서너 명이 빠르게 설 산의 주변을 에워쌌다.

 

내 좋게 돌아가려 했거늘... 구태여 일을 만들려 하시는가!”

그 일이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는 끝을 보아야 알 테지요. 모셔요!”

 

사치코가 짧게 외치자 설 산을 에워싼 사내들이 달려든다. 놀란 청연이 설 산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거! 무슨 오! 오해가 있었나 본데요? 저기... 백주대낮... 아니 초저녁이긴 한데! 그래도 법치국가에서 이... 이러면 안되죠! 사치코 상! 그리고 여러분들! ... 이러지들 마세요. ... 말로 하시죠 말로!”

이청연 기자님 죄송합니다. 전국시대, 일본 열도를 평정한 다이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두고 누군가 이런 격언을 했다지요? ‘두견새가 울지 않거든 울게 만들어라!’ 부득이한 일이니 양해하세요. 뭣들합니까! 어서 모시지 않고!”

하이!”

 

싸늘한 목소리, 내내 부드러이 미소짓던 종전과는 다른 표독한 면모다. 당황한 청연이 두 팔을 벌린 채 막아서려 해 보지만 힘의 차이가 역력하다. 막기는커녕 한 사내가 가벼이 뿌리치니 저먼치로 나동그라진다. 당사자인 설 산은 아직 태연한 표정이지만, 그를 중앙에 둔 채 건장한 사네 넷이 심상치 않은 얼굴로 다가선다. 약속이나 한 듯 동서남북 네 방향의 퇴로를 다 막아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흐흐흐... 이리 쉬운 일을 스기야마 님은 왜 그리도 걱정하셨을꼬?”

잡아!”

 

사치코의 얼굴 가득 만족스런 미소가 어리고, 우악스런 손길로 달려든 건장한 사내들의 등판에 설 산의 모습이 검게 가려진다. 지켜보던 행인 몇이 염려하며 항의하지만 그마저도 곧 덩치 좋은 사내 몇에 의해 강제로 내몰린다. 신고하겠다며 소리치던 청연도 휴대폰을 빼앗긴 채 길바닥에 재차 나자빠졌다. 청연의 얼굴이 배신감과 낭패감으로 얼룩졌다. 헌데 어인일일까? 낭패감, 그 당황스러운 감정의 표현은 비단 청연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닌 듯 했다. 설 산을 붙든 네 명의 사내, 그들도 어느 순간 청연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구겨진 얼굴과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 쉬이 흘러가던 상황이 어딘가 심상찮다. 마뜩치 않은 지지부진함이 끝내 사치코를 돌려 세웠다. 그녀의 큰 눈동자가 마치 고온의 사우나 속에 있는 듯 벌겋게 달아오른 네 명의 사내를 본다.

 

아니... ? !”

 

놀라움과 의아함도 잠시,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듯 보였던 설 산이 사치코에게로 한 걸음 다가선다. 허나 사내들의 겁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내딛은 걸음이다. 침착하고 또한 평온한 미소만이 어렸다. 그를 끌고 가야 할 네 명의 사내가 외려 그에게 끌려가는 것 처럼 보였다. 실로 기이한 상황의 반전, 입을 벌린 채 당황한 사치코를 바라보며 설산이 입을 열었다.

 

전국 시대, 일본 열도를 평정한 다이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하나 뿐은 아니었으니.... 또 한 사람, 기다림의 미덕으로 최후의 승자가 된 이의 지혜는 어찌 외면하십니까?”

... 아니... 어떻게...”

최후의 승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두고 후세의 사가(史家)는 그리 평했지요. ‘두견새가 울지 않거든... 울 때까지 기다려라!’”

... 말도 안돼!”

 

설 산이 네 명의 사내를 매단 채 또 다시 다가서자 놀란 사치코가 황급히 뒤로 물러선다. 다시 또 한 걸음, 이번엔 사치코가 두 걸음 더 물러섰다. 기이한 추격전(追擊戰)이었다. 한 명의 남자가 다가서면 여인이 물러서고, 네 명의 건장한 사내가 이끌려 왔다. 행인들은 물론 설 산에게 매달린 네 명의 사내조차 작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버둥대며 안간힘을 쓴다. 사치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삽시간에 도망자 신세가 된 것도 모자라 경악스런 얼굴로 바닥에 나자빠진다. 할 말을 잊은 채 입을 벌리고 도리질을 칠 뿐이다.

그리고... 부드러움을 지운 매서운 눈빛의 설 산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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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들과 비견되던 또 한 사람의 다이묘, 오다 노부나가... 그에 대한 평가 역시 알고 계시겠지요?”

 

의미심장한 설 산의 물음, 그것은 태풍전야의 고요처럼 불안한 사치코의 마음을 짓누른다. 어렵지 않은 질문과 어렵지 않은 깨달음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흔들리던 사치코의 동공이 체념으로 멈춰섰다. 지그시 깨문 입술, 깊게 토해진 한 숨, 그녀가 말했다.

 

... 두견... 새가... 울지 않거든...”

 

차마 뒤를 잇지 못하는 사치코, 그야말로 상식처럼 여겨지던 몇 마디의 격언이다. 그것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나 괴물처럼 덩치를 불렸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 짓눌려 부자연스러워진 세치 혀가 마지못해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는다.

 

... 죽여라!”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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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신당 : 참회의 서


  Written by 야설왕 짐보(미/스/공)


 (스터리/릴러/포 괴담공작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


코멘트는 뭔 코멘틉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봉신당 시리즈는 원래 코믹 호러 장르입니다. 진지할 땐 진지하지만, 가벼울 땐 한없이 가벼우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게 뭔 공포야? 하시는 부분이 많을지도...


*******


혹 관심있으실 분들을 위한 이전 시리즈 좌표.

봉신당 #1. 업은 업으로 덕은 덕으로 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5578

봉신당 #2. 인면목의 저주

 - 1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7163

 - 2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7428

 - 3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8345

 - 4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9171 


출처 나, 미/스/공 괴담공작소(http://blog.daum.net/ozthe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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