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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의]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결-1
게시물ID : panic_88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13
조회수 : 130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6/21 10: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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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jpg
크등장인물_최종_다음.jpg
 
 
 ※ 움짤등 다소 불쾌/혐오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 포토소설로 형식상 모바일에선 다소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되도록 PC환경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시리즈 홍보를 위해 전편들의 링크를 남겨봅니다.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1 : http://todayhumor.com/?panic_88655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2 : http://todayhumor.com/?panic_88656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1 : http://todayhumor.com/?panic_88663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2 : http://todayhumor.com/?panic_88664
 
                                                    *******
 
#3. 대결(對決)
 
... 신고가 들어와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빌딩 안내 데스크 앞에서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을 상대한 사람은 자신을 빌딩의 새 관리인이라 소개한 인텔리 스타일의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답답해하는 그들을 향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말이 됩니까?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 없습니다. 대낮에 납치, 폭행이라니. 영화 찍습니까?”
그러게요. 저희도 이해는 안 가지만, 어쩌겠습니까! 신고를 받았으니 확인 차 온 거죠.”
그러니까... 빌딩 전체를 다 수색 하시겠다? 영장은 있습니까?“
?”
수색영장 말입니다. 무슨 근거와 정황을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적법한 절차라면 모를까. 막무가내 식 수색은 명백한 영업방해입니다. 혹 저희 빌딩 앞에서 일련의 폭행과 납치 사건이 있었다 한들, 그게 저희 빌딩 전체를 수색할만한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대상과 관련 시설을 정확히 특정해 주십시오.”
... ... 그게...”
혹 그래도 석연치 않은신 게 있다면, 저희 변호사님과 먼저 상의해 주십시오.”
... 변호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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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까지 언급되자 안 그래도 수세에 몰린 경찰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석연치 않은 신고였다.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다수의 사내들, 그들에 의한 폭행 및 납치 의혹, 신고는 받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애초에 일선 파출소 경찰관 두 명의 출동만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보고를 위한 명분상의 확인 절차라도 밟으려 들어 온 것인데, 지나친 강경대응이 그들을 난처하게 했다. ‘변호사그 이름만 들어도 골치 아픈 사연이 있는지 뒤에 선 나이 든 경찰 하나가 고개를 절래절래흔들며 말했다.
 
김 순경 가지...”
아니 그래도... 간단한 확인정도는 해야...”
여기 경찰 분들 나가십니다. 모셔다 드려!”
 
사내가 손짓하자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다른 직원 하나가 무전기를 들고 그들을 밖으로 인도했다.
 
치직... 내보냈습니다. 우려하실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좋아. 수고했다.’
 
치직 거리는 무전기 연결 음과 함께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어(日語)에 특유의 오사카 사투리가 느껴지는 억양이었지만 어딘지 낯익었다. 내내 스기야마의 등 뒤에 서 있던 심복의 목소리였다.
 
이거 뭐... 더러워서 경찰 해 먹겠어요? 변호사? 영장? ..끼들 어디서 보고 배운 건 있어가지고!”
에이 김 순경! 됐어! 됐어! 오히려 잘 됐지 뭐... 김 순경은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나 본데, 조폭도 불편하지만 젤로 힘든 게 변호사 끼고 활개 치는 돈 많은 놈들이야. 현장 확인도 했겠다. 건물 쪽에서도 별 일 없다고 하니까. 그냥 가자. 김 순경도 경찰 생활 오래하려면 무탈하게 사는 법부터 배워! 성질 죽이고...”
에이 짜증나! ! 관내 성인 오락실 박 사장한테 연락 왔었는데, 기분도 그렇고... 밥이나 사라고 할까요?”
그거 좋지!”
메뉴는... ... 간만에 일식?”
회 좋지 캬! 사케도 한 잔 하고!”
콜입니다. 제가 연락 넣을게요.”
 
그들이 탄 경찰차가 빌딩 주차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 위반은 벌점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었지만, 그들에겐 그리 신경 쓰이는 일은 아닌 듯 김 순경이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어이 박 사장님! 바빠요? 에이 바빠도 시간 좀 내요. 아니 뭐... 간만에 친목이나 도모하자 이거지... ... 혹 일식집 잘 하는데 아시면 더 좋고! 최 경장님 알지? . 그래! 자리 한 번 마련해 봐요!”
 
빌딩 관리인에게 무안을 당한 것이 내내 걸렸을까? 분풀이라도 하 듯 말투는 부드럽지만 억양이 제법 고압적이다. 수화기 너머 보이진 않지만 그의 전화를 받은 박 사장의 얼굴이 목소리완 달리 잔뜩 찌푸려졌다.
 
*******
 
시나 한껏 찌푸린 얼굴, 충혈 된 눈, 다급한 목소리, 답답한 표정의 청연이 빌딩 밖으로 나서는 경찰들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무언가 계속 신호를 보내려는 듯 보였지만, 높이는 34층이다. 게다가 창문 하나 없이 꽉 막힌 통유리 벽면은 제법 두터워서 두드리고 소리쳐도 도무지 기별이 가지 않았다.
 
여기요! 여기! 경찰아저씨! 우리 여기 불법 구금돼 있어요! 아저씨이이이! 야 이 짭새! 씨방새들아! 나 여기 있다고! 안 들려! 귀가 먹었냐! 애 이 새끼들아!”
그만 하십시오. 소용없습니다. 경찰이 듣기 전에 제 귀가 먼저 먹겠습니다.”
넌 시끄러워 임마!”
경찰 아저씨! 살려조요오오! 제발! 플리즈! 헬프 미! 아오! 도움 안 되는 것들!”
 
분통이 터지다 못해 울먹이기까지 하는 청연의 목소리, 열심히 떠들고 손으로 두들기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그 사이 청연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경찰차는 귀먹은 소경마냥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답답해진 청연이 망연자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으힉!”
 
살려달라는 고함소리 때문이었을까? 문 밖을 지키던 검은 정장의 사내 하나가 느닷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곤 잔뜩 인상을 쓰며 알 수 없는 일본어로 몇 마디의 경고를 던진 후 돌아간다.
 
うるさいにたいか(시끄럽게 굴면 죽는다.)”
... 뭐라는 거야! ... 쪽발이들! ... 한국에선 한국말로 해야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망할 것들! 광복한지가 언젠데!”
 
사내가 있을 땐 잔뜩 겁을 먹고, 쥐죽은 듯 침묵하던 청연이 그가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 산이 한심한 듯 말했다.
 
죽인답니다.”
? 뭐어? ! 누굴! 너를? 그럼 설마... 나를? 나를! 그거 정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왜 죽냐면...”
안 돼! 이 나쁜 놈들... 흐허헉! 섹스 한 번 못 해보고 죽을 순 없어! 흐아아앙!”
 
죽인답니다.’ 그 단 한 마디가 참 쉽게도 청연의 이성을 앗아가 버렸다. 허둥대다 못해 광분하며 길길이 날뛰는 청연, 오죽 시끄러웠으면 설 산마저 할 말을 잃고 귀를 막았다.
 
으아아 안 돼! 장가도 못 가보고 죽다니! 으허허헝! 내 야동! 1테라 바이트나 모았는데!”
 
폭풍 오열은 물론 꺼이꺼이 소리치며 난동을 부리는 청연, 그러자 조금 전 왔다간 검은 정장의 사내가 다시금 문을 열고 들어와 노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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かにしないと実際(조용히 하지 않으면 정말로 죽여 버린다.)”
뭐래? 뭐래?”
 
잔뜩 겁에 질린 청연의 물음에 설 산이 답답한 표정으로 답했다.
 
정말로 죽인답니다. 그러니까 제발...좀 조용히...”
흐허허헝! 안 돼애애! 살려조! 엄마! 어엄마아! 흐허허헝!”
 
누가 그랬던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뒷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청연이 대뜸 통곡부터 터트렸다. 그냥 우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대성통곡(大聲痛哭)이다.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가 들었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람이냐 할 만큼 처량히 운다. 설 산의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다면 좋았을 것을, 청연의 호들갑이 상투적인 경고를 현실로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냈고, 지켜보는 사내의 얼굴이 한층 더 험상궂어 졌다.
 
バカ! バカ! あんな天下のジャーク(바보! 바보! 이런 천하의 멍청이!)”
지금 나 죽인다는 거지? 그치 산아? 흐허허헝! 살려주세요! I’m sorry. I’m very very sorry!”
殺害はならないという指示さえなければ(죽이지 말라는 지시만 없었으면...)”
플리즈! 돈 킬 미! 몰라! 암튼 나 죽이지 마! 제발 플리즈!”
 
지나친 호들갑에 막무가내, 이유야 어쨌든 승자는 청연이었다. 사내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나가고,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청연이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봤지? 나의 이 완벽한 호소력! 동정심은 말야! 만국 공통이라고! 아후~ 살았다! 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방금 걔 표정 봤어? 내가 막 우니까. 감정이 막 동화되는 거야! 이게 뭐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이더라고! 지금 나간 것도 우는 거 들킬까봐 나간거야! 나의 연기! 완벽해 퍼펙트!”
그만하시죠! 죽인다는 말... 시끄럽게 굴면 죽인다는 그런 말이었습니다.”
?”
 
인간은 때로 곤경에 처했을 때 현실을 부정한다. 청연이 그랬다.
 
... 구라 치시네!”
신을 모시는 사람이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네 말은... 방금 그 놈이 시끄럽게 굴면 죽인다. 그렇게 말했다?”
몇 번을 말 합니까!”
그런데 니가 나한테는 죽인답니다.’ ‘정말로 죽인답니다.’ 요렇게만 말해줬다! 아 놔! 이런!!”
그러게 제 말을 끝까지 들으셨어야죠! 제가 말씀드리려 할 때마다 제 말을 끊은 건 이 기자님이십니다.”
뭐 임마! 그걸 말이라고!”
 
복창이 터진다는 듯 주먹을 한껏 치켜든 청연, 모습만 보면 금방이라도 설 산에게 한 방 먹일 기세다. 허나 날카로운 그의 눈빛과 마주친 순간 힘없이 돌아 선다.
 
어휴... 됐다! 됐어! 내가 말을 말자 말을!”
 
*******
 
은 시각, 건물 꼭대기 펜트하우스의 깊은 곳, 날이 저물 듯 어슴푸레한 노을 속에서 하는 모터음과 함께 휠체어가 움직였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것은 어느새 속도를 내어 넓은 홀 한 가운데 무릎 꿇고 앉은 노년의 사내를 향했다. 높고 큰 갓과 백색무문의 마로 만든 수의, 정의(淨衣)로 의관을 정제한 모습이 마치 일본 헤이안 시대의 전통의상을 연상케 했다. 그는 스기야마가 다가오자 한껏 기른 수염이 바닥에 닿도록 재차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스기야마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사내의 면전에 이르러 점차로 속도를 줄여 멈춰서는 스기야마, 실내가 어두워졌지만 그의 표정은 명확했다. 귀찮음, 심드렁함, 그리고 약간의 불신이 느껴졌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사내는 일어날 줄을 모른다. 그러자 마지못한 스기야마가 입을 열었다.
 
아베노(安倍) 마사치카(安倍正親), 6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아베노가의 가주(家主)! 너로 인해 음양사(陰陽師)로 이름 높던 아베노가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어! 그런 실력으로 어찌 세이메이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가! 헌데 이미 지난 두 번의 실패를 똑똑히 보았거늘, 또 다시 기회를 달라?”
 
차가운 시선과 날카로운 질책이 퍼부어졌지만 마사치카라 불린 사내는 다시 한 번 목 놓아 외쳤다.
 
한 번만!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 이건 저희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어찌 천박한 한국인 제령사(祭靈事) 따위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믿으십니까!”
신경의 이전 소유주가 조선의 봉신당이었단 사실은 이미 문헌을 통해 확인 된 사실! 공을 세우려는 얄팍한 공명심으로 일을 그르칠 생각인가! 아니면 진실로 자신이 있는 겐가?”
믿어 주십시오. 그 설 산이란 자! 장담컨대 그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뭐라고?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마사치카의 확신어린 표정에 스기야마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러자 그것을 놓치지 않고 마사치카가 말을 이었다.
 
인간을 구성하는 것은 본디 육신(肉身)과 혼(), 비루한 몸뚱이는 단련하면 강해지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인간의 영역, 하지만 혼은 다릅니다. 영적인 능력의 완성은 그것의 선천적 타고남이 8! 놈에겐 그에 걸맞는 총기(聰氣)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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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네의 추측이 아닌가! 혹 더 큰 힘을 숨겨 두었다면 어쩔 겐가!”
 
미심쩍은 듯 스기야마가 추궁한다. 허나 슬며시 몸을 일으키는 마사치카의 표정엔 종전보다 더 강한 확신이 어려 있었다.
 
육신과 혼,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으니... 육신의 힘을 보완해줄 용맹한 술법을 부릴 줄 안다면, 반대로 혼의 기운을 다스리는 령()의 영역은 미진한 것이 세상의 이치! 아까 수하들을 종잇장 다루듯 내던진 그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무엄하다. 마사치카! 지금 스기야마 회장님을 질책하는 건가?”
 
마사치카가 흥분된 어조로 따져 묻자, 어느새 다가온 스기야마의 심복 하나가 노하여 외쳤다. 마사치카가 짐짓 당황하며 고개 숙인 반면, 듣고 있던 스기야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놈이 제대로 된 제령사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책임질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오랜 세월, 조선의 무속신앙에 대해서도 연구해 왔습니다. 나름의 조사도 끝마쳤습니다. 듣자하니 놈은 장군신을 모신 젊은 박수(白手), 설사 대력신왕(大力神王)을 모시고 가장 뛰어난 장군신을 등에 업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육신의 힘과 안목을 높여줄 뿐, 수많은 세월, 신경의 요력(妖力)을 먹고 켜켜이 쌓인 악귀(惡鬼)의 한()을 풀 재주엔 못 미칠 것입니다. 육신의 신력(神力)과 혼의 도력(道力)은 동전의 양면, 양립할 수 없는 줄로 아룁니다.”
허나 그 장군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대단하다면?”
대단해 봐야... 어차피 속국의 나라, 조선의 장군신이 제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어찌 감히 우리 일본의 위대한 무장들과 겨루겠습니까! 저에겐 12명의 신장(神將)들이 있습니다. 조선에 장군신 따위 단칼에 베어버릴 것입니다.”
흐흐흐... 믿어도 될까?”
염려 마십시오.”
 
그때였다. 한쪽 구석에 위치한 책상 위, 고요를 깨고 짤막한 인터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스기야마가 손짓하자 수하 하나가 대신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지?”
말씀하신 대로... 놈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스기야마의 시선이 잠시 마사치카를 향했다. 그리곤 잠시 무언가를 고심하다 이내 말했다.
 
누가 더 위인지... 그럼 한 번 보도록 할까? 데리고 들어와!”
 
인터폰의 불이 꺼지고, 문 밖 저 멀리에서부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대화였으나 기실 잘 들어보면 쌍방 간의 대화라 보기엔 지나치게 일방적이었다. 언성 높여 소리치는 것도 한 목소리다.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픈 듯 스기야마가 미간을 찡그렸다.
 
*******
 
! 이 배신자! ? ‘딱히 아끼진 않습니다만?’ 그게 여태껏 먹이고 돌봐준 은혜냐!”
어허! 누가 누굴 돌봐준단 말씀이십니까?”
! 이거 봐라! 완전 오리발이네! 내가 임마! 너네 남매 점집 차리고 쫄쫄히 굶고 있을 때, 부대찌개에 선짓국! 사줬어 안 사줬어! 내가 사준 부대찌개 국물이 아직도 네 핏속에 흐르고 있어!”
혈액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니가 나를 배신! 배반! 암튼 내가 이 원수는 꼭 갚을 꺼야! 그럼! 내가 별명이 원래 미친개야! 미친개! 왠지 알아? 한 번 물면 놓지를 않거든! 너 전에 내가 그 커다란 구렁이도 물어뜯었던 거 기억 나! 안나?”
그리 말해야. 진심인 줄 알고 풀어줄 것이 아닙니까!”
웃기지마! 너 막 눈에서 진심이 느껴졌어! 알어? 막 그 뭐냐!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 니가 나를 버리면 그 놈들이 얼씨구나 하고 나를 칼로 막 죽이려는 데, 내가 막 너만 믿으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고! 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냐! 암튼 너! 너어! 내가 절대 안 잊는다. 안 잊어!”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신 건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오! 한 마디도 안 져! 한 마디도! 아오! 화나! 내가 차라리 벽을 보고 얘기하지! 어후!”
 
문이 열리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사뭇 대조적인 하얗고 창백한 얼굴이 보인다. 키도, 얼굴도 목소리와 말투도 다르지만 한 가지만은 공통점이 있었다. 둘 중 누구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는 점이었다.
 
かにして(조용! 조용! 조용히해!)”
 
두 사람, 아니 청연을 향해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기야마의 곁에 선 심복중의 하나였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커다란 홀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지만, 되돌아 온 청연의 대답은 간단했다.
 
뭐라는 거야?”
조용히 하랍니다.”
아저씨! 제가 지금 이 자식을 혼내줄 참이거든요? 그러니까 급하신 거 아니면 이 자식부터 제가 혼내주고 그 다음에 말합시다! 야 썰싼이! 너 오늘 죽었어!”
 
청연이 너무도 일상적인 말투로 타이르듯 말하자, 스기야마를 비롯한 홀 내에 모든 이들이 일제히 할 말을 잃는다. 이질적인 괴리감 때문이었다. 코미디와 느와르, 물과 기름처럼 쉽사리 섞이지 않는 장르다. 허나 그러든가 말든가, 청연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 설 산의 가슴팍에 제 머리를 들이밀며 허울 없는 드잡이질에 매진하는 청연. 하지만 스기야마의 심복 역시 녹록한 자는 아니었다.
 
그 말 다시 한 번 해봐라!”
 
어색한 일본식 억양이긴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들리자 청연의 시선이 흘깃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한다. 반짝이는 반사광이 시선을 어지럽히고 할 말을 잃은 청연이 고개를 돌리며 외면한다. 시퍼런 칼날의 일본도, 그것이 겨눠진 반향은 실로 놀라웠다. 대쪽같은(?) 성품을 지닌 청연이 어색히 웃으며 대꾸했다.
 
아이~ 성질 참 급하시긴... 제가 조용히 하려고 했죠! ! 암요! ... 닥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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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이 다가오자 주둥이가 마술(?)처럼 멈춘다. 그리고 그 빈자리엔 설 산과 스기야마의 냉랭한 시선만이 남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설 산이었다.
 
동생은 어찌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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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당 : 참회의 서

Written by 야설왕 짐보(미/스/공)

스터리/릴러/괴담공작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혹 관심있으실 분들을 위한 이전 시리즈 좌표.
봉신당 #1. 업은 업으로 덕은 덕으로 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5578
봉신당 #2. 인면목의 저주
- 1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7163
- 2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7428
- 3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8345
- 4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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