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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께...
게시물ID : panic_886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동이★
추천 : 20
조회수 : 197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6/21 18: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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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빠 저예요
영원한 아빠의 막내공주요.
그냥...
아빠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요.
 
 오늘은 친구 은진이의 생일이예요.
그래서 친구들이 모여서 은진이를
축하해주는 파티를 열었거든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너무 반가워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있다가 이제서야
집으로 가게 되었네요.
아빠 많이 걱정하실텐데...
죄송해요.
전화나 문자라도 미리 드려야 했는데...
 
 요즘 동네에서 자꾸 무서운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서
밤 늦게 다니는 거 자제하라고 하셨었죠?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때의 제가 참 밉네요.
좀 더 아빠 말을 들어야 했었는데 말이예요.
 
 은진이 생일 파티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초코우유를 하나 샀어요.
새벽이라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모자를 눌러 쓴 손님 한 명이
라면을 먹고 있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저도 예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했었는데,
기억 나세요?
첫 월급 받던 날 아빠께
향수 하나 사드렸는데
기억 나시는 거 맞죠?
처음에는 이 나이에 내가 무슨
향수를 쓰겠냐고 하셨지만
나중에는 상큼한 자몽향이
좋다며 즐겨 쓰셨었잖아요.
아직도 쓰고 계시던 것 같은데
다 쓰시면 제가 또 하나
사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 두서없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나 생각되시죠?
사실 저도 그래요.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저도 모를 지경이예요.
하지만 아빠께 계속 뭐라도 말을
해야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초코우유를 사고 나와서
집으로 향하다가 사거리에 있는
약국을 지나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갑자기 머리에 통증이 느껴졌어요.
 
 잠깐 정신을 잃나 싶더니
어느새 전 그렇게 바닥에 쓰러져있었죠.
이윽고 온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이
이어지는게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요.
눈도 뜰 수 없었어요.
온 몸을 에워싸는 통증과 고통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코 끝에서는 피 비린내가
진동을 했어요.
머리는 어지러웠고
온 몸은 끊어질 듯 아팠어요.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어요.
잠이 오는건 아닌데
잠에 빠져들고 다시는 깨지
못할 거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래서 잠 들지 않으려고
계속 아빠 생각하고 아빠께
드리고 싶은 말만 되뇌었어요.
 
그런데 아빠..
 
참 이상하죠??
 
피 비린내 속에서 희미하게
나는 냄새가 있어요.
 
눈도 뜰 수 없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힘든 이 상황에서
다행히 제 코는 제 역할을 해주나봐요.
 
희미하게 자몽 냄새가 나요...
 
상큼한 자몽... 향이.. 나요...
 
그 향수.. 냄...새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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