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638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엉~
추천 : 6
조회수 : 226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6/22 00:49:40
옵션
  • 외부펌금지

 저는 작은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일한지는 3개월 가까이 되가네요.

 넓게보면 이 3개월은 직장생활상 별로 길지도 않은 레벨입니다.

 하지만 전 이 3개월동안 심신에 타격을 주시는 분들 때문에 글을 남겨보네요.....

 서울이란 특성상 많은 외국인들이 오는 동네입니다. 그만큼 호텔산업은 과포화상태이기도 하죠. 제가 일하는 호텔 역시 객실이 많지 않은 작은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특성상 중국분들과 일본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분들이 없진 않습니다. 한국분들도 많이 다녀가시죠.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비즈니스호텔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고 호텔업의 역사가 뿌리깊지 않은 탓에 가끔씩 '모텔아니냐? 게스트하우스 아니냐?"고 상처주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물론 저희 호텔이 다른 호텔들보다 뒤떨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저희는 저희에게 맡는 서비스는 최선을 다해서 해드릴 수 있는데까지 해드리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호텔업에 관한 인식이 아직 좁아서인지 아니면 국민성에 문제가 있는 건지 다른 서비스 업종도 그렇겠지만 이 업종에 있다보면 정말 성악설이란 실존하며 이런 놈들이 진짜 고등교육받고 인간으로서의 최저한의 도덕적 윤리관을 확립한 자들인가 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

 대표적으로 모든 호텔은 정해진 룸레이트. 즉, 요금이란게 있습니다. 그 중 특가상품이라고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품들을 보면 '환불불가'라는 말이 반드시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품들은 끝까지 읽어보면 일반적은 정보라던가 주의사항등 뒤탈없이 모든 사항을 기입되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입되어져 있는데 가끔씩 환불해달라는 분들이 계십니다. 주차가 안되니 환불해달라, 사진과 다르니 환불해달라. 그걸 누가 끝까지 읽느냐. 우린 못봤으니 환불해달라. 심지어는 침대 밑을 들추어서 먼지 한톨가지고 환불해달라는 분들이 계셨답니다.
 
 까짓거 환불해주면 되지 않냐?라고 정이 넘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스스로가 장사진의 입장에서 보자면 얼척없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호텔측에선 이미 예약하신 사이트에 다 기재를 해두었으니까요. 안되는 사항과 되는 사항들을 말이죠.
 대부업체에서 대출금 빌릴때 대충보고 도장잘못 찍었다가 이자폭탄맞고 그제서야 무효라고 울고불고해봤자 이미 계약서에 도장찍혀있으니 못돌리는 것과 같은 소리라는 겁니다.

 물론 저희는 서비스업이니 이래이래해서 호텔 규정상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얘기를 해드렸을 때 그냥 좋게 넘어가 주신다면 다음에 이용하실때 가능할경우 무료업그레이드라던가 판매하는 일회용품을 서비스로 드리는 그런 서비스 정도는 해드립니다. 일개 프론트 직원이 해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가 그거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환불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호텔비용을 수십만원을 썼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특가상품으로 내놓은 5~6만원짜리 상품가지고 그러시는겁니다.
 5~6만원이야 같은 서민의 입장으로서 당연히 아깝겠지만 호텔업도 사람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좋게 넘어가 주신다면 어차피 인적사항이 시스템에 다 저장이 되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찾아주신다면 전에 못해드린 서비스 포함해서 최대한 해드리는 것도 무리가 없습니다.

 결론은 제발 약관 끝까지 읽어주세요...ㅠㅠ


두번째로 프론트 직원은 사장이 아닙니다.... 일개 직원일 뿐입니다. 오셔서 정해진 룸레이트가 있으나 그날 객실상황에 따라 깎아드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윗사람들이 어느정도 재량권을 부여해주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다짜고짜 오셔서 "ㅇㅇ원에 해주세요."라고 하시면 전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룸 레이트를 보시고 프론트 직원이 생각한 수준의 딜을 거신다면 프론트 직원도 기쁘게 딜을 받습니다만 호텔인데 게스트하우스 요금을 부르시면 당연히 거절당합니다....


 세번째로 호텔등급은 국가에서 정합니다.... 국내에 많은 모텔, 호텔, 게스트하우스, 레지던스가 존재하지만 그것들의 등급은 국가에서 심사해서 지정해줍니다.
가령 제가 근무하는 호텔이 아무리 작고 설비가 타 호텔과 비교되게 부족하다하더라도 모텔업이 아닌 호텔업으로 등록되어있고 엄연히 '비즈니스'라는 단어에 맞는 호텔로서의 부족함은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특급이라고 구라치고 운영 할수 있는게 아녜요... 하다 걸리면 벌금임...아마도...ㅠ
 아마 모텔이 요즘 어지간한 호텔들보다 좋게 되서 많이 비교되는게 슬프네요....


 네번째로 하대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네요....
우리나라만 유독 그런지 모르겠지만 프론트 직원도 능력없으면 못하는 직업인데 많은 분들이 하대하시더라구요...
들어오셔서 뜬금없이 "방!" 이러기만 하시거나 '방 있냐?" 이러시는 분들.... 양복입고 계셔도 되게 싸보이더라구요.... 특히 중장년층 중에 많은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저로선 왜저러는지 모르겠네요. (가끔보면 방많아도 방없다고 하고 싶은...)
 하대하시는 분들 중에 비싼금액내고 오시는 분들은 없고 대게 깎고 또 깎아서 정말 모텔수준도 안되는 가격으로 들어가셔서 이것저것 반말로 요구하시는 분들도 없지않아 있습니다.(당연히 이런분들은 윗선과 상의해서 최악의 경우 차후 블랙리스트.)
 가는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게 정말 맞는 말이고 이리저리 치이는게 많은 프론트 직원들한테 좋은 인상 남겨주시면 차후 방문시 서로 잘해드리려고 할게 뻔합니다. 그 왜, 호의적인 사람한테 잘해주려는건 인간 본성이잖아요??

 예를 들어 자주 이용 + 신사적인 태도를 갖추신 분이 프론트 직원에게 얼굴이 기억되면 이분은 다음번 방문시 프론트 직원이 해줄 수 있는 모든 서비스가 자동으로 예약되어있습니다. 예를들어 남들보다 빠른 체크인이라거나 늦은 체크아웃이라거나 무료로 택시 요청받아주거나 택배 보내드리는 등의 서비스를 말이죠.

 ========================================================================

 되게 쓸떼없는 얘기로 말이 길어졌는데 이 글을 쓰게된 요점은 우리나라 숙박업 이용객들의 의식수준이 너무 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아마 오유에도 호텔업이나 모텔업, 펜션 근무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공감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세줄요약.
1. 호텔 프론트.
2. 일개직원.
3. 너무 괴롭히지말아주세요.

음...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위에 있는 사항중 부족한 사항이나 호텔일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은 댓글로 이어갈게요.. 진상문제라던가.....ㅠㅠ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