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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의] 봉신당 : 참회의 서 #4. 대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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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14
조회수 : 129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6/22 13: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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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당_참회의서.jpg
크등장인물_최종_다음.jpg

※ 움짤등 다소 불쾌/혐오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 포토소설로 형식상 모바일에선 다소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되도록 PC환경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중·장편 분량의 코믹/공포/스릴러 소설입니다. 챕터 #1 부터 보셔요.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1 : http://todayhumor.com/?panic_88655
  봉신당 : 참회의 서 #1. 귀곡성-2 : http://todayhumor.com/?panic_88656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1 : http://todayhumor.com/?panic_88663
  봉신당 : 참회의 서 #2. 숙  명-2 : http://todayhumor.com/?panic_88664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  결-1 : http://todayhumor.com/?panic_88677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  결-2 : http://todayhumor.com/?panic_88678
  봉신당 : 참회의 서 #3. 대  결-3 : http://todayhumor.com/?panic_88682


********* 


#4. 대면(對面)

 

! ! 아직 초대권 못 받았는데!”

 

내 둘이 혼절한 마사치카를 들쳐 메자 청연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외친다. 누구 때문에 그 사단이 났는지 알 리 없기에, 발까지 동동 구르며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헌데 하필 그것이 기절한 이의 뒷모습을 향한다. 선혈이 낭자한 바닥과 잘라진 손가락, 청연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에 공포감이 묻어났다.

 

초대권?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저 작자는?’

듣고도 몰라? 지옥 아니면 죽음의 초대권이겠지! 마사치카를 작살낸 자야!’

지독한 놈! 기절한 마사치카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게 분명해!’

남은 손가락도 마저 잘라내겠다는 건가! 악랄한 놈! 저건 악귀야!’

 

상이한 언어와 어긋난 소통이 만들어낸 일방적 망상, 착각의 오류가 스스로를 확대 재생산하며 덩치를 불리고, 청연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다.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저질렀는지,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 전혀 체득하지 못하는 해맑은 얼굴이다. 그 해맑음이 누군가에겐 가증스러움으로 또 누군가에겐 잔인한 이의 가면처럼 보이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하룻강아지 모르는 것이 어찌 범뿐이랴! 시식(試食) 끝난 마트 행사코너를 외면하는 동네 아낙마냥, 청연도 매몰차게 돌아선다.

 

에이! 쩨쩨하긴... 산아! 우리 이제 가자! 선짓국에 소주 일병 때려야지! 아우 배고프다.”

더 이상의 용무가 없으시다면 저희는 돌아가겠습니다.”

 

냉랭한 설 산의 말에 스기야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자신이 완전히 속았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그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수에서의 우위는 이미 설산이 보여준 괴력에 의미를 잃었고, 믿었던 음양사 마사치카는 자신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처참히 패퇴했다. 비록 인질을 잡고 있으나 상대는 기자임을 가장해가며 접근한 책략가다. 그런 기본적인 방비조차 게을리 할 리 없다. 어쩌면 그것조차 미끼였을지 모른다. 이러한 가정이 스기야마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게다가 눈앞의 이들은 어떤가? 위기감은커녕 수많은 야쿠자들을 앞에 두고도 도무지 위축되질 않는다. 제 집 앞 공원에 놀러 나온 사람마냥 희희낙락이다. 이러니 그의 불안감 역시 차츰 커져만 갔다. 상처받은 자존심, 뒤틀린 심사(心事), 참다못한 스기야마가 소리쳤다.

 

멈춰!”

 

울분 섞인 고함소리가 홀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러자 겨우 망상의 늪에서 헤어 나온 몇몇 사내들이 다급히 청연과 설 산의 앞을 가로 막는다. 하지만 어째 표정들이 가관이다. 몇몇은 이미 밖에서 보았던 설 산의 괴력에 조심스럽고, 또 몇몇은 조금 전 직접 목격한 마사치카의 참담함이 떠올라 겁을 먹은 얼굴이다. 급히 몇이 더 붙어 주위를 에워싸지만 멀찌감치 맴 돌 뿐, 누구 하나 용기 내어 달려들 기색은 없었다.

 

비켜! 비켜! 나 기자야 기자! 기자 함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이 사람들이 큰 일 날 사람이네!”

 

주제도 모르고 호기롭게 덤벼드는 하룻강아지의 위세가 신명난다. 마치 장판파에서 조조군을 맞이한 장비의 용맹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허나 그 실체를 모르는 이의 눈은 두렵다. ‘분명 믿는 구석이 있다.’ 근거 없는 불안감이 장팔사모가 되고, 막연한 공포가 두려움에 회군한 조조의 십만 대군 마냥 사내들을 뒤로 물린다. 별 뜻 없는 청연의 움직임 하나에도 이리저리 들썩이는 사내들, 제 수하들마저 맡은 바 역할을 못하고 휘둘리자 급기야 분노한 스기야마가 소리쳤다.

 

이 놈들! 봉신당의 그 계집! 그 계집은 어찌되어도 좋다. 이거냐! 코헤이 연락을 넣어라! 그 계집의 뼈와 살을 발라내 내 분노를 보이겠다!”

하잇!”

 

명령을 받은 코헤이가 다급히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전화 한 통에 불과했지만 이렇게까지 격노한 스기야마의 표정을 본적 없는 코헤이였기에 얼굴 가득 긴장감이 묻어났다. 신호가 가고, 목이 타는 듯 코헤이가 마른 침을 삼켰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인질은 늘 스기야마의 협상에 즐겨 애용되던 효과 좋은 카드였다. 누군가는 비열하다 말 했지만 언제나 그 효과는 최고였다. 따라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최후의 최후뿐, 마지막 수단을 사용해야 할 만큼 급박해진 상황이 코헤이의 등줄기를 적신다. 한편 길어지는 통화 연결음과 함께 스기야마의 안색 역시 굳어져 갔다. 갑작스레 찾아온 두통 탓이었다. 이 역시 처음은 아니었다. 일이 꼬이거나 좋지 않은 기류를 보일 때면 종종 그런 지끈대는 통증이 찾아오곤 했다. 표본이 적어 본인은 몰랐겠지만 그건 그만이 가진 특유의 동물적 감각이었다. 그래서 그 감각은 이제껏 틀린 적이 없다. 홀 벽에 걸린 커다란 벽시계가 속절없이 흐르고, 스기야마의 그런 예감을 알기라도 하듯 설 산이 입을 열었다.

 

해는 저물고... 고요한 달빛이 하늘을 적시니, 월야청정(月夜淸靖)하다. 무녀야 한 판 춤을 벌이자꾸나!”

무슨 말을 하려는 게냐!”

예로부터 봉신당의 무녀는 이 한 구절의 글귀처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요.”

... 설마...”

만월(滿月)의 무녀(巫女), 하고 많은 밤 중 왜 하필 오늘이었을지... 가득 찬 달 아래 동생의 춤사위가 흐드러지게 피었겠군요. 부디 손님들이 무탈하셔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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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헤이! 코헤이!”

 

다급해진 스기야마의 목소리가 언성을 높인다. 허나 그의 다급한 부름에도 불구하고, 코헤이는 선뜻 그 음성에 답하지 못했다. 끝을 모르고 흘러나오던 통화 연결음은 낯선 이국의 목소리로 바뀌고, ‘소리샘으로 연결하겠습니다.’ 원치 않는 한마디가 그의 바람엔 없던 외화벌이를 시도한다.

 

... 받질 않습니다. 이상합니다. 계속 모르는 여자가 받습니다.”

! 뭣이! 어찌된 게냐! 그 여자라는 게 설마! 아까 그 봉신당의 무녀냐?”

... 모르겠습니다. 왠지 섬뜩한 목소리입니다. 무언가 혼이 빠져나가는 목소립니다. ... 아마도... 봉신당의 무녀가 제게도 저주를 거는 것 같습니다.”

역시! 모든 게 흉계(凶計)였어! 저 얼빠진 놈이 꾸민 사악한 음모(陰謀)! 그것도 모르고... 자만하고 있었다니... ... 이건 치욕이다. 치욕! 으아아아악! 내가 함정에 빠지다니!”

 

끓어오르는 분노에 매몰돼 정신없이 악다구니를 내지르는 스기야마,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우왕좌왕하는 그의 수하들, 사실 우두머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헌데 스기야마마저 평정심을 잃고 흥분하니 제 아무리 일사불란한 야쿠자들이라 해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청연이 아무 생각 없는 손길을 MSG마냥 뿌려대자 당황한 사내 몇의 다리가 꼬이고 또 엉킨다. 급기야 뒤엉킨 사내 몇은 벌렁 나자빠지며 고난이도의 몸 개그까지 해낸다. 험상궂게 생긴 야쿠자들이 펼치는 일대 난리 블루스, 마치 한 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스기야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청연 입장에선 그야말로 취향저격이다. 한 밤, 처음 달을 보는 하룻강아지마냥 좋아 날뛴다. 누군가의 얼굴을 더욱 참담하게 만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하하! 이 양반들 왜 이래! 왜 자빠지는 거야? 내가 무서워요?”

詛呪(저주다) 詛呪(저주)詛呪をしようとするだろう(저주를 걸려는 거야!)”

어라? 진짜 내가 무서운가 보네? 히히히힛

 

제 손짓 한 번에 덩치 큰 야쿠자들이 이리저리 나자빠지는 모습이 재밌었을까? 돌연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청연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곤 마치 친화력 좋은 강아지마냥 사방을 뛰어 다니며 야쿠자들을 쫓는다. 흡사 술래잡기라도 하는 모양새다. 헌데 신기하게도 그 황당한 움직임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코믹극(喜劇)? 아니다 쫓고 쫓기는 자의 관계가 뒤바뀐 웃지 못 할 추격극(追擊劇)이다. 막아서기는커녕 혹여 저주가 옮을까 걸음을 내빼는 사내들, 그야말로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기 바쁘다. 사내들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뛰고, 청연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달뜬 표정으로 이리저리 뛰논다. 곤혹스런 얼굴들 사이 천진난만한 미소 하나가 피어났다.

 

하하하! 거기서용! 내가 잡을 거야! 하하하핫!”

キャッチ(도망쳐라! 잡히면 죽는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을까? 장난기 어린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궁지에 몰린 스기야마를 자극했다. 이제껏 그를 지탱해온 얄팍한 자존심이 무너지고, 그 빈자리에 독기어린 증오가 차올랐다. 두 눈 가득 이글거리는 분노, 마침내 결단을 내린 스기야마, 그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코헤이! 그걸 줘!”

! 하지만... 여긴 본국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시끄러워! 그럼 나보고 웃음거리가 되란 말이냐!”

... 하잇!”

 

코헤이의 얼굴에 약간의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망설임은 없다. 야쿠자의 세계, 보스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코헤이가 조용히 품안의 것을 꺼내어 스기야마에게 내밀었다. 상황을 뒤집을 마지막 반전의 카드, 그것을 손에 쥔 스기야마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흘렀다.

 

하핫! 아이쿠 잡았다!”

是非生かしてください(제발 살려주세요!)”

 

옷깃을 잡힌 것만으로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덩치 큰 야쿠자 사내와 일곱 살 아이 같은 표정의 청연, 외형만을 보면 분명 둘의 관계는 뒤바뀌는 것이 옳았다. 힘이나 체력 어딜 봐도 사내 쪽이 우위다. 그 차이를 메운 건 약간의 착각에서 비롯된 심리적 공포뿐이다. 헌데 지금 그 상대적 우위가 스기야마의 손끝으로 말미암아 중심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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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의 총성, 연기가 피어오르고 천장에 설치 된 대형 샹들리에가 휘청이며 흔들렸다. 단 한 발이지만, 홀 안을 얼어붙게 만드는 데엔 그것이면 족했다. 당황한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이고, 드디어 웃는 자, 겁먹은 자, 긴장한 자, 아무 생각이 없는 자, 모두의 이목을 집어 삼킨 매캐한 화약 냄새가 퍼져간다. 저주의 악취마저 불식시킬 더 짙은 죽음의 내음이다. 그 생생한 현실감은 상황파악 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이 남자마저 멈춰 세웠다.

 

... 산아... ... 저거 가짜지? ... 말해줘 어서! 가짜잖아...?”

스기야마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저것은 상처 받은 맹수의 눈빛...”

... ! ... 나 겁주지 말고... 이거 호... 혹시 몰래카메라? 그치? 맞지? ?”

정 궁금하시면 직접 확인해보시던가요. 머리에 구멍이 나도 좋으시다면...”

흐이이익!”

 

바짝 얼어버린 청연,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긴장한 설 산, 비로소 되찾은 상황의 주도권에 두 사람을 바라보는 스기야마의 표정이 흐뭇하다. 보스가 위엄을 되찾으니 무기력하던 병졸들도 힘을 낸다. 한층 용기백배한 것은 물론, 득달같이 달려들어 청연과 설 산을 주저앉히는데 거침이 없다. 그야말로 일발 역전이 아닐 수 없었다. 만면에 미소를 띈 스기야마가 기뻐하며 말했다.

 

신경(神鏡)! 신경을 가져와라!”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봉신당티져.jpg

봉신당 : 참회의 서

Written by 야설왕 짐보(미/스/공)

스터리/릴러/포 괴담공작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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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관심있으실 분들을 위한 이전 시리즈 좌표.
봉신당 #1. 업은 업으로 덕은 덕으로 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5578
봉신당 #2. 인면목의 저주
- 1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7163
- 2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7428
- 3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8345
- 4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8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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