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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취준생의 밤
게시물ID : freeboard_13288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half
추천 : 3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24 05: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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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는 잠시 소강에 들었다. 

내리다 만 비냄새가 웬지 역하다. 

피곤하다 생각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쉬이 잠에 들질 못한다.

  취업이 인생에서 손 꼽힐만한 분기점이라하면 토요일 시험을 앞둔 이 깊은 밤의 여유는 어쩌면 사치일까, 싶다가도 다른 밤들 또한 아까운 시간들이었을지 모를 일이지않나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박애주의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포기했다 다 끝났다 말하면서도 끝내 놓지못한 상반기 공채들의 끝자락에서 우연히 손에 떨어진 서류 합격 통보 두 통. 

꽤 기뻐할만한 것임에 분명할텐데 한참이나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탈락이 싫어서 합격을 원하고 백수가 싫어서 직장을 원하는.

 그런 차악 선택을 반복하다보니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감정이었더라, 한참 되돌이켜보다 그런 적이 있긴 했었나. 하는 의문에 부딪친다.

 나이를 먹는 것은 재밌다.  

그 본연의 이유는 스스로를, 그리고 세상을 더 잘 알게 됨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스스로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이라 생각하던 때와 외향적이고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꽤나 여러번 반복됐다.

 이제와서 둘 다 나였음을 인정한다. 

사실 성격에 대해 가타부타 말로 한정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이제야 안다.

  느닷없이 스스로의 성향에 대해 성찰을 하는 까닭은, 두 통의 서류 합격 소식이 마침 그러하기 때문이었다. 

조용하고 가늘고 긴 회사, 도전적이고 시끌벅적한 회사.

 어디든 좋다, 취업만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자신이 마음에 안 들었다. 

편한 말로 하자면 약간 역하게 느껴졌다.  

어찌나 형편없는 삶의 자세인가.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회사에 가고싶은지에 대해 스스로와 대화해본다. 

 가치관과 이상을 한창 정립해나가던 시기에는 이런 고찰을 자주 했었지만 오늘은 무척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간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 아니 솔직히 말하면 머리가 컸다고 돌아보지 않은 것이겠지. 

아무튼 그러한 시간을 갖고나서 생각해보건대, 역시 아무래도 좋다.

 둘 다 좋다.

 여기에 있어 특별히 가치판단은 없다. 

외부인 입장에서 이 이상 모를 일이기도 하고. 그저 둘 다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처음과 같은 결론으로 일단락되었지만 해보다 식이 중요하듯 가치판단의 과정을 바로잡은 것이 내심 뿌듯하다. 

머릿속에 자욱하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나니 잠시나마 잡념들이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그러고보니 마치 장마가 잠시 그친 것과도 같구나.

비냄새는 여전하나, 뭐 어때. 아까와 달리 머리가 맑아진 탓인지 제법 맡아줄만한 것같기도 하다.

이미 내일이 되버린 오늘이지만, 왠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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