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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입대한다
게시물ID : freeboard_13297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성류
추천 : 2
조회수 : 29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6/27 23:22:55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만날 사람도 다 만났고

먹을 음식도 다 먹었다

어제는 동네 소방서에서 복무 중인 친구를 만났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친한 녀석은 아니었는데

꼭 오란다

대신 올 때 아이스크림

잠깐의 안부를 나누었다

음 그렇구만 힘들구만

삐용삐용 출동 명령

포옹 한 번 하고 급하게 헤어졌다

저녁에는 친하게 지내던 대학 동아리 선배를 만났다

고향도 같고 사는 동네까지 같아 친하게 지내던 선배다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운 선배 또 미안한 선배

고향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네

그러네요

피자 한 조각 먹으니 입맛이 없다

서울에 있는 동아리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삶이 힘들어 도망치듯 휴학했지만

내 2년은 그대들이 있었기에 정말 즐거웠다

잘 가

잘 있어요 형

저 멀리 계속 손 흔드는 모습

잘 가라 OO야!

아무 말 없이 손 흔들고 뒤돌아섰다

고향 친구들 중에서는 내가 꼴찌다

대학도 늦었는데 군대도 늦었다

벌써 제대한 녀석도 있고

제대를 앞둔 녀석도 있다

그 녀석들 군대간다고 술 마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마음이 싱숭생숭

지금은 다 군대에 있어 보고가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지

나도 이제야 간다

일주일 전 첫사랑에게 연락이 왔다

동아리에서 만난 첫사랑이었는데

짝사랑이었지만 정말 많이 좋아했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지

동아리 친구들과의 마지막 술자리

노량진 뒷골목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번호를 지웠거든

여보세요

목소리만 듣고 알 수 있었다

여행을 왔는데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고

나 군대 가

정말?

응 내가 내일 전화할게

옛날에 그렇게나 좋아했고 추억도 많고 고백도 했었는데

여차처자 서툴고 용기도 없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지

3일 전에 연락했다

나 군대에서 신촌으로 대학 옮길지도 몰라 적성에 안 맞아

신촌에 오면 밥 사줄게!

헛웃음만 나온다

내가 자기 좋아했다는 거 뻔히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 연락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도 편지 쓴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고

나도 연락한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아마 그냥 다 잊혀지겠지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 1시 쯤 잠이 들어

아니 어쩌면 새벽까지 잠이 안와 산책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쩌다 밤을 샐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운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서운하지만

서운하다

그래도 많은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다

그냥 차 타고 내리면

가족이랑 밥 먹고

별 생각없이 들어가겠지

충성 한 번 하고 들어가야 할까?

어머니는 약해서 우실 지도 모르는데

나도 같이 울어야 할까?

일주일 전 들어간 친구는 뭐하고 있을까

난 내일 뭐하고 있을까

짧게 자른 머리

이제는 어색하지도 않다

원래 나구만

내후년 3월이면

대통령도 바뀌어있겠네

취임식이 기억난다

난 혼자 재수를 하고 있었고

도서관 가는 버스 안에서 취임 인사를 듣고 있었다

그 기억이 아련하다

너무나 아련하다

아련하다

방금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제대한 친구인데

잠깐 볼 수 있냐고

봐서 뭐하냐

잘 있어 잘 가 소리 밖에 더 하겠냐

그래도 봐야지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나 내일 입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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