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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5
게시물ID : panic_888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8
조회수 : 105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6/28 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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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바로 이동하기엔 아직 밖이 불안정 할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어쩐지 인기척도 좀 있는 것 같아.(4표)

아뇨, 저기 다리가 아직 좀..."

그는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크게 주억거린다. 아까 좀비의 행동에서 어쩐지 법칙 같은게 있었던 것 같다. 직감, 제 육감, 여자의 감 뭐라고 설명해도 이상하겠지만 어쩐지 저 무리와 함께 이동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 조금만 더 사태를 지켜보자.

전력이 복구되지 않아 라디오가 흘러나오진 않는다. 당장 핸드폰도 이제보니 배터리가 언제 다됬는지... 옆에 있던 남자는 그런 사정을 알아챈건지 자신의 핸드폰을 켜 뉴스페이지를 확인한다. 놀랍게도 사진까지 동봉한 뉴스가 특별페이지 1면에 꽉 차있다.

<영화 속 좀비가 현실로>

<서울시 xx구 xx로 현재 괴한들의 끔찍한...>

댓글들에는 어째 낄낄 거리는 사람들 뿐이다. 하기사 직접 본 나도 현실성이 없어서 정말 꿈을 꾼건 아닌가 싶을 만큼 멍한데 멀리서 뉴스로 접하는 사람들은 그냥 거짓말 같겠지. 창 밖에선 아직도 먼 비명소리 같은게 들린다. 끔찍하다.

덜컹덜컹-

1층 근처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단숨에 몸이 바짝 굳고 아까 남자 아르바이트 생이 문을 잠궜다가 나간게 생각났다. 열쇠를 가졌을법한 종업원과 사장 모두 경황없이 가게를 떠났다. 그럼 문은...

"제가 한번 내려갔다와 볼게요."

남자는 들고있던 비닐봉투에서 xx물산 이란 스티커가 붙여진 투박한 칼을 꺼냈다. 손잡이가 날보다 훨씬 크고, 칼날도 모양새가 일반칼과는 한참 다르다. 묵직한 느낌에 칼날도 두껍다.

"목공용이라서요."

속삭이듯이 말하고 씨익 웃는다. 내가 말려볼 새도 없이 남자는 천천히 계단쪽으로 몸을 옮긴다. 스마트폰 액정의 불빛에 따라 천천히 이동한다. 소리가 난 쪽은 주방 안쪽, 아무래도 여기 주방에도 뒷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익... 지이이이익..

등줄기에 눈을 한웅큼 넣은 듯한 냉기가 느껴졌다. 기묘한 소리가 내 등뒤를 지나간다. 곧이어 콰직, 털썩. 하는 축축한 소리도 들렸다.

스으으윽-

...지금 뭔가가 내 옆을 지나갔...?!

삐걱삐걱 소리가 날거같은 모양새로 천천히 옆을 본다. 새하얀 기둥같은게 어느샌가 내 옆에 가로로 떠있다. 얼굴에 스칠듯이 가까이 떠있는 그것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길게 뻗어있고 굵기는 맨오른쪽이 가장 얇았다가 급격히 굵어지고 다시 왼쪽으로 갈수록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얇아진다. 그 끝에, 중지와 검지의 손톱이 뒤집혀 뽑힌 손이 있다. 뭔가의 팔이다.

"....!!!!!!"

비명을 지를뻔 했지만 황급히 입을 틀어막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몸을 굽혀 일어선다.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등 뒤에 보이는건 열려있는 2층 창문 사이로 나와있는 누군가의 팔. 움직이지 않는다. 깨끗한 유리창 너머로 눈이 게게 풀려있는 여자가 보인다. 깨끗하다. 손톱 두개 뒤집힌 것과 입주변이 피로 물들어 있다는 것 빼곤 딱히 좀비같다곤 생각할 수 없는 모양새다. 좀비라면 왜 날 습격하지 않았을까. 무방비 상태로 그녀의 팔이 뻗어나오는 순간까지도 나는 저항이 없었는데. 혹시 모르는 일이다. 

그때서야 퍼뜩, 이 가게의 2층에는 테라스 같은게 있었다는게 떠올랐다. 좀비라면 여길 어떻게 올라와서 저기까지... 어떻게든 확인해야 하지만 직접 볼수는 없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벽 끝에 붙어있는 창문이 잠긴걸 확인하고 까치발로 이동한다.

테라스 그 여자의 발치께에 한 남자가 쓰러져있다. 자세히보니 한쪽 다리가 종아리 중간쯤 부터 뜯겨나가 있다.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마도 이미 죽은 사람같았다. 등이며 뒷머리 같은 곳이 공업용 원형 톱으로 죽죽 그어놓은 것 처럼 파헤쳐져있다. 

남자의 목에는 아주 깊은 상처가 보인다. 누군가가 저 남자의 목을 물어 뜯어낸 것 같은. 문득 아까의 덜컹거림이 생각났다. 아, 저 남자였구나. 저 남자가 주방 뒷쪽 벽에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왔던 거구나. 그리고 저 여자 좀비가 쫒아와 남자를 죽인거였다. 여자가 헤 벌리고 있는 입 속에 남자가 잃어버린 살점들이 보인다.

왜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소리를 지르거나  창문이라도 두들겼으면 도와줬을... 아니지. 모를 일이다. 외면했을지도. 그랬을까? 그가 창문이라도 두드렸다면 여자가 그를 죽이기 전에 도왔을까? 그는 내가 망설일걸 알고 그랬나?

다리에 힘을주고 일어나 가게 벽면에 배치되어있던 야구배트 두짝중 한자루를 내린다. 다행히 고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몸은 부들부들 떨리는데 이게 공포인지 분노인지는,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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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 : 속옷/옷 한벌, 샤워타올 및 목욕용품, 자일리톨 리필형 반봉지, 포장을 뜯지 않은 초크 1킬로, 하네스와 로프 한세트, 차키, 쇠로 된 야구배트 하나.

1. 당장 저 개같은 좀비의 머리를 후려친다. 인간의 존엄성 운운할 만큼 똑똑하게 산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런 식으로 죽어선 안되지 않았을까? 분노는 곧 힘이다.

2. 남자가 있을 1층으로 내려간다. 이곳은 정상이 아냐. 일분 일초라도 더 있으면 내가 내 목을 조르게 될 판국이다. 살자. 당장 이 도시를 떠나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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