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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computer_3114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골영감
추천 : 1
조회수 : 51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02 13: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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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요즘들어 용산에 대한 얘기가 많네요.
물론 안좋은 말들이 많지만, 저는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 10년넘게 가보지를 못했고.
예전에는 안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정든 장소입니다.

제가 처음 용산에 출입한건 90년대 중반에 대학을 서울로 진학하면서였지요.
당시 486을 사용하고 있었고, 클래식 펜티엄이 나오던 시절이라...
"얼마까지 알아봤어??" 라는 멘트는 많이 들었지만, 손님들이 그리 눈탱이맞는 시절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당시 용산 가던 사람들은 다들 전문가급이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옛날에는 메인보드에서 씨퓨전압과 FSB클럭, 배수, 램클럭 등등을 하나하나 점퍼로 설정해야 해서. 보드 메뉴얼을 정독한 다음에 조립작업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요즘처럼 대충 맞는 소켓에 낑구면 되는게 아니라요.
저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무릎꿇고 않아서 메뉴얼 읽었습니다. 뭐 하나 잘못맞추면 타버리던 시절이라...


당시는 가난한 학생이라 뭘 그리 많이 산것도 아니고, 용산이랑 가까웠던 탓에 날씨좋으면 그냥 놀러가기도 했었는데...
구름다리 밑에서 파는 떡꼬치도 맛있었고, 구름다리에서 파는 불법CD도 쓸만했습니다.
씨디 한장에 윈도95, MS오피스, 아래아한글 그리고 각종 유틸이 꽉꽉 들어있었거든요. PC통신 하던 시절에 다운로드 받기도 힘든데.. 이런거 한장 있으면 정말 유용했습니다.
그러고나서 불법씨디 단속하면서 구름다리 입구에 입간판을 세웠는데...
"이곳에서의 불법 상행위를 금지합니다." 요 문구를 누군가가 칼로 긁고 볼펜질해서 "이곳에서의 불법 성행위를 금지합니다." 라고 바꿔났던걸 본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98년 즈음에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여기저기 부탁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조립을 시작했는데...
처음 조립한게 셀233이었지요.
불법씨디에 들어있던 윈도98과 각종 유틸리티 깔아주고.. 보통은 밥한끼, 운좋으면 술이나 얻어먹으면서 수십대는 조립한거 같습니다.
용산 헤집고 다니는데 방해된다면서 그냥 나혼자 배낭매고 나가서...
배낭에는 부품가득, 왼손에는 케이스, 오른손에는 CRT모니터 들고 허구허날 용산 다녔네요. 지금와서 생각하니 끔찍함.... 그냥 젋으니까 그런짓도 했던거 같아요.


저는 현재 아키하바라에 종종 나가는 편입니다만. 거기도 컴퓨터가게는 많이 줄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영향이 크지요.
다만 일본시장은 좀 다른게... PC하면 그냥 완제품을 많이 씁니다.
원래부터 복돌이윈도의 개념이 없는데다가... 같은스펙의 견적과 DELL이나 HP의 완제품을 비교하면 완제품이 저렴합니다.(물론 후지쓰나 도시바 등의 완제품은 비쌉니다)
게임용 등의 특수목적이 아니면 조립을 잘 안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조립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땅값비싼 아키바에서 매장운영비, 알바비 드는거 알기때문에 온라인보다 가격이 약간 비싸다고 해서 불만갖는 사람도 없고요.
이점은 우리나라에서도 손님과 업자가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아키바에서는 예전에 개인이 운영하던 조그만 점포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몇몇의 기업형 대형점포가 지점을 늘려가면서 세를 불려가는거 같습니다.
아마도 용산도 그런식으로 재편되거나 아님 전자상가로서의 특징이 사라지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쓴 잡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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