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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예고편을 보고, 부끄러운 마음에 적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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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Promet
추천 : 4
조회수 : 6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09 02:09:30

  "대한민국의 안전이 무너졌습니다"

  "국민들도 그만하잖습니까"


 <터널>의 예고편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정치적으로 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실 분도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이 대사를 들으며 2년 전의 그 사건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세월호 이후만큼 인간의 가치가 하찮고 참담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혹자는 배에 짐을 많이 실은 회사와 선장을 탓하면 될 일이라 하지만, 그런 회사가 버젓이 장사를 하고 그 죗값을 가장 죄없는 이들이 치르는 동안 바다에 널빤지 하나 던져주지 못한 우리들은 과연 아무 책임이 없는 걸까요. 잔해조차도 제대로 인양하지 못한 우리는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터널>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주류 상업영화 중 재난 영화의 포맷으로 세월호를 눈에 띄게 겨냥한 첫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닐 겁니다. 이미 세월호 이후 많은 한국영화들이 그 트라우마를 경유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영화들이 이를 거쳐갈 겁니다. 영화가 아무리 환상을 직조한다 하더라도 결국 현실의 단면인 이상, 그리고 그런 영화를 만들고 감상하는 우리가 그 부채의식을 가슴에 안은 이상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중 제 마음에 가장 들었던 영화는 <동주>였습니다. 교과서 속 윤동주는 민족의 시인이지만 여기의 '동주'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야만스런 시대에 서글프게도 여린 영혼을 갖고 태어난 범인입니다. 그는 세상일에 온몸을 던질 힘도 용기도 없는, 총보다는 시를 꽃 피우고 싶었던 평범한 문학도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포자기하거나 망각하는 대신 끊임없이 부끄러워 하는 길을 택합니다. 잔혹한 세상사에 아무 도움이 못되더라도, 그럼에도 무심해지지 않고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더 나은 일이라 믿었기에 그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기를 택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잘 아는 시들이 결코 쉽지 않게, 힘겹게 쓰여졌습니다.


 영화를 찍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비슷한 일이 될 수 있다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무력하고 노란 리본은 프로파간다와 악다구니 속에서 비루해졌지만, 그럼에도 저는 무심해지지 않고 끊임없이 부끄러워 함으로서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터널>도 그것이 겨냥하는 사건을 기억함에 마음을 다하는 영화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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