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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에 참여하시겠습니까?.txt
게시물ID : overwatch_192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여를위하여
추천 : 1
조회수 : 2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09 10:17:02
 BT124159(작성자 임의 작성) 님께서 당신을 그룹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참여하시겠습니까? Y/N
 최근 들어서 제법 자주 보았다고 생각이 드는 말이다. BT(작성자 임의 작성)은 이전에 만나본 적도 없는, 빠른 대전을 통해서 이번에 처음 만난 사이이다. 그러면, 친구도 아닌 BT(임의작성)이 내게 그룹 참여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 당직은 메르시입니다."

  내가 입 닥치고 메르시만 하는 답도 없는 메르시 충이기 때문이다.
  메르시. 힐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카두세우스 지팡이로 아군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상냥한 그녀. 하지만 때때로 권총으로 따끔한 참교육을 실현 -항상 그런건 아냐. 난 권총보다는 지팡이를 자주 써서 총은 잘 못쏴.- 하는 그녀는 별로 인기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캐릭터, 특히 딜러진들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놈의 딜러진.
  물론 난 그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허구한날 겐트위한이나 고르는 놈들이 내게서 메르시를 앗아가는 놈들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점수를 못 벌어도, 힐링을 할 기회도 없이 겐트위한들이 녹아버려도, 아군이 날 버리고 먼저 앞으로 달려나가 용맹히 전사해도, 나는 메르시를 하고자 할 뿐.

  "님, 제발 메르시 양보 안될가요?"
  "하시게요?"
  "ㅇㅇ 제발."

  이런식으로 부탁하는 건 사양이다. 요즈음 들어서 갑자기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잡설이 조금 길었는데, 아무튼 사람들이 참여 대열에서 엇나가지 않고서 7~8판 씩 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내게 그룹 참여를 권한다. 물론, 나는 그때마다 정중히 사양한다.

  "죄송하지만 제가 이번에 마지막 판이라서…."

  거짓말이다. 대열에서 이탈한 다음에 2~3분 있다가 다시 들어올거다.

  "그룹 참여는 조금 꺼려져서…."

  이건 사실이다. 난 제법 소심하거든.

  "꺼져."

  꺼져 이 겐트위한리멕들아. 이게 화물도 안 미는게 까뿔어!
  아무튼, 나는 녀석들과 그룹으로 행동하는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잠깐만. 그런데 그런 놈들이랑 그룹에 참여하면, 적어도 메르시 플레이는 확실하게 보장되는거 아니야?"

  친구의 말이었다. 물론 대답조차 아까운 어리석은 질문이었지.
  이 말에 대해서 반박을 해보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저들이 아니라 내 실력에 대한 서술로 반박을 해야한다. 왜 내 게임 실력으로 반박을 해야하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메르시를 별로 잘 하지 못한다!
  앞서서 화물을 밀고있는 라인하르트를 돌보다 갑작스래 치유를 요청하는, 나무 상자에 가려서 수호천사도 발동시키기 힘든 위도우를 향해 기꺼이 날아가는게 나다. 이리저리 톡톡튀며 복도 어딘가에서 적을 유린하다 체력이 바닥나 뒤늦게 치유를 요청하는 트레이서를 찾아 미로를 헤메듯 헤메다 이미 죽은 트레이서를 바라보며 쓴 잇소리를 내는것이 나다.
  죽을 각오로 궁을 켜고서 기관포를 쏘고있는 로드호그를 버려두고 뒤에서 말뚝 박은채 적의 공세에 힘을 쓰지 못하는 바스티온에게 달려가 미약한 치유라도 해주는게 나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궁극기를 쓰는 파라보다 당장 내가 돕지 않으면 죽을 것이 뻔한 겐지를 향하는 것이 나다.
  나는 좋은 메르시 유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내가 메르시 유저라는 이유로 나를 그룹에 참여한다. 힐러를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힐러의 필요성은 자각하는 이들. 그들에게 나같은 메르시 충은 화룡점정이라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지. 물론 내 생각엔 사안점정(巳眼點睛)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건 실력있는 힐러가 아닌, 그저 그들이 떳떳하게 딜러를 고집할 -적어도 메르시는 있으니 힐러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 명분인 것이다.
  그들의 명분이 되는 것이 싫어, 나는 그들의 그룹 참여를 거절한다.

  "사양할게요. 그룹 참여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게임을 하고 싶어서 말이죠."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하나.

  "류승룡기모찌 오졌다. ㅇㅈ?"
  "ㅆㅇㅈ"
  "ㅆㅌㅊ"
  "자추충들 극혐 ㅡㅡ."

  급식 시간대에 주로 이런 참여 콜이 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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