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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같은 아빠되기
게시물ID : baby_152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대체모르겠다
추천 : 10
조회수 : 60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7/09 17:44:54

저희 아버지가 22살때 저를 낳고 제가 지금 35입니다.
저 낳고 아부지 상근예비역이어서 엄니가 도시락 싸준거
딸랑딸랑 들고 출퇴근했대요.
(당시에 방위는 짬밥을 못먹게했대요.)

저는 크면서 아부지랑 뭘 오붓하게 못해봤어요.
성적나올 때 혼나기 싫어서 친구집 갔다가 한달 넘게
개기다 들어가서 뒤지게 맞았다던가. 

취미도 흥미도 없는 바둑, 낚시 같은걸 억지로 끌려다니거나
말 수도 적고 무뚝뚝한데다 입만 열면 훈계에..
한공간에 둘이 잠시도 있기 싫어했던 기억 뿐입니다.

그러다 제가 아들을 키우면서 옛날에 제 아버지가 하셨던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제 아들에게 하고 있단걸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밥먹을 때 유독 혼낸다던가,
사실 4살 5살 때 편식 시작하고 밥을 입에 물고 돌아다닌다거나 그런거 그 때는 다 그런건데, 제가 훈계가 아니라
혼내는 수준이 너무 한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행동하고 있더라구요..

다음날 울면서 잠든 아들녀석이 아침 출근하는 저에게
웃으면서 "아빠 사랑해요. 오늘도 힘내세요." 하는걸
보면 미안한 마음과 또 내 자신에게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제가 서서히 변한거 같습니다.
이게 딱히 옳다는 건 모르겠지만, 그냥 제가 말이 많아졌습니다.

퇴근하고 의무적으로 놀아준다는 느낌 보다는 오히려
밖에서 내가 겪은 일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내일은 뭐할지. 주절주절 말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아들도 저에게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놀았는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상세히 말해주기 시작했네요.

이게 남들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게는 큰 의미가 있네요.
몸으로 놀아주는 장난같은건 원래 많이 했지만
자기 생각을 말해주는게.. 저와 제 아버지 사이가 생각나면서
묘한 느낌입니다. 암튼 얘가 요즘 반항기 시작인거 같은데
잘 다독여 봐야겠네요.

좋은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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