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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와 개 (1/2)
게시물ID : readers_257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SSword
추천 : 1
조회수 : 2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0 23:26:22

때려 붓는 빗줄기 너머로 곱창집 간판이 보였다. 우산의 물기를 털며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차가운 바깥 공기와는 다른 꿉꿉하고 미지근한 공기와 돼지고기 냄새가 훅 끼쳐왔다. 양철로 만든 둥그런 테이블에는 저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대고 있었는데, 저 안쪽에 테이블 하나만은 그놈 혼자의 차지였다. 반가워하며 팔을 높이 들어 손을 흔들어대는 모양을 보니 많이 취한 것이 틀림없었다. 플라스틱 의자를 당겨 앉으며 소주잔과 수저를 가져다주는 식당 이모에게 소주잔은 됐고 물티슈나 가져다 달라 했다. 이놈은 그 말이 퍽이나 섭섭했던 모양이다. 왼쪽 뺨을 괴고 소주잔을 든 오른손을 휘저으며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 친구랑 술 한 잔 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차 가져 왔다고? 씨발, 좋겠다, 그래. 이 맛있는 술을 안 먹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손실인지, 감당할 수 있냐? 잠깐만. 아니지, 술이 맛있는 게 아냐. 일단 한 잔 따라줘 봐. 다시 한 번 먹어보고. , . 당연히 내가 알아서 조절 할 수 있지! 그럼! 가득 따라 봐. 에이……. , 넘쳤잖아, 이 아까운 술을 아주 그냥…….

 

쓰읍, 지금 먹어보니까 말이야, 이 술맛이라는 게, 이게 아주 씨발 개 같은 거야. 쓰거든. 근데 달단 말이지. 근데 너는 이런 술맛도 모르고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사냐? 아니야. 술을 마신다고 인생이 재미있는 건 아니지, 미안하다. 내가 질문을 바꿔 볼게. 술을 마신다고 인생이 즐거워지는 건 아니지. 하지만 이 쓴 맛이 마치 인생의 쓴맛과도 같다, 이 말씀이야. 중화시키는 거지. 그런 거 있잖아, 머리가 아파, 깨질 것처럼. 진짜 많이. 그런데 이게 어디 문턱에 발가락이라도 찧으면 발가락이 아프잖아? 그래 아주 씨발 개 같이 아프지. 그럼 어때? 둘 다 아프다고? 아니지. 잘 생각해 보란 말이야. 발가락이 아주 씨발 개 같이 아프니까 조금 덜 개 같이 아픈 머리는 잠시 잊어버리는 거야. 술이란 그런 거거든. 아주 씨발 개 같이 쓴 술을 먹으면 개 같은 일들을 좀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이야. 진짜야. 한 번 먹어볼래? 새끼, 웃고만 있어, 그냥 아주…….

 

, 그래. 왜 오늘은 왜 술이냐고? 아까 말하지 않았냐. 세상이 아주 씨발 개 같으니까. 그 씨발 개 같은 새끼, 그 새끼, 그거. 내가 저번에 말 했지? 아니, 그 알바 사장 말고. 아 씨발 그 개 같은 새끼도 언젠가는 내가 진짜 한 마디 한다. 아니면 알바 때려치우고 밥먹으러 가서 사장새끼한테 갑질 할 거야. 카드도 그냥 안 주고 계산대에다가 던질 거라고. 아니 씨발 그 개 같은 연놈들이 밥 처먹으러 와서 지랄하는 게 왜 내 탓이냐. 그렇지 않냐? 아니 애새끼들 데리고 밥을 먹으러 왔으면 지들이 봐야 할 것 아냐. 애새끼 혼자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대가리 깨진 게 왜 내 탓이야. 아 씨발 진짜 그 개 같은 연놈들이고 사장새끼고, ? 내 목소리가 뭐 어쨌는데? 크다고? 내 목소리가 뭐가 크…….

 

…….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래, 알았어. 조용히 할게. 됐지? 아무튼, 그 사장 새끼 말고 그 대학원 선배 그 새끼 말이야. 그래 내가 지난번에 말한 적 있지? 그 싸이코 같은 새끼. 그래, 그 병신 같은 놈. 기억나지? 그 쓰레기 새끼 얘기는 한 번 들으면 까먹을 수가 없다니까, 그 새끼는 처음에 자기 전화 안 받는다고 지랄할 때부터 알아 봤어. 군대도 안 갔다 온 새끼가 군기 잡는다는 헛소리 해 대면서……. 근데 아주 씨발 개 같은 게, 그 새끼가 금수저란 말이야. 금수저가 뭔지 알지? 부모덕에 학비 걱정 할 필요도 없고, 외제차 끌고 다니면서 여자나 후리고. 아주 씨발 개 같은 새끼가 벌써 학사 몇 년찬데 대가리에 든 건 없어. 발제 한다 그러면 후배들 쪼아서 대신 시키고. 지 맘에 안 들면 불러다가 욕하고 갈구고. 근데 진짜 아주 씨발 개 같은 건 말이야. 저번 주에 너랑 둘이 술 마셨잖아? 그 다음에 여자 친구 보러 갔더니 내 여자 친구랑 그 새끼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더라. 새끼야, 씨발 뭘 되물어. 아주 씨발 개 같이 물고 빨고 하고 있더라고. 씨발!

출처 제가 쓴 건데, 이렇게 올리면 읽기 편하게 잘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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