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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기담 #. 2일 차 링우드 형무소의 수감자
게시물ID : dungeon_6256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16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11 1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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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모험가는 아직 한참 남은 병원식 담긴 그릇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건강을 위해서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는 말을 들었지만, 모험가에게 있어선 정말 맛없는 음식이었기에 그저 음식물만 의미 없이 뒤적일 뿐이었다.

 어제도 병원식을 남겨 한소리를 들었던 터라 모험가는 참고 먹을지, 몰래 버릴지 당당히 남길지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병원의 간호사가 장난 아니게 기가 드센 사람이었는지 모험가는 상당히 질린듯한 표정이었다.

 모험가는 한참을 뒤적이며 이미 다 식어 더욱 맛없어진 병원식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가져다 대었다. 기가 막힐 만큼 맛없음에 모험가는 절로 몸서리를 쳤다. 모험가는 병원식을 니베르에게 주면 평소 군용 식단에 불평 많은 니베르가 군말 없이 군용 식단을 그 텁텁한 건빵과 함께 먹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기요, 또 남기려는 거예요? 남기면 아예 굶길 줄 아세요!"


 모험가는 지나가던 간호사의 외침에 단숨에 남은 음식을 들이켰다. 무미의 끝을 달리는 맛이었지만, 굶겨지는 것은 싫었기 때문이었다. 모험가는 내팽개치듯 빈 식판을 상에 올려두고 자리에 냅다 누워버렸다.


 "아저씨도 여기 밥 싫어해요?"

 "아저씨는 무슨. 난 아직 한참 젊어."


 어제의 그 어린아이였다. 어린아이는 어제와 같은 얼굴로 모험가의 옆에 달라붙어 똘망똘망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어제처럼 이야기를 들으러 온 모양이었다.


 "아저씨, 오늘도 얘기해줄 거죠?"

 "…내가 왜…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난 그냥 쉬고 싶을 뿐이야."

 "얘기해준다고 했잖아요."

 "그건 네가 멋대로…됐다, 됐어. 그냥 한 번 해주고 말지."


 모험가는 대충 손사래를 쳐댔다.


——


 아, 그래. 꼬맹아. 오늘 해줄 얘기는 별 시답잖은 얘기다. 왜냐고? 엄청나게 터무니없는 얘기거든.


 꼬맹아, 너 실버크라운 알지? 그래, 대전이의 여파를 막아줬다는 엄청나게 큰 나무. 거기가 예전에는 제국령이었대. 대전이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사람들이 반기를 들어서 버려졌다는데 제국의 흔적은 조금씩 남아있는 곳이래. 누가 그랬냐고? 비탈라 씨가. 용족인데 엄청나게 예뻐. 나중에 크면 보러 가봐.

 아무튼, 그 지역에 남은 제국의 흔적 중 하나가 형무소야. 죄수들 잡아다 가두는 곳. 그런데 그 형무소가 그냥 형무소는 아냐. 제국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잡아다 가두는 곳이었대. 아마 거기가 버려지기 전에는 이유만 그럴듯하게 가져다 붙여서 거슬리는 사람들도 싹 다 가뒀을걸.

 그러다 보니 거기에는 뭐라 해야 하나…부정적인 사념? 원한? 아무튼, 그런 기분 나쁜 것들이 잔뜩 쌓여서 거기 사는 정령들도 쉽게 다가가질 않아. 어쩌다 몇 번 들어가 봤는데 확실히 기분은 나쁘더라. 뭔가 구리구리한게 가득 들어찬 느낌? 그런 기분이었어. 나중에 실버크라운 가봐도 그쪽은 가지 마.

 유령? 어…사념 같은 느낌으로 있어. 뭔가 연기같이 생긴 머리통이 둥둥 떠다녔거든. 물려고 달려들던데 엄청나게 기분 나쁘더라고. 물려보진 않았고.


 꼬맹아, 그런 구리구리하고 기분 나쁜 장소는 가만히 있어도 별별 소문이 다 튀어나와. 그냥 일반적인 폐가만 해도 누가 죽었네, 아이 귀신의 원한이 있네, 살인이 벌어졌네, 일가족이 자살했네 등등 별 이야기가 다 나오거든. 그런데 대놓고 사념이 돌아다니는 기분 나쁜 곳은 어떻겠어? 이제 말해줄 것도 대충 그런 부류의 소문이야.


 실버크라운의 형무소가 버려져서 여기저기가 엉망이야. 바닥이 패고 벽이 무너지고 쇠창살은 녹슬고 먼지 쌓여서 기도 막히는 느낌 나고…안 무너진 게 용할 정도로 진짜 너덜너덜해. 그 정도로 엉망인 데다가 버려진 지도 한참 됐고 환경도 환경이다 보니 사람이 있을 수가 없거든.

 그런데 벽이 무너져서 사람의 발길이 닿질 않는 곳에 잊혀진 수감자가 있다는 말이 있어. 형무소가 폐쇄된 것도 모르고 폐허가 된 형무소 내부를 계속 돌아다닌대.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고? 흘러들어온 정령 같은 걸 잡아먹은 걸지도 모르지.

 솔직히 거기가 사념들이 막 꽥꽥대고 그러는 곳이거든. 엄청나게 기분 나쁘고 시끄러워. 그런 곳이다 보니 그런 터무니없는 소문이 나돌고 그런 거지. 그런데 웃긴 게 그런 터무니없는 소문이 계속 나돌고 그러다 보면 없던 게 생겨나기도 하거든?

 거기서 추가로 도는 소문이 뭐냐면 잔해 너머로 웬 사람이 걸어가는 것을 봤다는 거야. 사람들이 하도 거기에 사람이 있다더라, 없다더라 하다 보니 그런 걸 보는 사람도 생겨난 셈이야. 관심 끌려고 말한 건지 진짜 본 건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한 번 그런 말이 튀어나오니까 지도 봤다는 소리가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오더라. 이젠 거기 있다는 사람 인상착의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게 됐어. 뭐, 잘못 본 걸 착각한 거겠지만.

 그런데 거기가 아무래도 원한이란 게 쌓인 곳이잖아. 그러다 보니 사람 귀신같은 게 눈앞에서 멀쩡히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란 말이야. 귀신도 대놓고 있는 세상이다 보니 거기서 사람들이 본 게 거기서 죽은 귀신일 가능성도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대충 오래전 거기에 수감되었다가 죽은 사람이 지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계속 떠돌다가 형무소가 버려지고도 성불도 못 하고 결국 무너진 곳에 지박령처럼 붙게 된 거고 그걸 사람들이 보게 된 걸 수도 있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좀 그럴듯하네?

 뭐, 거기에 그냥 평범한 지박령이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뭐가 이상하냐고? 그러니까…거기가 홱까닥 돌아서 악령으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는 거? 이런 헛소문에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응? 끝이냐고? 이런 소문에 뭘 더 바라는 거야? 꼬맹아, 원래 소문이라는 건 거창하게 시작해서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법이야. 끝이 명확하게 나면 그건 소문이 아니거든. 원래 좀 찝찝한 맛이 나야지. 불만이면 나중에 모험하러 돌아다니던가.


——


 모험가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어린아이는 모험가의 옷자락을 붙잡고 더 얘기해달라며 졸라대기 시작했다. 모험가는 귀찮다는 듯 어린아이에게 등을 돌렸고 어린아이는 제 분을 못 이기고 모험가의 등을 마구 때려댔다.


 "내일 와, 내일. 온다고 꼭 말해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모험가의 말을 듣고 어린아이는 얌전히 제 병실로 돌아갔다. 씩씩대면서도 군소리 않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모험가는 작게 낄낄대었다.



2일 차인데 괴담이군요


안녕하세요.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전에 썼던 글을 옮기려 왔습니다.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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