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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플레인: 미러 아라드
게시물ID : dungeon_6257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4
조회수 : 1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1 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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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요정들의 도시를 벗어나 변두리 숲 속에 한 소녀가 목놓아 울고 있었다. 검은 기사는 울고 있는 소녀의 앞에 조잡하게 만들어진 나무 십자가가 박힌 소박한 흙더미 3개를 쌓아올리고 있었다. 흙더미가 완성되어 갈수록 소녀의 울음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흙더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때문에 소녀가 더욱더 구슬피 우는듯했다. 

 흙더미가 다 쌓인 뒤에도 소녀는 그 앞을 떠날 줄을 몰랐다. 소녀는 한참을 그 앞에 앉아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든 소녀의 뒤에서 소녀를 지키던 검은 기사가 사라지든 소녀는 꿋꿋하게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혼자가 되어버린 소녀는 더 이상 울 수 없을 지경이 되어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지경이 되어도 그 주변을 떠나지 못 했다. 

 이틀쯤 지났을 때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모험가에게 이끌려 마을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소녀는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소녀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소녀를 가엽게 여겼고 소녀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소녀에게 '원래 이런 세상이다.'라 말해주었다. 소녀는 그런 것들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조용히 슬퍼하기만 할 뿐이었다. 


 소녀가 혼자가 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소녀는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혼자가 된 소녀는 아라드를 여행하며 많은 퀘스트를 해결해냈다. 종종 마을 밖의 그곳을 찾아가곤 했지만, 전만큼 목 놓아 울지는 않았다. 소녀는 간소하게 꽃을 한 송이씩 내려놓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원래 이런 세상이었던 거야….' 


 소녀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외로워도 별 내색하지 않았다. 가끔 견딜 수 없게 외로울 때엔 소환수를 불러냈다. 소녀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이거면 된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였고 주변에 거리를 두며 소녀는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소녀는 아니스에게서 편지를 하나 받게 되었다. 혹시 폐가 되지 않는다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느냐 조심스럽게 묻는 편지였다. 소녀는 곧장 아니스가 있는 언더풋의 항구로 향했다. 

 아니스는 소녀를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역시 와줄 줄 알았다며 소녀의 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아니스는 소녀에게 일리아가 전해준 편지를 건네주며 자신들을 도와달라 부탁했다. 소녀는 처음부터 도울 생각이었기에 대충 편지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스는 연거푸 고맙다 말하며 그녀의 뒤에 있던 차원의 균열을 열어주었다. 균열은 크게 일렁거리며 건너편 차원의 형상을 비추고 있었다. 


 "저 건너편은 대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아라드에요. 저곳에서 일리아를 만나 저희의 일을 도와주시면 돼요. 참! 오시면서 저쪽 세계의 초콜릿을 좀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저쪽의 초콜릿은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그래요. 후후후.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소녀는 차원의 균열을 통해 저쪽 세계로 넘어갔다. 넘어가자마자 들리는 것은 파도 소리였다. 햇볕은 원래 세계보다 조금 더 따사로웠고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웨스트코스트라 불리는 저쪽 세계의 도시는 매우 번잡했으며 물건을 팔고자 하는 상인들로 시끌벅적했다. 활기로 가득 찬 그런 곳이었다. 

 다만 그런 것들은 소녀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기에 일리아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여기까지밖에 못 가네.' 


 소녀는 마치 벽처럼 가로막힌 공간 너머를 보았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나갔지만, 소녀는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바닷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어진 길도 걸어갈 수 없었다. 소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차원의 균열이 이어진 웨스트코스트뿐이었다.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곤 반대쪽을 향했다. 반대쪽 길의 끝은 다행히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이 차원의 균열 너머여서 그런 것인지 던전 역시 이곳저곳이 꼬여져 섞여있었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그런 곳이었지만, 다행히 불안정하진 않은 공간 속에서 소녀는 일리아를 만났다. 


 "도와주러 와주셔서 고마워요, 모험가 님. 저는 저희들의 사명을 위해 이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어째선지 이곳에서 칼로소 님의 기운이 느껴져서 조사하던 중이었어요. 자세한 것은 천천히 알려드릴 테니 일단 이곳을 찾아봐주실 수 있나요?" 

 "네. 찾아볼게요." 


 소녀는 일리아의 부탁대로 던전을 샅샅이 뒤져가며 그녀들이 찾는다는 것을 찾아다녔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기운을 쫓기도 하고 곳곳에 흩어진 기운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종종 저쪽 세계 주민이 부탁해오는 것도 무리 없이 들어주었고 기운이 느껴진다는 곳은 뒤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그녀들이 찾는다는 '칼로소 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어느 정도 들락거리자 던전으로 향하는 길이 기이하게 뒤틀려 진입할 수 없게 변해버려 더 수색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이거 적어도 내일은 되어야 원래대로 돌아오겠는데요?" 

 "내일 다시 할까요?" 

 "괜찮아요. 이만큼 조사해봤으면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알 수 있을 거예요. 저희들을 더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내일 다시 조사해봐도 돼요. 참, 아니스가 모험가 님을 찾던데 한 번 가보시는 게 어때요?" 


 소녀는 일리아와 함께 원래 세계로 건너가고자 했다. 차원의 균열을 향하던 찰나 소녀는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뒤틀려 보이는 길 너머로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걸어들어갔다. 소녀는 일리아에게 양해를 구한 뒤 서둘러 그들이 간 쪽으로 뛰어갔다. 그들이 간 쪽을 바라보며 소녀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소녀는 두 손을 꽉 쥐었다. 소녀는 긴장감에 목이 타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소녀는 천천히 심호흡하였다. 입이 마르고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다시 그들이 나왔을 때, 소녀는 마치 눈물을 쏟을 듯이 기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저기…!"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불러 세웠다. 그들은 소녀를 보고 잠시 의아해했지만, 곧 경악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소녀를 보기 시작했다. 


 "대, 대체 어떻게…넌 분명히 죽었잖아…." 


 소녀는 그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그들은 소녀가 귀신인 거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고 소녀는 오랜만에 해맑게 웃어 보였다. 소녀는 기뻐했고 행복해했다. 소녀는 그들과 함께 웨스트코스트의 번잡한 인파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차원의 균열이 열린 뒤 아라드의 모험가들 사이에서 한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차원의 균열을 통해 저쪽 아라드로 건너간 모험가 중의 일부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문이었다. 몇몇은 그 사라진 모험가를 찾겠다며 저쪽 아라드로 건너갔는데 그 누구도 사라진 모험가를 데리고 온 사람은 없었다. 

 대신 아주 행복해 보이는 얼굴의 실종된 모험가를 보았다는 말만이 돌아다닐 뿐이었다.



비록 웨스트코스트의 일부에만 있을 수 있지만, 행복했다고 합니다.

해피엔딩 해피엔딩


안녕하세요.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의 두 번째 글 옮기기입니다.

글을 올릴 적절한 시간대를 못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수요는 적군요. 슬프게도.

그래도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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