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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생의 수확자
게시물ID : dungeon_625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7/11 22: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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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무 사이를 한 여인이 바삐 뛰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뒤를 쫓는 건 그녀를 죽이기 위한 다른 암살자들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명이 그녀를 집요하게 쫓고 있었다. 이미 여러 암살자를 죽였지만, 그들을 보내는 자들은 그녀를 기필코 죽이겠다 마음먹은 것인지 포기는커녕 그 수를 줄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쫓긴 것일까? 그녀는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다른 암살자의 목에 피가 잔뜩 묻은 단검을 찔러 넣었다. 암살자의 입에서 바람이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암살자를 신경질적이게 내던지고는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무 오래 뛰어다닌 탓인지 그녀의 다리에는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중간중간 분신도 남겨가며 그들을 교란시켜왔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건지 내뱉는 숨은 점차 거칠어지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 아야…괜찮으신가요?"


 다행인지 지나가던 사람의 위에 떨어진 덕에 큰 상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밑에 깔린 채 그녀를 걱정하는 사내의 목에 단검을 들이댔다. 그녀는 사내의 멱살을 쥐고서 매복해있던 암살자냐 날카롭게 물어보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의 사내를 보곤 거칠게 손을 놓았다. 사내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 물어봤지만, 그녀는 그저 미안했다는 말만 남길뿐이었다.

 다시 달릴 채비를 하는 그녀에게 공중에서부터 칼날이 날아들어 왔다. 벌써 그녀에게 닿을 만큼 가까이 온 것이었다. 그녀는 순간 망했다는 표정을 띠며 단검을 굳게 쥐었다. 그녀는 늦었다고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지만, 그녀가 생각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대신 근처에서 검은 폭발이 터져 나왔다.

 사내는 무슨 일이냐 물어봤지만, 그녀에게 그 질문에 답할 시간이 없었다. 또 다른 암살자가 그들을 향해 덤벼든 것이었다.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늦었다 생각하며 사내를 버리고 달아나려 했다. 다행히 그녀의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사내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를 흉악하게 생긴 낫으로 덤벼든 암살자를 베어낸 것이었다


 "저기, 대체 무슨 일인가요?"

 "…조금 쓸만하군."


 그녀는 사내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2

 그녀는 사내와 함께 언더풋에 도착했다. 처음 그녀는 언더풋에 가는 것을 알고 기겁을 했지만, 나무는 숲 속에 숨기는 것이라는 사내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사내의 뒤를 따라온 것이다. 그 와중에 습격해오는 암살자들을 쓰러뜨리느라 그들의 겉모습은 엉망이었다. 그녀는 사내에게 깨끗한 천을 건넸다.


 "이름."

 "트로이라고 합니다."

 "닦아."


 트로이가 잠시 받기를 머뭇거리자 그녀는 트로이의 머리를 잡아당겨 대충 얼굴을 닦아준 뒤 천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녀는 빨리 닦으라는 듯 트로이를 쏘아보았고 그는 최대한 빠르게 피를 닦아냈다. 그가 어느 정도 피를 닦아내자 그녀는 얼른 들어가자며 재촉했고 그들은 언더풋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빠르게 올라갔다.


 언더풋에 도착한 뒤 그들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옷가게였다. 그녀를 쫓는 이들을 떨쳐내려면 일단 겉모습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것이 트로이의 의견이었고 현재 트로이는 그녀가 입을 옷을 골라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골라주는 옷들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옷들이었기에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직접 고르면 노출도가 만만치 않았기에 옷을 고르는 것부터 난관에 빠진 상태였다.

 결국, 자신이 입을 옷은 직접 고르겠다는 의견을 받아주어 그녀가 고른 옷 위에 케이프 망토를 입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다음에 이어진 제안은 머리를 자르자는 것이었다. 그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의 제안을 간단히 승낙했다.


 "좋은 놈이네. 이러다 너까지 위험해질걸."

 "저는 괜찮습니다."


 트로이는 그녀에게 무사하길 빌어주겠다 말했다.


3

 그런 노력을 들였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은둔생활은 짧게 끝이 났다. 그녀가 전신을 바꾸고 그들에게 들키기까지 고작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도피생활은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들 틈에 섞이면 꽤 시간을 벌어주었기에 숲 속을 도망 다닐 때보단 상대적으로 심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이런 도피생활에 질려버린 상태였다.


 그녀는 암살자들을 피해 인파 속으로 숨어들었다. 암살자들이 그녀를 발견하기 전에 최대한 멀리까지 도망쳐야 했기에 그녀의 발은 점점 빨라졌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적에 대비해 단검을 강하게 쥐며 그녀는 달렸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 그들이 그녀를 찾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건 그녀도 그들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녀는 온 신경을 잔뜩 세우고 모든 방향을 경계했다. 그렇게 달리던 그녀의 앞으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트로이와 그녀는 서로 부딪혀 바닥으로 쓰러졌다. 트로이는 또 만났다며 인사했지만, 그녀에겐 한가로이 인사할 시간 따윈 없었다. 그녀는 빠르게 일어나 그의 팔을 붙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트로이는 상황이 아직 파악되지 않아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일단 달리라는 것뿐이었다. 행운이 따른 것이었는지 그들이 인파에서 벗어난 뒤 곧장 그녀에게 덤벼드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저기,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버려졌어. 그래서 이 꼴. 흔한 이야기야. 안 말해줬나?"

 "처음 듣습니다."


 그녀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케이프를 만지작거렸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그는 조용히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치우며 멈춰선 안 된다 말한 뒤 트로이에게 한 번 더 작별을 고했다. 그는 조심히 가라며 손을 흔들었고 그녀는 다시 사람들의 속으로 달려갔다.


4

 늦은 밤, 그녀는 피곤함을 등에 이고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가 암살자들에게 쫓기기 시작한 뒤 제대로 잠든 기억이 거의 없었다. 정말 그 누가 오더라도 찾기 힘든 곳을 찾거나 하늘이 운을 부어준 날이 아닌 이상 매일 언제 습격당할지 모른다는 생각 속에서 지내왔다. 오늘도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적들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의 주변에 암살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계를 푼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생각하며 밤을 지새웠다.


 새벽이 다 지나고 아침이 한창일 무렵 그녀는 크게 흠칫하며 졸음에서 깨어나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천운이 내렸던 것인지 습격이 온 흔적은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 피곤을 떨쳐내려 몸을 움직였다.

 어느 정도 몸이 풀린 그녀는 단검을 손질하며 생각했다. 언제가 되어야 이 지긋지긋한 추격전이 끝이 날 것인가? 자신이 죽어야 끝이 나는가? 아니면 죽여야 끝이 나는가? 그녀는 전부 다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 손질된 단검에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피곤함에 잔뜩 절어있는 모습에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왔다. 골목을 빠져나오고 바로 보인 것은 한쪽에 몰린 사람들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리 몰려있나 하는 생각에 그녀는 잠시 기웃거렸다. 그곳에 있는 것은 무장이 완전히 해제되어 기절한 채 한데 묶여있는 사람들이었다. 잠시 그들을 보던 그녀는 조용히 뒤로 돌아 다시 사람들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5

 "트로이!"


 그녀는 한달음에 트로이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쥐었다. 그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녀는 전부 무시하고 그를 잡아당기고는 짧게 물었다. '네가 그랬냐?' 트로이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팔꿈치가 날아들었다. 그녀는 곧바로 왜 그랬냐고 물었다. 그는 그냥 도와준 것이라 답했고, 다시 팔꿈치가 날아들었다.


 "무슨 판단이지? 목숨을 시궁창에 내다 버릴 생각인가? 아니면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그냥 도와드리고 싶어서 도운 것뿐…."

 "오지랖이 미들오션 급이군. 미쳤어. 자살도 곱게 할 것이지, 뭣 하러…."

 "걱정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다시 한 번 더 그의 얼굴에 팔꿈치를 갈겨준 뒤 조금 화가 난듯한 표정으로 트로이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이 따여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자기를 따라오라 말하며 거칠게 그를 놓아주었고 트로이는 잠시 휘청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정해졌다면 마음 편히 쉴 일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들은 조금 더 안전한 쪽을 향해 달려갔다.


6

 그들은 GBL교의 대도서관에 조용히 틀어박혀 있었다. 이곳이라면 그녀를 노리는 암살자들도 쉽게 찾을 수도, 죽일 수도 없을 것 같다는 트로이의 추측에 그녀는 한달음에 베히모스의 등에 도착했다.

 GBL교 내부의 블러디퍼지라는 집단이 베히모스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다. 베히모스의 위에서 블러디퍼지 수장의 허락이 없는 한 그 누구도 쉽게 무기를 빼 들 수 없었다.

 그녀는 그런 상황에 마음이 놓인 모양인지 책을 들고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로브를 덮어준 뒤 그녀가 깨지 않게 조용히 책을 읽었다. 대도서관 안에는 숨소리와 책을 넘기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져버린 지 오래였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잠들었었나."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모양인지 그녀는 연신 하품하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불이 꺼진 도서관 안에는 촛불 하나만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만 나갈까요?"


 트로이의 물음에 그녀는 졸리다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는 읽던 책을 꽂아둔 뒤 조심스럽게 그녀를 업었다. 그녀는 졸음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적어도 한 달 동안은 괜찮을 겁니다."

 "겨우?"

 "한 달 뒤에 그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길 빌겠습니다. 그동안 마음 편히 지내세요."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7

 베히모스 위에서 지내는 중 그녀는 트로이에게 어째서 자기를 돕느냐 물었다. 트로이는 별 이유 없다 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고 끈질기게 물어보았다. 그는 정말 별 이유가 없다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강하게 날아오는 팔꿈치였다.

 그녀는 더 맞기 싫으면 당장 곱게 부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반쯤 협박조로 말했고 트로이는 얻어맞은 곳을 어루만지기만 했다. 기다리다 못한 그녀가 단검의 손잡이로 때릴 듯이 위협하자 그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다 말하겠다고 말했다.


 "음…그게…처음 봤을 때 그쪽이 엄청나게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다음에 만났을 때도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도와드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하…그거나 이거나…어이없긴 마찬가지네. 진짜 오지랖 하나는 미들오션만한 녀석이란 말이야."


 그는 그녀의 말에 엷게 웃었고 그녀는 뭘 잘했느냐며 한 번 더 팔꿈치로 그를 갈겼다. 그녀는 그를 쉴 새 없이 두드리며 목숨이 몇천 개는 되느냐며 화를 내었지만, 그는 말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고 그를 때려대는 힘은 점점 강해져 갔다.


 "착한 분이군요. 다른 사람 목숨도 걱정해주고."

 "거 참 머저리시군요. 다른 사람 일에 목숨도 막 내던지고."


 그녀는 그를 비꼬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그는 가만히 맞아주기만 했다. 그녀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른 듯 계속해서 그의 등에 주먹질하던 중 문득 생각난 것인지 그를 불렀다.

 그녀가 물은 것은 자신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물음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옆구리를 강하게 후려치고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길로 보았다.


 "안 불편해? 언제까지고 '저기요'라거나 '이봐요'라고 부를 순 없잖아? 진짜 안 궁금해?"

 "어어…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많이 없다 보니…꼭 알아야 하는 겁니까?"

 "알면 편한 거지. 난 네 이름 알아서 너 부를 때마다 꼬박꼬박 이름 부르잖아. 트로이, 트로이, 트로이."


 그는 말없이 옆구리만 쓸어내렸다.


 "싫어도 알아둬, 내 이름. 아이리 그림. 편하게 아이리라고 불러."

 "좋은 이름입니다, 그림 씨."


 그녀는 다시 한 번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다.


8

 베히모스에서 지낸 지 한 달이 다 되어 언더풋에서부터 마가타가 올라왔다. 그녀는 마가타 선착장에서 약간 떨어져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만약 그들이 베히모스까지 쫓아왔다면 먼저 그들을 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허리춤의 단검을 꼭 쥐고 유심히 마가타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꼼꼼히 살핀 뒤 그녀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GBL산 포도 주스를 건네주었다.


 "오지 않았나 보군요. 다행입니다."

 "그런 것 같아. 아아, 여기 눌러앉아서 GBL에 들어가 버릴까. 너도 나랑 같이 들어가자."

 "저는…죄송합니다. 마음에 누군가를 모실 수 있는 자리는 하나뿐인데 이미 다 차버렸습니다."


 그녀는 농담이었다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녀는 땅을 내려다보며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당장은 아무도 오지 않았으니 한 달은 마땅히 버티리라. 하지만 다음 달에도 그것이 이어질까? 그녀는 복잡한 심경을 한숨을 쉬며 내보냈다.

 베히모스의 등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리 심심한 곳은 아니었다. GBL교의 도서관은 심심한 곳이었지만, 상어들이 사는 더반이라거나 곳곳에 남아있는 로터스의 잔재를 뽑아내는 것은 나름대로 즐길 거리였다. 다만 그것도 한 달 동안 하다 보니 질린 모양인지 그녀는 땅에서 눈을 떼질 못 했다.


 '…배가 불렀네. 고작 한 달 평온했다고….'


 그녀는 제 생각에 헛웃음을 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가 한창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중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고 어떤 사람이 블러디퍼지에게 붙들려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가 칼을 들고 싸운 것인가 싶어 그녀는 트로이에게 무슨 일이냐 물어보며 그를 보았다.

 트로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며 피 흘리는 옆구리를 쥐고 있었다. 안색이 안 좋은 것이 바로 트로이에게 그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트로이! 뭐야! 누구야! 누가 그랬어! 아까 그놈이야? 그놈이 이랬어? 그놈 그거였어? 내 등짝 찌르려던 놈이었어? 응? 말해봐!"

 "저는 그, 괜찮습니다…네…괜찮습니다. 괜찮으니…걱정은 접어도 됩니다…. 이 정도야 뭐…."


 약을 들고 급히 달려온 GBL신도들과 지나가던 크루세이더의 도움 덕분에 그의 상처는 금방 아물 수 있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누구 한 명 죽일 듯한 눈을 하곤 속으로 욕지거리를 곱씹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녀의 머릿속은 걱정거리로 가득 들어차게 되었다. 그녀는 애꿎은 손톱만 잘근거렸다.

 트로이는 손톱을 깨무는 것은 좋지 않다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떡하지? 어떡해? 이번에 올라온 사람들이 다 적으로 보여. 그런데 다 섞여 있잖아. 전부 다 적으로 보여. 어떡해? 저, 전부 다…."

 "진정하십시오. 괜찮을 겁니다."

 "어떻게 진정해? 어떻게? 역시 죄다 목에 칼을 집어넣어야…."

 "내려갑시다."


 그녀는 트로이를 보았다. 그는 그녀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내려가자 말했다.


 "베히모스에서 지내면서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내려갑시다, 그림 씨."


 그녀는 그의 손에 이끌려 마가타로 향했다.


9

 마가타의 위라고 해서 그녀가 완전히 방심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전에 사람이 찔리는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방심을 하겠는가? 그래도 하늘 위의 배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안심을 한 것은 있는 모양이었는지 그녀는 지금 배의 난간을 붙들고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소리라도 질러 트로이를 부르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의 입에는 암살자가 휘두른 칼이 물려있었다. 무기가 붙들려 쓰기 힘든 상황임에도 계속 잡고 있는 것을 보면 그녀가 놓을 때까지 기다리려는 생각인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트로이가 지나가며 발견해주는 것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거쳐 강인하고 은밀한 암살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여자였다. 그녀가 강하다 할지라도 비슷한 정도의 훈련을 거친 이성 암살자를 힘으로 이길리가 만무했다. 즉, 힘 싸움으로 넘어가 버린 시점에서 그녀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견뎠지만, 서서히 배 밖으로 몸이 밀려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악이라도 쓰며 암살자를 밀어내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고 끝내 그녀는 배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고 말았다.

 그녀는 떨어지며 땅을 보았다. 땅은 실시간으로 그녀에게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높이가 높이인지라 비현실적이라는 감각만 느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공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지옥에 심판을 받으러 도착한 것이냐며 눈을 떴지만,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아주 빠르게 흘러가는 숲이었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고 곧 자신이 누군가의 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보이는 것은 어쩐지 슬픈 표정을 한 검은 짐승이었다.

 곧 검은 짐승의 몸은 산산이 부서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주었다. 표정은 어째 좋지 않았다.


 "구해준 거야?"

 "…."

 "트로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완전히 저쪽으로 넘어가는 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이리…그림 씨가 위험했어요. …이런 건 다 변명이겠죠."


 그녀는 트로이를 빤히 쳐다보고 살짝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손 안 잡아줄 거야? 팔 떨어질라. 얼른 잡아줘."


 트로이는 그녀를 잡고 일으켜 주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영 좋지 않았다. 그녀는 트로이의 손을 세게 잡아주었다.


 "아까 말했잖아. 베히모스에서 살면서 생각했다는 거. 궁금한데 들려줄 수 있어? 나한텐 아직 네가 필요하거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제목은 영생의 수확자인데 내용은 수확자가 영생자에게 수확당하네요

저는 제목짓는 센스가 구립니다

으윽, 커플이 이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도적 2각시기에 쓴 글입니다

저는 앤간해선 한 번 쓴 글을 수정하지 않습니다만

...얼마나 못 쓴 건지 정신차리니 조금씩 수정하고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오늘 하루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트로이가 아이리를 도운 이유는 없습니다. 정말 그냥 도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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