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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눈에 띄지 못하는 저는 모험가입니다
게시물ID : dungeon_625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5
조회수 : 1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12 13: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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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거기 팔에 빨간 천 묶으신 분!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한 사람이 앞서가던 분홍빛 머리의 사내를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한참을 부른 끝에 그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내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뒤로 돌아 누가 자신을 부른 것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를 부른 사람은 한 손에는 작은 노트, 다른 손에는 펜을 쥔 사람이었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어휴, 겨우 따라잡았네. 'Adventurer Time'이라는 월간지의 기자입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자기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한 사람은 싱글벙글 웃으며 사내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사내는 잠시 얼굴을 긁적이다가 그 요청을 수락해주었다.

——

 일단 시작하기에 앞서 자기소개 좀 부탁해도 되나요?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광호제입니다. 이름은…말 안 해도 되나요?"

 네, 얼마든지요. 그런 분들 종종 있어요. 그럼 광호제 씨라고 부를게요. 알았죠? 그럼, 광호제 씨는 언제부터, 어쩌다가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모험가가 된 건 몇 년 되었죠. 시작한 계기는…지금은 딱히 기억 안 나는데요. 그냥 어쩌다가 뛰쳐나와서…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어쩌다가 뛰쳐나온 거라면 후회라던가 있겠네요? '어쩌다 내가 이렇게 고통받으면서 살까~.' 하고 말이에요. 그, 광호제 시니까 불편한…그런 것도 있으실 테고.

 "후회, 뭐, 딱히 없는데요. 제가 이쪽 길을 간 것도 제 맘이고, 아픈 거 참고 수명 깎아가면서 넨 다룬 것도 제 맘이니까요. 그냥 아프다 보니 종종 짜증이 확 치솟는 건 별로긴 하지만…아, 그러다 보니 갑자기 화낸다거나 짜증 낸다거나 그럴 수도 있으니까 미리 양해 좀 부탁해도 되나요?"

 전 괜찮아요. 인터뷰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곤 하거든요. 그럼, 후회는 별로 없는 거네요?

 "굳이 후회할 거 생각해보자면…머리라도 길게 기를 걸…하는 생각?"

 머리는 왜요? 긴 머리 좋아하세요?

 "…그건 아닌데요. 지금도 길긴 한데…이것보다 더 길면 눈에 확 띄잖아요. 기르기 시작한 지 몇 달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아, 이 정도면 눈에 많이 띄는 편인가요?"

 음…그렇게 눈에 확 들어오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눈에 띄는 걸 좋아하시나 봐요?

 "그거 말하면 너무 사설로 들어가는데요. 제 얘기만 줄창 늘어놓으면 인터뷰가 안 되잖아요."

 괜찮아요. 이번 인터뷰 주제가 '모험가의 생활'이거든요.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뭐, 그럼 얼마든지…. 제가 인상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라서요. 그냥 잠깐 봤다가 순식간에 잊어버릴 그럴 인상이라서 손해 본 적이 좀 있었거든요. 조금 크게 손해 봤을 때부터 기른 거예요, 이게."

 아…그런 일이…. 그런 이유라면 괜히 여쭤본 것 같기도 하네요.

 "아, 괜찮아요. 저는 뭐 제가 무슨 손해를 봤었는가, 말해줄 수 있거든요. 들어보실래요?"

 아…괜찮으시다면 들려주세요.

 "그럼, 기자 씨. 이건 간단하게 말해서 제 모험 이야기입니다. 이래저래 눈에 띄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겁니다."

 "저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혼자인 게 나름 편하거든요. 그래도 마냥 혼자만 다닌 건 아니에요. 만약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과도 함께 모험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거 많이도 했죠. 보물이 있다며 강제로 보물찾기를 한다든가, 몬스터가 극성이라고 몬스터를 잡으러 가거나…보물찾기는 저들끼리 할 것이지…. 아, 이건 그냥 사소한 불평이에요. 불평.
 아무튼, 그, 전에 했던 일 중에는 표류동굴에서 흑요정들…일이라거나 돕기도 했고, 여왕님 부탁도 좀 들어주고 했었죠. 그러다가 베히모스로 올라가서 로터스라는 사도도 잡는 데 끼어든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천계까지 가서 거기 사람들을 도와줬어요. 뭐, 대충 적당히 정리하면 이 정도네요."

 엄청나게 멋진 여행인데요? 사도를 잡았다니! 거기 계신 분들께 감사 인사라거나 받았겠네요? 보상이라거나 말이에요.

 "보상…보상이라…."

 …설마 보상을 안 줬나요?

 "줬죠. 다들 받았어요. 감사 인사도 듣고. …저는 빼고요."

 광호제 씨도 무슨 활약을 했을 거 아니에요? 의도적으로 누락된 건가요? 부당하게 착취당한 거예요? 빼돌려진 건가요?

 "아, 그건 아니고…그냥 잊어버린 거예요. 단순하게."

 어떻게 도와준 사람을 잊을 수 있는 거죠?

 "꽤 됐거든요. 사람이. 별 도움도 안 되는 것들도 좀 있었지만…그 외의 사람들도 좀 됐죠. 거기 있던 사람 중에 그 4인의 웨펀마스터들도 있었으니까요."

 4인의 웨펀마스터가요? 바로 그!

 "베히모스에 제국도 조사차 올라와 있었는데, 그 안에 4인의 웨펀마스터 중 한 명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불렀고요."

 제국인이고…4인의 웨펀마스터 중 한 명이라면…제국의 제1 기사단장인 '반 발슈테트' 기사단장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 뭐, 그런 이름이었나…. 뭐, 기자 씨가 저보다 잘 알겠죠."

 그런데 그런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고 광호제 씨가 잊혀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요? 4인의 웨펀마스터가 아닌 모험가들도 감사와 보수를 받았다고 했잖아요.

 "뭐, 워낙에 눈에 안 띄고 조용하고 교류도 안 하고 사람 몰려있는 곳이 싫다고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반성할 건 반성해야죠. 거기 있는 교주 아가씨가 볼 때마다 처음 본 것처럼 반응하는 것만 생각해도 말 다 했죠."

 아, 그런…. 그, 보상 같은 건 어떻게 됐나요? 받았나요?

 "…거기 교주가 절 처음 뵌 사람처럼 대했다고요. 거기서 뭘 더 말하겠어요? 의미 없이 말만 늘어질 텐데."

 …그,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요?

 "그런 일 없으려고 노력하는 게 이겁니다.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긴 머리. 팔뚝에 묶은 빨간 천 쪼가리. 얼굴의 상처. 산호색 염색. 이러니까 조금은 낫더라구요. 적어도 계속해서 '뉘신지?'라는 말은 안 나오니까."

 아, 저…혹시 이 인터뷰를 빌어서 광호제 씨의 이름을 알린다거나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럴 생각은 없어요. …뭔가 하소연이 된 기분이네요.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하네요, 기자 씨."

 아, 아뇨. 괜찮아요.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런 이야기들이 더 있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있죠. 있는데, 말하면 또 쓸데없는 하소연이 될 것 같으니까 안 할래요. 여기까지 해도 되나요? 제 하소연 붙들고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 붙드는 게 기자 씨에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아, 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있나요?

 "…딱히 알아주길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남의 눈에 띄지 못하는 저도 일단은 모험가입니다.
 뭐, 그럼…수고하셨습니다."


소시민력이 너무 강해 엑스트라가 되어버린 이야기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전에 썼던 글을 옮기려 왔습니다.

오늘의 시작은 아라드 월드입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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