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소설] 하급기사
게시물ID : dungeon_6258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3
조회수 : 18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12 18:30:58
옵션
  • 창작글
 내게 주어진 문제는 난이도가 상당한 것이었다. 사도의 둥지에 들어가 낙오된 사람을 구해오라니, 운이 좋다면 스스로 이곳을 향해 열심히 몸을 끌고 올지도 모른다. 운이 없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저곳은 그런 곳이니까. 그래도 별수는 없었다. 부디 살아있기를 빌면서 사도의 둥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뇌된 GBL의 신도들과 사도의 종자들을 뚫고 도착한 둥지의 최심부에서 익숙한 여인을 보았다. 검은 제복. 분홍색 머리카락.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제식 대검.

 "레니!"
 "로…터스…님을…방해하는 자…모두…죽인…다…."

 아,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하나 더 있었다. 사도 로터스. 강력한 정신지배가 주특기인 마계에서부터 내려온 강대한 괴물. 그런 괴물이 낙오된 사람을 곱게 죽일 리가 없었다. 레니는, 이미 로터스에게 완전히 지배당해있었다. 그런 레니를 보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레니는 대검을 나에게 향했다. 로터스도 스멀스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로터스의 다리가 솟아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그녀는 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대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내 옆을 지나갔다. 싸우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 레니의 몸은 벌써 만신창이였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빠르게 대검을 휘둘렀다. 그녀가 입은 상처는 대부분 로터스가 입힌 상처였다. 그럼에도 레니는 '로터스님을 해하려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라고 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로터스는 다리를 길게 뻗어 연거푸 땅을 내리쳤다. 로터스가 한 번 다리를 내리칠 때마다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것은 레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든 바르게 착지를 했지만, 레니는 그러지 못 했다. 레니의 몸이 땅과 부딪히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지만, 꾸역꾸역 오뚝이마냥 일어나 날 공격하려 드는 모습에 애처롭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저 문어에게 있어서 레니의 안전은 개미 뒷다리만도 못한 것이겠지. 곧 죽더라도 상관없는 그런 목숨. 아, 만약 레니가 문어였으면 저렇게 막무가내로 공격하지는 않았으려나? 아, 잠깐, 레니가 문어면 이렇게 구하러 올 필요도 없잖아. 문어면 안 되지.'

 나는 고개를 내저어 쓸데없는 생각을 버렸다. 지금은 저 초거대 문어를 피해 레니를 데려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틈은 없어.

 순간 큰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몸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다. 로터스가 바닥을 내리친 것이었다. 공중에서 몸을 가누려 했지만,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 그런지 생각대로 움직여질 않았고 몸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아파할 시간 따윈 없었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자마자 보인 것은 대검을 굳게 쥔 레니였다.

 "모…험…가…!"

 레니는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바닥을 굴러야 했다. 상처가 너무 컸다. 이대로는 구출이고 뭐고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곧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아니, 돌아가지도 못하고 레니에 의해 곧 숨이 끊어질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밀려오는 고통에 힘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 망했다.

 이제 곧 죽겠거니 싶어 몸에 힘도 빼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무언가가 바닥을 뚫고 강하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니가 아니라 로터스가 날 끝장내려는 것인가 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내 옆으로 찢어진 베레모가 날아왔다. 곧이어 무언가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도 들려왔다. 육중한 철이 바닥을 나뒹구는 소리도 들렸다. 그 초거대 문어의 기운도 어째선지 빠르게 멀어져 갔다. 왜 문어의 기운이 멀어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이 두려웠다.
 숨을 짧게 들이켜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고통스러운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찢어진 베레모를 움켜쥐고서 레니가 쓰러져 있는 쪽으로 발을 옮겼다.

 "레, 레니…?"

 답은….

 나는 레니를 둘러멨다. 언제 그 문어가 돌아올지 모를 일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피가 쏟아졌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레니, 돌아가자."

 나는 레니와 함께 GBL교가 있는 안전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나리오 던전 업데이트하기 전에 쓰기 시작한 거라서 시나리오 던전과는 내용이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의 두 번째 글옮기기입니다.

레니 애껴욧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