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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현재의 이야기들
게시물ID : dungeon_6260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3
조회수 : 14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13 14: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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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모험가들의 주 거점인 흑요정들의 도시 언더풋. 언더풋을 벗어나 조금 더 걸어가면 기이할 정도로 큰 나무가 한 그루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 몇 명의 모험가들이 모여 집으로 마개조를 한 거목이었다. 그 집에서는 귀기에 휩싸인 이도 불량한 성직자도 임무에서부터 도망친 흑요정도 모두 한 가족이었다. 


 "야, 키니! 너 세탁물에는 손대지 말랬잖아!" 

 "키니 씨가 집안일 좀 도우려는 건데 화낼 것까진 없잖아. 그렇게 화내면 키니 씨는 슬픈데." 

 "네가 세탁물에 손대면 옷 같은 거 하나씩 없어진단 말이야! 쫓아내 버린다!" 


 가족 같은 사이라고는 하지만 성격도 성향도 다른 이들이 모여있으니 소란스럽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그들을 아는 다른 이는 그들을 가리켜 가족 같은 사이에서 '가'가 빠진 것이라 말할 정도였다. 그래도 오래 지낸 만큼 결속력 하나는 강했으며 큰 사고 같은 게 벌어진 적도 없는 그런 이들이었다. 

 폴리는 창으로 열심히 키니 씨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키니 씨도 검집으로 열심히 막고 있긴 했지만, 중간중간 들어오는 체이서 때문에 이리저리 터져나가는 실정이었다. 소란을 지켜보던 나일 덕분에 어느 정도 진정되긴 했지만, 폴리는 여전히 키니 씨를 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폴리 양, 진정해. 키니 씨 아프겠다." 

 "그치만!" 

 "그래도 키니 씨는 가져가서 아무것도 안 했는걸. 

 "저거 인정했네, 인정했어! 나가 죽어, 이 변태 자식아! 


 폴리는 키니 씨를 죽여버리겠다며 날뛰었고 나일의 블랙로즈까지 나선 뒤에야 사태는 겨우 진정되었다. 하지만 키니 씨는 그 틈을 타서 도망친 지 오래였고 결국, 화가 잔뜩 난 폴리를 달래는 것은 온전히 나일의 일이 되어버렸다. 


 언더풋의 번화가는 오늘도 시끌벅적했다. 온갖 모험가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식점도 많았으며 적절한 휴식공간도 다양한 간식거리도 많았다. 흑요정들의 수도답게 거대한 모습이었다. 번화가의 한쪽에서부터 사람들의 입맛을 당길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각종 간식거리를 파는 작은 가게였다. 붉은 보석을 목에 걸고 있는 마계인 소녀가 가게의 가판대로 가까이 다가갔다. 


 "저기요, 검신 아저씨. 이거 문어빵 두 상자 구워주세요." 

 "누가 아저씨랍니까? 난 아직 21살인데." 


 카이너스는 손님으로 온 마계인 소녀를 보았다. 아저씨라는 말에 살짝 빈정이 상하긴 했지만, 손님이니 참는다는 마음으로 습관적으로 올라올 뻔한 욕지거리를 목 아래로 삼켜 넘겼다. 


 "이런 데에서 일하면 아저씨지. 귀수 두고 왜 문어빵이나 구워요? 수련? 재료비나 나오는 일이래요? 여기 아저씨 돈으로 낸 가게도 아니죠? 많이 벌기는 해요?" 

 "…6천 골드 되겠습니다. 얼렁 내고 꺼져주세요, 손님." 


 손님과의 대화가 더 길어졌다간 무기 얘기, 장비 얘기, 집 얘기, 돈 얘기 다 나올듯한 분위기에 재빠르게 문어빵 두 상자를 담아주었다. 다행히 손님은 상자를 받자 더 말하는 일 없이 조용히 가주었다. 손님의 입담에 버티지 못하고 험한 말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못 들은 것인지 그냥 흘린 것인지 따지는 일도 없었다. 

 카이너스는 모험가였지만, 주변에서 아르바이트 전문가라 조롱당할 정도로 던전으로 일하러 가는 일이 적었다. 던전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장비의 수리비와 거의 비슷하게 나가는 탓이었다. 모험하지 않는 모험가라는 것은 제법 슬픈 일이었지만,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카이너스는 그날 분의 일당을 들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눈물 나게 작은 집이었지만, (그마저도 웃돈 주고 산 집이었지만) 그는 그럭저럭 만족하고 사는 그런 집이었다. 돈도 안 내고 얹혀사는 사람만 없었다면 말이다. 기분 좋게 현관문을 연 그의 옆으로 사복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의 집에 얹혀사는 나유타의 것이었다. 


 "…혼낼 거야?" 

 "이유." 

 "검고 둥글고 기분 나쁜 거 소탕." 


 카이너스는 더 말하지 않고 가만히 집 밖을 가리켰지만, 나유타는 야박하다는 둥 너무하다는 둥 말만 이리저리 늘어놓기만 했다. 끝내 나유타는 카이너스에 의해 집 밖으로 질질 끌려나갔다. 


 "엄마 너무해!" 

 "누가 엄마야!" 


 카이너스는 나유타가 집 안으로 기어들어 오기 전에 재빠르게 문을 걸어 잠그곤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비록 사온 음식들뿐이었지만, 조금이나마 맛있을 수 있게 손을 보는 것이었다. 준비가 끝난 뒤 식지 않게 적절히 조치를 취하고 바로 다른 집안일을 시작했다. 그와 친한 이는 그를 주부라 칭할 정도였으며 그도 종종 자신이 검사인지, 주부인지 헷갈려 자괴감을 느낄 정도였다. 

 잠시 후, 문 두드리는 소리에 카이너스는 문을 열어주었다. 얹혀사는 두 번째 인물이자 그의 오랜 친구가 염치없는 나유타를 달고 서 있었다. 그는 매정하게 달고 온 것을 버리라 했지만, 친구는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나유타가 했던 그대로 매정하다느니 야박하다느니 하며 카이너스의 속을 긁어놓는 것이었다. 


 "저 빈대가 이 집에 이바지하는 게 있기나 하면 내가 안 이러지! 얹혀살 거면 돈이라도 좀 내던가!" 

 "나도 돈 안 내는데 나도 나가야 해?" 

 "아니, 그, 라는 나랑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넌 괜찮아. 넌 괜찮아. 넌 모험가 일도 제대로 하잖아." 

 "우리 중 모험가 일 제대로 안 하는 건 엄마뿐인데? 그렇게 따지면 엄마가 나가야지. 그치이?" 


 카이너스는 깊은 곳에서부터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을 느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가구고 방이고 뭐고 없는 작은 집에 담배 연기가 가득 차있었다. 산소의 지분보다 담배 연기의 지분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로 탁한 공기가 가득했다. 곧 창문이 열리고 밖에서부터 신선한 공기가 집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환기가 어느 정도 되자 담배 연기와 집의 주인이 집 밖으로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왔다. 시몬은 가만히 기지개를 켠 뒤 해의 위치를 보았다. 해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너무 일찍 일어났네….' 


 시몬은 성심성의껏 씻은 뒤 오늘 하루를 즐길 준비를 끝마쳤다. 온종일 쓸데없는 곳에서 소비하는 삶만 사는 주제에 용케도 굶어 죽지 않는 것은 아마 그가 도박 운이 강해서일 것이다. 매일매일을 술과 담배 그리고 도박으로 채워놓고도 얻는 돈이 제법 있었기에 그는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 

 시몬의 옆집에 사는 아르바이트 전문가는 그를 망나니라 비난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망나니임을 잘 인지하고 있었기에 늘 웃으며 적당히 받아쳐 주었다. 시몬은 늘 그랬듯 노름판으로 가려다 뭔가 생각난 듯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 


 "야, 금수 자식아. 성냥갑 어디 있는지 알아?" 

 "…어? 어어…저쪽." 


 집의 한쪽 구석에는 짐승의 귀를 가진 버서커가 웅크려서 잠을 자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진짜 귀인듯했으나 주변인들이 그에게 왜 그런 귀가 있느냐 물어도 그에 대한 답은 항상 '글쎄?'나 '몰라'뿐이었다. 옆집에서 주워온 주제에 시몬에게 떠넘긴 것이었기에 시몬 역시 방치하다시피 같이 사는 정도의 사이였다. 그 역시 담배 연기 가득한 이 집에서 자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시몬은 성냥 한 갑과 더불어 담배 한 갑을 더 챙긴 뒤 서둘러 뛰어나갔다. 그의 머릿속은 오늘도 즐길 생각으로 한가득하였다. 


 낮의 달빛 주점은 한가하다. 주점이 번잡한 때는 대개 밤이 깊을 무렵이지 낮에는 쉬고자 오는 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달빛 주점은 주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자 오는 곳이었지만, 사실 술을 마시다 쓰러진 이들을 위한 숙박시설도 존재하는 곳이었다. 정말 하루 정도만 묵기 편한 곳에서 종종 아예 눌러앉아 사는 사람들이 있곤 했다. 


 "슈시아 씨, 점심때인데 슈시아 씨도 뭐 드셔야 하지 않아요? 저희는 뭐 늘 먹던 거로 부탁하고요." 

 "어머, 걱정해주는 거예요? 고마워라." 


 전사도는 달빛 주점에 눌러산 지 제법 오래되었다. 누군가는 매일같이 있는 전사도를 보며 지박령이냐 물어볼 정도였으니 달빛 주점에서 얼마나 지냈을지 짐작이 갈 정도리라. 그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함께 지내는 동료를 데려오더니 총 세 명분의 숙박비를 내면서까지 달빛 주점을 떠나질 않는 것이다. 그에게 왜 여기서 사는 것이냐 물어도 길에 나앉기 싫어서 그렇다 답할 뿐 자세한 사정은 일절 말해주지 않았다. 

 전사도는 먼저 나온 간단한 음식을 재빨리 먹어치운 뒤 뒤늦게 나온 두 그릇의 음식을 그가 맡아놓은 자리로 가져갔다. 가만히 두고 기다리면 알아서 먹기 때문이었다. 전사도는 일하러 가겠다며 커다란 망치를 지고서 달빛 주점을 나섰다. 전사도가 떠난 뒤 먼저 나온 것은 쿠노이치 하나비였다. 

 하나비는 슈시아에게 보이지 않는 전사도의 행방을 물은 뒤, 바르게 앉아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하나비의 옆에 Hermit이 조용히 앉았다. Hermit은 잠시 두리번거린 뒤 하나비에게 그의 수첩을 보여주었다. 


 [전사도?] 

 "전사는 일하러 나갔소. 그러니 천천히 드시오." 


 달빛 주점에는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들을 제외한 손님은 없었고 슈시아는 조심스레 비싼 술잔들을 손보는 중이었다. 한참 동안 침묵이 지속하던 중 자주 달빛 주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찾아왔다. 


 "오늘은 둘밖에 없네?" 


 담배를 피우는 청년은 계단을 내려가며, 비록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하나비에게 가볍게 인사를 보냈다. 담배를 피우는 청년의 동료들은 그들이 앉은 자리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붉은 보석을 목에 걸고 있는 마계인 소녀는 몇 번 두리번거리더니 하나비와 Hermit에게 물었다. 


 "전사 오빠는 어디 갔어? 전사 오빠가 흥미 가질 소문도 가져왔는데." 

 "웩. 온 세계의 여동생들 다 죽었나? 오빠라니." 

 "전사는 일하러 나갔소. 며칠 동안은 못 볼 것이오." 


 마계인 소녀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곧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듯 하나비와 Hermit을 불렀다. 제 이야기를 듣고 대신 전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나비도 Hermit도 마계인 소녀의 말에 긍정을 표하며 식사를 멈추고 그들의 자리로 발을 옮겼다. 


 프리스트 교단 언더풋 지부, 레미디아 카테드랄. 프리스트들이 집단생활을 하며 자신들의 신앙심과 위장자들을 대적할 힘을 기르는 곳. 그와 더불어 이곳저곳으로 파견을 보내기도 하며 혼란스러운 세상을 위해 그들 나름대로 크게 힘쓰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의 원류인 성안의 미카엘라가 사도임이 밝혀지고 신도들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교단이 미카엘라를 수호신으로 시성하였으나 교단의 행동에 크게 실망한 프리스트들이 교단을 떠나 그 크기는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렇다 해도 아직은 거대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직 교단을 떠나지 않은 자들은 늘 그렇듯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집단생활을 해나갔다. 기도를 올리는 시간엔 다 함께 기도를 올렸고 식사를 하는 시간엔 다 함께 식사하였다. 이곳, 레미디아 카테드랄은 아직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신을 믿고 따르는 자들이 가득한 그런 곳이다. 


 모두가 모여 감사의 마음을 갖고 주린 배를 채우는 식사시간 중이었다. 식당의 한쪽에서는 갑작스레 큰 소란이 일어났다. 갑작스레 그릇을 얻어맞은 이는 멱살이 잡혀 맥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거의 일방적으로 걸린 싸움이었다. 


 "와, ██. 식사시간엔 좀 조용히 아가리 싸물고 먹을 수 없냐? 꼭 계집애들처럼 █같은 말 중얼중얼 구시렁구시렁하면서 처먹어야겠어? 하더라도 안 들리게 씨부렁거려야지, 아주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같은 말을 흘리면서 해야 되냐? 응?" 


 망나니 같은 자로 소문이 난 사내였다. 그렇게 눈총을 받고도 어째서 교단에 남아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내였다. 주변에서 열심히 말리는데도 고래고래 성질을 부리며 열심히 멱살 잡힌 프리스트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사내의 언사는 점점 과격해졌고 결국 사내와 함께 식사하던 하일의 소형 참회의 망치에 얻어맞아 기절하는 것으로 소동은 종결되었다. 

 사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참회실의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사내의 양옆으로는 하일과 디바일이 앉아있었고 그들을 제외하곤 사내를 훈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은 없었다. 


 "비켜, 인마." 

 "저번에 또 이러면 에누리 없이 3시간 동안 참회의 시간을 가지기로 약속했잖아요. 그러니까 못 나가요, 요 망나니야." 

 "██…. 형씨, 좀 비켜봐." 

 "…미안하네." 


 사내는 비키라며 장의자를 열심히 내리쳤지만, 그 누구도 비키는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은 디바일에 의해 제지당했고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자 사내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일이 휘두르는 소형 참회의 망치에 의해 제지되었다. 하일은 그의 상처를 가볍게 치료해주며 웃었다. 


 "에누리 없이 3시간이에요. 화장실은 가더라도 같이 갈 것이고 그 시간은 포함되지 않을 거예요. 도망갈 경우 하루 추가할 것이고 잠들면 잠들었던 시간만큼 추가할 거예요. 저희도 같이 있을 테니까 파이팅? 

 "파이팅은 뭔 얼어 죽을 파이팅이야, 이 악마 같은 새끼야!" 

 "참회합시다." 

 "참회하세." 

 "██!" 


 사내에게 있어 지옥과 같은 3시간이 시작되었다. 


 알고 싶은 지식이 있다면 GBL교로 가라. 그 말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GBL교가 자리 잡은 베히모스의 등에 세워진 초고대문명은 경이로운 것이었으며 그 초고대문명에 혹한 레슬리 베이그란스가 모은 온갖 지식은 없는 것이 없으니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모여졌다고 할 수 있는 GBL교의 도서관은 지식을 탐구하는 이라면 그 누구든 눈독을 들일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식을 궁구하는 자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몇 주 전부터 지식의 바다인 GBL교 도서관을 제집인 양 차지한 이가 있었다. 척 봐도 어린 소녀임이 확실했지만, 그래 봬도 세상을 이루는 원소를 깨우쳐가는 마법사 중 하나였다. 아가사는 식사도 거의 않고 거의 모든 시간을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에 쓰고 있었다. 


 "모험가님, 원하시는 지식은 찾으셨나요?" 

 "…누구?" 

 "또 잊으신 모양이네요. GBL교의 도서관장, 이사도라입니다." 


 이사도라는 걱정스러운 듯 조심스레 물었지만, 아가사는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별수 없는 듯 이사도라는 아가사의 독서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걱정의 한숨을 쉬는 그녀에게 붉은 머리의 여자가 책을 한 아름 들고서 다가갔다. 


 "이사도라님, 이것들은 어디에 두면 되는 건가요?" 

 "어머, 그건 저희 일이에요. 거기까진 돕지 않으셔도 되는걸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도와드리면서 이것저것 알 수도 있고요. 그리고 혹시나 정리하다 떨어지는 책에 맞아 팟 하고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헤헤." 


 로자는 이사도라의 안내에 따라 책을 꽂아 넣고 나왔다. 그녀의 부탁에 따라 아가사의 근처에 음식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가사는 누가 오가든 신경 쓰지 않았다. 발소리도 책장 넘기는 소리도 쟁반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천계는 아라드에서부터 찾아온 모험가들의 손에 의해 평화를 되찾았다. 그중에는 천계에서부터 떨어진 천계인도 있었고 그 천계인 중에는 황도군출신의 천계인도 여럿 있었다. 천계를 도운 많은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황실에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고 살아남은 황도군은 기쁨을 나누고 전사자들을 추모했다. 

 그 안에는 기쁨을 즐기기만 할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작전 중 아라드로 추락해 사망으로 추정되어 작전 중 사망 처리되고 군적이 말소된 이들이 그러했다. 사망자 추모비에 제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하지만 자신이 황도군이었다 밝히기엔 천계까지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 비록 알아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늘 그래 왔듯 모험가로서 그들의 고향을 돕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가족이 있는 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폭격기 나이트호크라 불리던 그녀는 가족도 없이 쓸쓸히 오랫동안 빈집이었던 그녀의 집에 들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겐트 외곽 쪽에 있던 그녀의 집은 이미 카르텔에 의해 부서지고 불타 없어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슬픈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새집을 알아보기 위해 겐트의 번화가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람들이 몰린 뒤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언더풋의 슬럼가. 거기다가 시궁창에 제국군이 모인 뒤부터 더욱 많은 사람이 슬럼가로 모여들었다. 흑요정들은 그곳을 꺼리고 욕했으며 사람들은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슬럼가는 자연스레 법이 적용되지 않는 곳처럼 변해버렸다. 정확히는 그들만의 법이 전부인 곳이 되어버렸다. 

 힘이 전부이며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주먹부터 칼날까지 날아들며 목숨을 건 싸움이 즐길 거리가 되어버린 곳이었다. 제아무리 이런 곳이라도 살아갈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다. 

 치안은 불안하여 제 몸도 제 자산도 스스로 지켜야 하는 곳에서 집을 가진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힘이 없으면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맥없이 모든 것을 강탈당한다. 자신의 것을 보전하고 싶다면 뺏으려 드는 자를 잔혹하게 죽인 뒤 보란 듯이 전시해두면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게 되는 그곳은 그런 곳이었다. 


 스니크는 그의 집 앞에 걸린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을 치워버렸다. 그만큼 걸어놨으면 당분간은 아무도 덤벼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만일 누가 귀찮게 군다면 더 오래 걸어둬야겠다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생각은 맞았는지 그에게 덤벼드는 이는 없었다. 그가 차지한 보금자리 역시 그가 자리를 비운 틈에 빼앗긴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왔네, 왔어. 니 나가고 나서 웬 잡것들이 막 쳐들어오데? 내 대충 뚜드려서 보내긴 했는데." 

 "목을 비틀지 그랬어?" 

 "거 살벌한 소리 해대는 거 보소." 


 그의 집에는 그가 데려온(억지로 끌고 왔다는 게 더 정확하지만) 문지기가 존재했다. 스니크와는 정 반대 성향의 문지기였다. 그의 정정당당함은 스니크가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음에 또 오면 사지를 비틀어버려. 산 채로 매달게." 

 "사람이 어떻게 그르냐? 난 못한다, 못해!" 


 문지기, 세르빌은 스니크의 말에 크게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저는 제 게임 캐릭터들에게 설정을 부여해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에 썼던 글들을 옮기기 위해 왔습니다.


제가 쓰는 글을 세가지 분류가 있습니다.

1. 아라드 기담 시리즈와 같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라드 이야기

2. 제 던파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라드 월드

3. 위의 두 경우에 포함되지 않는 아라드 팬픽


오늘의 시작은 아라드 월드였습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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