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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라드 기담 #. 6일 차 천계 기담
게시물ID : dungeon_6265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1
조회수 : 1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5 23: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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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가는 몸을 이리저리 꺾어보고 돌려보았다. 일부분이 아픈 것만 제외하면 몸 상태는 제법 괜찮아진 상태였다. 당장에라도 퇴원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모험가는 그 난폭한 간호사를 생각하며 금세 고개를 저어버렸다. 퇴원해도 되지 않겠느냐 말하면 당장에 블록 버스터든 히든 스팅이든 꺼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험가는 침대에 편히 누워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 날씨는 제법 괜찮았다. 모험가는 창밖의 풍경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지만, 모험가의 자리는 창가가 아니었고 창문 쪽까지 가는 것도 내심 귀찮게 느껴져서였다.
 모험가는 멍하니 자리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봐봤자 하늘과 구름뿐인 풍경이었지만, 모험가는 그거면 됐다는 듯 흘러가는 구름을 구경했다. 모험가가 멍하니 구름을 보며 이런저런 잡생각을 늘어놓는데 점점 복도 쪽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멍청이들이 목숨 걸고 싸우나 싶어 모험가는 구경이나 해보자 싶어 천천히 복도로 향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랬는데 진짜 이름 안 알려줄 거야? 진짜 매력 있는 간호사 씨인데."
 "원 내에서 흡연은 안 됩니다. 담배 전부 이리 주세요."
 "아아, 담배는 안 되는데. 혹시 봐주는 건 안 돼? 담배 꺼낸 건 미안해. 습관적으로 꺼낸 거라서."
 "이리 주세요."

 열심히 간호사를 꼬시는 청년을 보자 모험가는 전신의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간호사에게 담배를 빼앗긴 청년은 모험가를 보자 기뻐하며 빠르게 다가왔다.

 "야아, 너 진짜 멀쩡해 보인다? 이제 퇴원해도 되는 거 아냐?"
 "…그러다 벽돌 맞는다."

 모험가는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갔다. 맥이 탁하고 풀렸는지 어쩐지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청년은 모험가가 반가운지 이것저것 말하고 있었지만, 청년이 하는 말의 반 이상이 자기자랑에 가까웠기에 모험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는 흘리고 있었다. 그래도 별 상관없는지 청년은 입 주변을 어루만지며 계속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의 말은 더욱 빨라지고 많아졌으며 청년의 행동들은 점점 부산스러워지고 있었다. 모험가가 적당히 하라 말했지만, 청년의 행동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은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는 말까지 했고 모험가는 글러 먹었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새로운 모험가의 동료는 어린아이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제 온 동료처럼 아주 어린 것도 아니고 어제 온 동료처럼 무섭게 생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새 동료를 피해 어제와 같이 모험가에게 딱 붙어있었다. 청년이 반갑다 인사해도 답만 한 번 해주고는 꼭꼭 숨어버리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저 아저씨 냄새나."

 청년에게 가득 들어차 있는 담배냄새 때문이었다. 청년은 너무하다며 어린아이를 끌어안으려는 시늉을 했고 어린아이는 도망가기 급급했다. 모험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더 하라고 낄낄대며 구경하기 바빴다.

 "쟤가 나 싫어하나 봐. 쟤 환심 어떻게 사?"
 "무슨 꼬맹이한테서 환심을 사려고 해? 사려면 못살 것도 없겠지만. 이 꼬맹이가 우리네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들을 좋아하거든. 너 뭐 아는 거 있냐?"
 "오, 얘기해주면 되는 거야?"

 모험가의 말에 청년은 잘되었다는 듯 웃었다.

——

 얘기만 해주면 되는 거였어? 이야, 그럼 잘됐네. 나 고향 쪽에 도는 소문 조금 알고 있거든. 나도 소문 좋아해서 알고 있는 게 좀 있어. 그거 다 말해줄게, 꼬마야.

 내가 해줄 이야기는 내 고향…그러니까 천계에서 아라드로 떨어지는 거너들에 대한 이야기야. 다들 알다시피 천계부터 아라드까진 높이가 어마어마하거든. 나나 다른 아라드에 온 천계인들은 운이 좋아 살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거든.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어, 왜? 이 얘기는 하지 말라고? 이것도 소문인데…아, 알았어. 다른 거 할게.

 꼬마야, 쟤가 갑자기 성이 나서 말이야. 다른 얘기 해줄게? 내 고향은 섬으로 되어있어. 황도, 이튼 공업지대, 무법지대, 노스피스 이렇게 4개의 대륙이 있고 히링제도같은 열도들도 있어. 오랜 옛날에 바칼이라는 나쁜 용이 있었는데 죽을 때 펑! 하고 터지면서 그 커다랬던 땅덩이가 쩍쩍 갈라졌어. 그래서 지금의 천계가 된 거야.
 그 천계의 섬 중에서 히링제도는 바칼이 죽었을 때 가장 많이 부서진 섬인데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섬이고 따뜻한 데다가 주변 경치도 좋아서 노스피스 사람들에게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야. 게다가 발전도 없어서 원시적인 곳이고.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귀족들께서 놀러 가는 곳이라 못 가보겠더라. 히링제도편 기차도 배도 가격이 만만찮아. 진짜 아쉽다.
 그런데 히링제도가 문명 발전도 없고 그냥 휴양지라서 투기의 장으로도 쓰인대. 투기가 뭐냐고? 그 왜 전투의 기운…아, 이건 재미없었다. 그러니까 뭐냐면 버린다는 거야. 이것저것 지들한테 필요 없는 것들을. 그리고 그렇게 버려지는 것 중에는 귀족들의 사생아도 있다고 해.
 야, 여기에도 그런 소문 있다고 안 했나? 그 숲에 버려진 아이를 동물들이 키워줬다는 소문. 이 얘기도 그런 소문이랑 같아. 히링제도에 버려진 사생아를 동물들이 길러줘서 아주 건장한 모습으로 자라난 야생인간이 있다는 소문이야.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니냐구? 천계는 최근까지 엄청나게 바빴었거든. 한가하다 하더라도 그런 소문 하나 때문에 히링제도를 뒤지는 건 이상하잖아? 그리고 소문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고.

 이게 끝이냐고? 더 해줄까? 좋아, 생각나는 대로 말해줄게. 천계에는 무법지대라는 곳이 있어. 황도 남동쪽에 있는 천계에서 제일 커다란 대륙인데 대륙 대부분이 사막으로 뒤덮인 그런 곳이야. 옛날에는 무법지대도 다른 대륙들과 다를 것이 없었는데 오래전에 섬과 섬을 잇는 해상열차를 건설할 때 계산이 틀어지는 바람에 혼자 고립되어 버렸어. 그래서 점점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을 이루게 되었고 지금의 무법지대가 된 거래.
 거기가 전기 공급도 못 받고 가난하고 문화적으로 낙후된 데다가 문명의 혜택도 거의 못 받고 치안도 별로 안 좋은 곳이라서 힘이 곧 법이 되는 그런 곳이야. 물론 지금은 길이 제대로 이어졌지만. 그런 곳에서도 사람을 흥미롭게 하는 소문이 있기 마련이야.
 오래 전 무법지대가 고립된 뒤에 그것에 크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어. 다른 사람들은 지들 먹고 살기 바쁜데 뭘 그딴 것에 신경을 쓰냐면서 그 사람들을 무시했었더래. 아마 나라도 그럴 듯? 자연스럽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었다는데 그 사람들은 매일같이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머리를 모았었대.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자기 생각을 말했어. '우리들이 힘을 모아 선로를 이읍시다.'라고. 그 사람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선로를 이을 재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어느덧 충분한 재료가 모이자 그 사람들은 선로가 제일 잘 보이는 곳에서 날씨가 가장 맑을 때 그 선로를 향해 자신들의 선로를 잇기 시작했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게? 선로를 잇는 데에 성공했을 것 같다고? 그럼 최근에 와서 무법지대로 선로를 이을 필요가 없잖아. 사라졌대. 응, 그 사람들은 선로를 이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계속해서 이어가다가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더래.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라. 아직도 그 선로를 잇고 있을지 아니면 다 죽었을지, 아무것도.
 무서워? 무서워? 좋았어, 그럼 이 기세를 몰아서 바로 다음 이야기 들어간다?

 이번 이야기는 기계를 사랑한 어느 메카닉의 이야기야. 그 메카닉은 너무나 기계를 사랑한 나머지 매일같이 기계가 되고 싶다고 중얼거렸더래. 하지만 사람을 개조시키는 일을 흔쾌히 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냥 헛소리만 지껄이는 사람이라 취급했었대. 그 메카닉은 계속 기계가 되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그러던 어느 날 그 메카닉은 아주 간단한 사실을 깨달았어. 아무도 자신을 기계로 바꿔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바꾸면 되는 거라고.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그 메카닉의 얼굴을 도통 볼 수가 없었대. 그 메카닉의 공방은 불 꺼질 날이 없었고, 소음도 줄어들 날이 없었대.
 한참이 지난 뒤 그 메카닉은 사람들 앞에 다시 나타났어. 양팔이 기계가 된 채로 말이야. 겉보기로 엄청나게 수척해 보였지만, 그만큼 어마어마하게 기뻐하는 얼굴이었대. 그 모습이 너무 기괴해서 아무도 그 모습에 뭐라 못했고 그 메카닉은 금방 사람들의 시선에서 없어졌어. 다시 제 공방에 들어간 거야.
 그 메카닉은 제 두 팔을 시작으로 조금씩 자기 몸을 기계로 바꾸기 시작했대. 두 팔, 두 다리, 몸통…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메카닉은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았어. 공방의 불은 꺼져있었고, 항상 들리던 소음도 들리지 않았대. 그러게,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계속 사라지기만 하고.
 한참 동안 그 메카닉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그 메카닉을 걱정하기 시작했더래. 그리고 메카닉의 공방을 찾아보기로 의견이 모여서 사람들은 공방 앞에 모여들었대. 노크를 해봤지만, 답은 오지 않았고 불러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대. 결국, 사람들이 힘을 합쳐 공방의 문을 열어젖혔고 공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메카닉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 피가 조금 묻은 뇌관도 화약도 없는 랜드러너 한 기만이 있을 뿐이었대.

——

 어린아이는 모험가 옆에 붙어 무섭다며 징징거리고 있었다. 청년은 그 기세를 잇겠다며 다음 이야기를 꺼내 들었지만, 애석하게도 청년이 돌아갈 시간이 되어 그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게 되었다. 청년은 가볍게 기지개를 켠 후 모험가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아, 맞다. 너 퇴원하면 우리 바로 다음 일 하러 갈 거니까 이거 꼭 읽어봐. 퇴원하면 달빛 주점으로 오고. 그럼 모레 보자, 환자님아."

 청년은 종이 한 장을 모험가에게 건네준 뒤 병실을 떠났다. 모험가는 찬찬히 의뢰서를 읽어내려갔다.


모험가의 동료들이 다 나왔습니다.
얘는 아라드 이야기가 아니라 천계 이야기를 해줬으니 3개입니다.

모험가가 얘 첫 이야기를 막은 이유는
자기보다 이야기 필터링을 더 못하기 때문입니다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느지막이 왔습니다.
시간도 시간이고 하니 오늘은 죄송하옵지만, 하나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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