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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묘하네요.
게시물ID : freeboard_1334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あかねちゃん
추천 : 1
조회수 : 17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17 17:49:52
고향...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인식하는 제 고향은 진주...가 맞기는 한데 제 인생에서 제일 처음 기억나는 곳은 진주가 아니라 경기도 부천이죠. 

다섯살 무렵에 부천으로 이사 갔던지라 제 말투는 100% 서울말투 였거든요. 지금은 누가 듣더라도 경상도 사투리가 진한데... 실은 완전히 경상도 말씨가 베이게 된 게 거의 20대 중반 이후부터였죠. 그 전까지는 서울말투 억양이 짙게 남아 있었고 학교 다닐적에도 말씨 때문에 꽤 곤혹스러운 기억도 많았죠. 

에 솔직히 말하면 중학교 아니 고등학교때까지 잘 적응을 못했다? 그렇게 얘기를 해야 하겠네요.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정말 농담이 아니라 5살 부터 7살까지 살았던 부천을 단 하루도 잊지 못하다가 고등학교 가서야 꽤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말입니다.

요 근래까지 그렇게 기억 한 구석에 밀쳐 두고 있다가 서울에 연수 받을 일이 있어 올라온지 두 달이 훌쩍 넘었네요.

주말마다 공부만 하는게 x랄 발광이 난데다 어디 나가는 거라면 끔찍이도 싫어 하던 사람도 고시원서 주말 지내려니 답답증이 치밀어 올라 결국 주차장이 있는 고시원(연말쯤에 해외 출국할거라 장기 계약을 못해요.)으로 바꾸고 차를 가져 올 때까지... 부천이라는 곳은 기억 한 켠에 잠겨 있었죠.

차 가지러 진주 내려 갔을 때 어쩌다 주민등록등초본 보고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30 평생 처음 알았어요. ㅎㅎㅎ)이란 글자를 보니 그 때 기억이 왈칵 밀려 오더라고요. 

해서 보름전에 차는 가지고 올라 왔는데 그 동안 시간이 어찌저찌 안 나다가 오늘 갔다 왔는데...

굉장히 심란하네요. 제가 감정 동요가 딱히 없는 돌부처인줄 알았는데...

어찌됐든 30년만에 고향에 다시 가 본 셈이 되더라고요. 근데...

가기전에 내 기억이랑 하나도 안 맞으면... 10대 내도록 그리워했는데 하나도 몰라 보면... 너무 많이 달라졌으면 오만 잡상이 다 나오는데 정작 가보니 30년 세월이 무색하게 제가 기억 하는 건물들 위치 심지어 제가 살았던 집까지... 그대로 남아 있더라고요. 30년을 격하고요.

제 기억이 닿는 곳 다 둘러 보니 겨우 20분 남짓 밖에 안 되더라고요. 어릴 때 엄청나게 높아 보였던 언덕들이 제 키높이 정도의 낮은 둔덕이었고 집에서 아빠 가게까지 30분이나 걸어 갔던 곳이 제 걸음에 5분도 안 걸리고 슈퍼마켓서 군것질 하다 이빨 빠진 곳도 가게만 바뀌고 건물은 그대로고 친구들이랑 항상 같이 놀던 문방구는 없어졌는데 그 옆의 맨션(문방구 위치는 도저히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이 맨션이 30년이나 버티고 있을 줄은 진짜 꿈에도 생각 못 했죠. 이 건물 아니었으면 집 위치랑 가게 위치나 겨우 알았을 거예요.)이 30년이나 재건축도 안 되고 버티고 있더라고요.

참 이게 무슨 기분인지를 모르겠네요. 차 몰고 다닌지 벌써 5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단 한번을 찾아 올 생각을 안했는지...

지금 겨우 20분만 걸으면 끝인 곳을 십수년이나 흘러야 겨우 기억 한 켠에 묻어둘 수 있나 싶기도 하고 사람이 고향을 생각하는 심정이란게 얼마나 간절한지 너무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좀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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