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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더 폭스 : 아웃사이더의 귀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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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REDFox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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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3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9 15: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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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명이 그대를 비웃듯이.

때는 지구의 기원후 2010년도 쯤. 우주는 거대한 변화를 겪게된다. 본래는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 서로의 영향을 받지 않는 평행 우주의 차원들이 서로 융합하기 시작했다. 처음 현상이 발생하였을때 각 차원의 지도자들은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현상발생 당시 그저 흔한 도시 괴담정도로만 여겼던 것 이다. 허나 이 현상은 우주 곳을 퍼져나가면서 잠식시켜 나갔고 얼마 지나지않아 마지막 보루인 태양계마저 융합되면서 마침내 온 차원의 온 우주가 하나로 합쳐졌다. 이를 후대 사람들은 '대혼란'이라고 칭하였다.

그로부터 약 30년하고 몇년이 더 지났다.

엘리시룸 브리턴. 과거에는 인간만이 존재하는 영국이였으나 지금은 드워프와 하이엘프, 인간이 공존하는 마법공학도시이다. 융합 직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혼란이 생겼지만 외관과 성향이 비슷한 종족들이 모여있어서 가장 먼저 혼란이 수습되고 곧바로 새로운 국가를 선립하였다. 
브리턴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간간히 영국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드워프의 기계공학, 하이엘프의 마정석 재련, 인간의 전기공학 기술들이 결합된 스팀펑크풍의 도시이다. 
상당수의 건물이 공중에 부유하고 있고 이러한 건축물 탓에 이전에 자동차와 같은 지상을 달리는 이동수단보다 소형 비행정 등의 공중을 날아다니는 이동수단들이 각광받는 곳이다.

저녘 노을이 슬슬 짙어지는 저녘. 과거 런던이라고 불린 도시의 어느 한 건물. 총을 든 사람들이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똑같이 권총을 든 여우모습의 수인이 서있었다.

"일이 이렇게 꼬인것에 대해서 사과하도록하지. 하지만 이런식으로 해결하는건 서로 쌍방에 이득이 없지 않나?"

여우는 살살 달래듯이 건너편의 험상궂은 얼굴의 드워프에게 말을 건냈다. 드워프는 '해머 공방연맹'이라고 적힌 갈색빛의 조끼를 입고 있었다.

"허! 이래도 손해고 저래도 손해면 저 망할녀석의 얼굴에 납탄을 처박고 손해보는 쪽을 택하겠어! 애초에 너같은 여우새끼의 말을 듣는게 아니였어! 해결사는 얼어죽을 놈을 해결사!"

여우는 어느새 땀을 삐질삐질거리며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였다. 옆에는 총을 든 하이엘프가 한심하다는 듯 처다보았다.

"국가 공인 해결사라는 자가 일처리를 이 정도로 밖에 못하나? 말했지 않은가. 저들은 그저 자기들의 이득만을 바라보는 자들이라고. 그런데 그런 상대로 협상이라니... 참으로 좋은 해결 방법이로군."
"뭐가 어쩌고저째? 애초에 당신들이 멋대로 계약을 파기시켜놓고는 우리더러 배상을 하라고 했지!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게야!"
"어허! 우리는 그런 저급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몇번을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하이엘프의 긍지를 짓밟는 언행은 삼가해줬으면 한다만."

여우는 연신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만나자말자 다짜고짜 총부터 꺼내드는 드워프부터 시작해 시종일관 자신들의 긍지만을 운운하는 하이엘프 탓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이제 누가 쏘기 시작하면 이 건물 안이 개판이 되는건 물론이거니와 지난 20년간 이어져온 드워프, 하이엘프, 인간의 관개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사실 브리튼은 혼란이 수습되고 난뒤에 새로운 국가가 선립 되었을때부터 종족적인 차별이 있었다. 하이엘프는 종족 특성상 육체적 노동이 거의 불가능했기에 대부분의 육체적 노동은 인간과 드워프에게 할당 되었다. 이를 자각하지 못한 하이엘프는 이전 세계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육체적 노동을 하는 이들을 천대하였으나 인간과 드워프의 대규모 합동 파업으로 15년전 종족차별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이후 확고한 동맹관계를 전세계에 선포하였다.
하지만 아직 일부 높은 자리에 있는 하이엘프 중에서는 인간과 드워프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하였으며 그런 고정 관념을 가진 하이엘프가 이 자리에서 해머 공방연맹의 총지부장인 '소툰'의 심기를 단단 건드려버렸다. 여우가 초조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이 상황을 타계할 와일드카드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오냐! 그래 오늘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이제 더 이상은 못참아! 그 잘난 낯짝을 납탄으로 갈기갈기 찣어주지!"
"흐음, 누가 그렇게 쉽게 당해줄주 아나? 드워프 주제에 입만 살았군."

양측진형이 서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직전 분위기를 확 깨는 벨소리가 들려왔다. 여우의 핸드폰이였다. 여우는 기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 그래. 일은 어떻게 됬지? ...좋아, 그 자를 이 곳으로 데리고와. 잠시만 기다려주지 않겠나? 이제 곧 이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해줄 사람이 이곳에 오거든."
"하! 또 한번 세치혀를 굴리는군 여우. 또 자네 말을 믿으라고? 나는 지금 이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버려야겠어!"

소툰이 방아쇠를 당길려는 순간 눈깜박할 사이에 여우가 소툰의 코앞으로 다가와 권총을 소툰의 머리에 겨누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터라 하이엘프들과 드워프들은 물론 당사자인 소툰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가 공인 해결사로서 부탁 좀 하지. 지금 당장 총을 내려. 아니면 따끔한 맛을 보게 될거야."
"어...어..."

소툰은 너무 당황한 탓인지 손에 힘이 풀리면서 들고 있던 납탄샷건을 떨구었다. 총을 떨군 것을 본 여우는 그제서야 깊은 한숨을 들이쉬며 총을 거두었다. 드워프들은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은 소툰을 부축하여 자리에 앉였다. '엘레그라 의회'의 대표로 온 하이엘프들도 총을 거두었다.

"솜씨가 제법이군. 해결사로 있긴 아까운 재능이야."

하이엘프 중 하나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여우에게 말을 걸었다.

"칭찬은 고맙지만 당신하고 별로 이야기하고 싶진 않군. 15년 전에 겨우 이룬 동맹을 이런식으로 파기할 생각이였나?"
"동맹은 동맹일뿐이다. 나는 아직도 내 동족들을 이해할 수 없다. 하이엘프들은 고결한 존재다. 어찌 저런 저열한 자들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되는 것이냐."
"고결한 존재라도 똑같이 피가 흐르는 존재인 이상 하이엘프들도 다른 종족들과 동등하다."
"언젠가는 알게될 것이다. 너희 종족들도 우리 하이엘프의 우월함에 고개 숙일 것이다."
"우월함? 뭔가 착각하나본데, 이곳은 네가 살아왔던 세계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등이 되어 기대어주지 못할 망정 다른 종족들을 짓누를려고 하다니. 너 같은 녀석이 어떻게 그런자리에 서있는지 궁금하군. 분명 뒷공작을 했겠지 아마?"
"...무엄하군."

그 하이엘프는 그대로 건물밖으로 빠져나갔다. 여우는 조금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걸어나간 하이엘프를 쳐다보았다.

"감사합니다, 여우님."

엘레그라 의회의 하위의원장인 트리실이 말했다.

"아니 뭐 별 말씀을... 그나저나 방금 나간 하이엘프는 누구신지?"
"아, 상위의원장인 터키르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터키르라... 이름이 하이엘프치고 특이하군요."
"하이엘프가 지어준 이름이 아니라 오크가 지어준 이름이라서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오크 손에 자라났으나 대혼란 이후 지금까지 하이엘프 사회에 몸 담고 있습니다. 어릴적 오크들에게 자랐다는 것이 트라우마가 된 것인지 자신이 하이엘프라는 것에 상당히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분이 저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별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군. 어떻게 저런 녀석이 상위의원이 된 건지 알 수가 없군."
"인덕과 실력이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 법이죠."

여우는 소툰을 바라보았다. 아까의 충격에서 벗어난 소툰은 뚱한 표정으로 하이엘프들와 여우를 번갈아보면서 째려보았다. 지금 같은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여우의 존재 탓에 별 말없이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몇분 뒤. 문이 열리면서 어느 한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인간형 로봇이 들어왔다. 인간은 수갑을 차고 앞이 보이지 않는 복면을 쓰고 있었고 브리턴에서 만들어 졌다고 보기 힘든 세련된 디자인의 로봇은 그를 인도하고 있었다.

"아, 티렉스.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 녀석을 찾는다고 해킹을 좀 많이 했습니다. 후에 문제되지는 않겠죠?"
"기밀 문서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별 문제는 없겠지. 일단 어서 들어오라고."

티렉스라고 불린 로봇은 인간을 건물 중앙, 즉 드워프와 하이엘프들 사이로 데리고 갔다.

"좀 오래 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이 사람을 잡는 과정에서 제 도구들이 꽤나 많이 망가졌습니다. 나중에 이에 관해 따로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니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여우는 말이 너무 길어진다는 생각에 헛기침을 하였다.

"흠흠."
"아! 일단 이 사람이 누군지부터 알아겠지요?"

티렉스는 남자가 쓰고 있던 복면을 벗겼다. 복면을 벗은 남자의 얼굴은 어딘가 맞은 게 분명한 멍자국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한 얼굴의 남자였다. 티렉스는 한 템포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사람은 현재 브리튼 국립 중앙우체국에서 기밀문서 배송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우체국 네트워크에 해킹해서 이 사건과 관련된 자료로 조사하다 보니 이런 영상을 얻었습니다."

티렉스는 자신의 눈에 달린 안경을 조정하더니 눈에서 빛이 벽에 투과되면서 어느 한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상에서는 티렉스가 끌고온 사람과 카메라의 각도 때문에 보이지 않는 누구가와 대화하는 듯한 모습이였다.

"저...정말 이렇게만 해주신다면 제 아내와 딸을 풀어주는 겁니까?"

화면 속의 남자는 왠지 모르게 조급해 보였다. 그의 말에 이어서 음성변조가 심한 노이즈가 낀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이다. 우리 제국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단, 우리를 배신할 생각을 하지마라. 배신자는 항상 죽음 뿐이다."
"며...명심 하겠습니다. 제발, 제 아내와 딸만큼은 제발..."
"제국은 항상 자네를 지켜보고 있다."

의문의 목소리를 끝으로 영상이 종료되었다. 영상이 끝나고 난뒤 왠지 모를 긴장감이 건물 안을 조용히 감돌았다.

제국. 과거 유럽과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휩쓸었던 나치 제국의 잔당들과 이들의 사상에 동조하는 여러 종족들로 이루어진 제국주의적 집단. 그들은 자신들만이 오직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들 외에는 전부 자신들의 위해서 복종해야 되는 하등하고 열등한 존재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국가를 세우는 대신 여러 국가에 요원들을 침투시켜 자신들의 사상을 하류층에게 전파하는 식으로 성장했으며 이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는 당연코 '대혼란'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대혼란 직후 이들은 다른 종족의 등장으로 역차별을 받는 인간들을 중심으로 소외된 종족들 일부를 흡수 후 점점 더 사회 깊숙한 곳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성장한 그들은 모순적이면서 아이러니한 사상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의 정권에 도전하였으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들을 철저하게 짓밟으면서 제국이라는 집단은 다시 음지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음지로 들어가면서 이들 이름으로 행해지는 테러 등의 각종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세계가 골머리를 앓던 참이였다.

티렉스는 작은 헛기침을 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크흠. 우선 그 계약이라는게 아마 이전 세계에 있었다가 지금은 사라진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던 해저터널 복원 사업에 관한 계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보통의 문서였다면 전자이메일식으로 문서를 주고 받았을 테지만, 워낙히 중대한 국가 프로젝트이자 드워프, 하이엘프, 인간 모두의 기술을 한데 모은 기술의 정점인지라 저 같은 로봇 때문에 해킹의 우려가 있어서 일부로 특수한 종이로 계약서를 만들어 기밀문서화 시켰겠지요. 여기까지는 제가 추측한게 맞습니까?"

소툰은 별로 마음에 안든다는 말투로 쏘아 붙였다.

"흥, 기계 주제에 거기까지 생각할 줄은 아는군. 그래 맞아. 드워프의 기계공학의 정수와도 같은 설계도와 하이엘프들의 마정석 재련법, 인간들의 전기공학 기술 사용법이 다 담긴 중대한 문서이자 계약서였지."

트리실이 이어말했다.

"때문에 저희들은 이 문서가 사본이 만들어져 다른 곳에 악용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 원본을 브리튼 국립 중앙우체국에 보관 의뢰를 했습니다. 다른 곳도 많았지만 비교적 덜 주목받는데다가 은행 수준의 철저한 보안을 가지고 있었기에 최적의 선택이였죠. 하지만..."

여우가 말을 가로챘다.

"어떤 하이엘프가 와서 계약이 파기되었다면서 문서를 파기하겠다는 이유로 들고가고 난뒤에 행방불명이 되어 사실상 계약 파기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고 그로 인해서 드워프들은 분노, 하이엘프들은 원인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건가?"
"...네, 그런 셈입니다."
"그리고 티렉스가 끌고 온 이 사람이 이 사건과 관련되어있다 이거군."

남자는 어느 순간 벌벌 떨고 있었다. 

"사...살려주십쇼! 제 아내와 딸이 잡혀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워워, 진정하라고 친구. 사정을 알고 있으니 그냥 솔직하게 우리 질문에 대답만 해줘."

여우는 자신의 코트 안주머니에서 메모장과 펜을 꺼냈다.

"자 그럼 첫번째. 방금 동영상에 나온 사람이 누군지 아나?"
"아...아뇨.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습니다. 가면은 그냥 시꺼먼색 이였고요."
"흠... 설계도이자 계약서인 문서는 어떻게 했지?"
"그 가면 쓴 사람이 시킨대로 어느 하이엘프에게 줬습니다."
"그 하이엘프의 이름은 아나?"
"네네... 아마 터키르라는..."

남자가 이름을 대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여우와 티렉스는 급하게 건물을 박차고 나갔다. 여우와 티렉스는 황급하게 터키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먹을!"
"오는 길에 어떤 하이엘프가 이쪽 방향에서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아마도 비행선 선착장으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비행선 선착장에 해킹을 해서 비행선을 못 띄우게 할 수 있겠어?"
"불가능 합니다. 아까 그 사람을 잡는다고 해킹 툴도 다쓴데다가 선착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멉니다."

여우와 티렉스는 건물과 건물의 옥상을 넘나들며 달렸지만 이미 저 멀리에서는 비행선이 이제 막 떠나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어느정도 낌새는 느꼈다만 물증이 없어서 그냥 보낸 것이 실수였어. 자 여기 내 핸드폰을 쓰도록해!"
"핸드폰을 쓴다고해도 거리가 안 닿아서 해킹할 수 없습니다. 해킹을 할려면 더 가까이 다가가야 됩니다."
"그럼 좁히면 그만이지!"

여우는 푸른 빛이 도는 작은 주사위 하나를 꺼내 달리는 방향에 던졌다. 큐브는 벽에 닿더니 사람 크기만한 둥그런 포탈을 만들어냈다. 여우와 티렉스가 포탈을 통과하자 저 멀리 보이던 비행선과의 거리가 상당히 좁혀졌다.

"됐습니다. 이 정도 거리라면 해킹이 가능할겁니다. ...어 하지만 이 핸드폰으로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칫, 하필 이런 순간에 나는 먼저 들어가서 터키르를 찾겠어. 너는 최대한 빨리 해킹해서 이 비행선이 상층권으로 날가는 것을 막아!"

여우는 갈고리총을 쏴 비행정에 걸었다. 갈고리 총에 달린 태엽장치를 가동시키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여우가 비행저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우웁..."

여우가 비행정에 오른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온 사방에서 코가 예민한 수인들이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비행정을 가득 채웠다. 

피 비린내와 시체 썩은 냄새. 

아직 여우의 눈에는 그러한 것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비행정 안으로 들어가면 필히 엄청난 관경이 벌어질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였다. 여우는 자신의 품속에서 짧은 톱날 단검을 꺼냈다. 일전에 남아메리카 대륙에 일처리를 하면서 포상으로 돈 대신 받은 대괴수용 흑요석 톱날검이였다. 워낙 깨지기 쉬운탓에 일부로 자신이 검집에 넣어 보관하고 다녔지만 이번 일에 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여우는 비행정의 내부로 들어가는 문앞에 섰다. 강철로 된 철문은 깔끔했지만 그 틈으로 숨쉬기도 힘들만큼의 악취가 세어나왔다. 여우는 자기자신을 함정으로 밀어넣는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마치 30년전 그날처럼.

여우는 문을 열었다.

"흡...!"

삐걱거리는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우를 맞이하는 것은 천장에 마치 정육점마냥 빼곡히 갈고리에 걸려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였다. 종족을 불문하고 새빨간피를 뚝뚝 흘린체 걸려있는 모습은 산전수전을 겪은 여우조차 견디 힘든 관경이였다.

"우엑! 크헙! 부엑!"

사방에서 흘러오는 악취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관경, 이로인한 여우의 정신적 데미지 그리고 이전에 겪었던 비슷한 관경에 의한 트라우마 재발하여 구토를 참지 못하고 뱉아버렸다. 거기다 자신이 구토한 내용물 때문에 추가적인 정신적인 데미지 누적으로 또 다시 구토를 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을 못차리다가 결국 여우는 비행정 외곽으로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긴했지만 이번건 그의 입장에서도 너무 심한 참극이였다. 

결국 그는 배행정 외곽 구석에 쪼그려앉아 조용히 흐느꼈다. 이러한 일을 겪은 자기자신도 불쌍했지만 거기에 걸려있는 사람들은 도데체 무어란 말인가. 죄책감과 자신의 이러한 나약한 모습에 자존심에 금이 갔다. 

내가 조금만 빨랐으면 다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을건데. 내가 좀더 빨랐다면...

얼마나 시간을 흘렀을까 여우는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우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여우님?"

티렉스의 목소리였다. 여우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어깨를 두드린 티렉스를 보았다. 여우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그리고 토사물에 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이였다. 티렉스는 아무런 말 없이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여우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고마워."
"별말씀을."
"아니 진짜 고마워..."
"...일단 비행정을 다시 선착장으로 되돌렸습니다. 핸드폰은 여기있습니다."

여우는 잠시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집어갔다.

"고마워."
"벌써 세번째 말씀하십니다."

티렉스는 여우가 일어설 수 있도록 부축하였다. 여우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 해졌다. 비행정 주변으로 많은 경찰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고 흰 피부의 경찰 한명과 로봇 경찰 몇명이 현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아마 흰 피부의 경찰은 뱀파이어일 것이다. 

흰 피부의 경찰이 여우와 티렉스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현장의 총괄하게 된 볼레드 경감이라고 합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 아직은 좀... 잠깐 약 좀 먹어도 괜찮을까요?"
"네, 그러시죠."
"티렉스, 내 오른쪽 가슴주머니에 파란약 하나가 있을거야. 꺼내줄 수 있어? 내가 지금 손발에 힘이 없어서..."
"물론이죠.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티렉스는 약을 꺼내 여우의 입에 넣어주었고 여우는 약을 삼켰다. 평소에도 가끔씩 이전의 일이 생각날때마다 먹는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이였다.

"...죄송하지만 어디 앉을데가 없을까요? 보다싶이 지금 몸에 힘이 다빠져서."

여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하였다. 자신의 감정을 얼굴의 홀로그램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는 티렉스의 얼굴에는 그저 '...'이라는 홀로그램만 떠 있었다. 볼레드는 주변에 있던 의자 몇개를 들고와 여우를 자리에 앉였다.

"후우... 볼레드 경감님."
"그냥 볼레드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럼, 볼레드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거 같습니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여우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노리를 지긋히 눌렀다. 그가 뭔가 집중해야될 때 자주하는 행동 중의 하나이다.

"으음... 마음같아서는 이래저래 알려주고 싶은게 있지만, 지금은 해야 되는 일이 있어서 힘들 것 같군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냥 여우라고 부르세요. 본명이 있었던거 같지만 어느 순간 잊어버렸거든요."
"그럼 여우씨. 그 해결해야 되는 일이라는게 혹시 터키르라는 사람과 관련된 일입니까?"
"어떻게 그걸..."

볼레드는 서류 봉투에서 어떤 사진을 꺼냈다. 사진에는 창백한 모습의 터키르의 얼굴이 찍혀있었다. 여우는 별 감흥 없이 터키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 시체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종족들이 직업불문하고 죽어있더군요. 저희쪽에서는 제국측이 벌인 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별 다른 증거가 없어 그냥 추측에서만 그치고 있습니다."
"계약서의 행방을 아는 자가 터키르 밖에 없는데... 큰일났군."
"죽은 사람들간에 공통점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전부 다 공통적으로 오른쪽 팔이 잘려나간체 갈고리에 걸려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오른쪽 팔들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깐. 지금 오른쪽 팔이라고 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여우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티렉스도 뭔가 짐작이 가는지 순간이동기를 근처에 설치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우는 핸드폰의 화면을 볼레드에게 보여주었다.

"보이십니까? 이들 전부 제국에 속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오른쪽 팔뚝에 문신이 세겨져있군요."
"정확한 문구는 독일어로 적혀있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과거의 나치와 관련된 문구겠죠."
"흠...'국방은 방어에 있는게 아니라 침략에 있다.'라는 문구군요."
"어째든 전부 오른쪽 팔이 잘려나갔다는 것은 여기 있는 시체들 모두 제국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는 겁니다."
"...단순히 그렇게 넘겨 짚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 사라진 오른팔들을 찾은 것도 아니고 죽은 사람들의 신원 중 한 사람이 제국과 관련된 사람일지라도 나머지는 아닐 수도 있으니깐요."
"음... 그것도 맞는 말이군요. 어쩌면 일부로 수사에 혼돈을 가져오기 위해서 오른팔들을 잘라냈을 가능성도 없지않아 있군요."

여우와 볼레드가 이야기하던중 티렉스가 제법 두꺼운 문서들을 들고 순간이동기에서 나왔다.

"혹시나해서 현재 브리튼에서 제국과 관련된 사람들의 목록을 들고 왔습니다. 이 목록과 저기 있는 시체들의 신원과 대조해보시면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티렉스씨."

볼레드는 티렉스에게서 받은 서류를 쭉 훑어보았다. 여우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저...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터키르라는 자의 시신을 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런 관경을 보셨는데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약도 좀 먹었고 사람 시체 한구 정도는 참고 볼 수 있습니다."

볼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메모장에 자신의 싸인 써서 여우에게 건내주었다.

"이 근방에 있는 부검소에 시체를 보냈습니다. 프랑켄 박사님에게 이걸 건내주시면 됩니다."
"프랑켄? 아니 왜 그런 네크로필리아에게 시체를 보낸겁니까?"

여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볼레드를 바라보았다. 볼레드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였다.

"상부의 명령이니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브리튼 내에서 제일 가는 부검의가 프랑켄 박사님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출소한지 몇달도 체 안됀 녀석에게 부검을 맡기다니..."
"쉿, 목소리가 큽니다. 저 외에 일부 높으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프랑켄에게 부검을 맡겼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프랑켄이라는 작자가 영 믿음직 못해서 감시역으로 3명정도 붙여놨으니 일이 생겼다면 연락이 오겠죠."
"내가 도착하기 전에 그 3명이 무사하길 빌어야겠군요. 티렉스, 너는 여기 남아서 볼레드와 함께 현장수사를 도와줘. 프랑켄은 나 혼자 가도록하지."
"알겠습니다. 혹시나하니 호출용 포탈 생성장치를 챙겨가세요."
"고마워."

여우는 티렉스가 건내준 조그만한 장치를 들고 비행선 밖을 나섰다.
출처 미천한 글로 저번에 물어봤던 코즈믹호러풍의 소설을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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