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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결투자의 결투
게시물ID : dungeon_6272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0
조회수 : 1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9 17: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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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청년은 늘 그랬듯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결투를 벌일 상대를 찾아다녔다. 그가 생각하는 무의 길은 보완하고 보완해도 모자른 것이었으니, 그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이상하리만치 상대를 찾을 수 없는 날이었다. 큰 마을이었음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순수하게 창을 쓰는 자도, 원래의 것을 억누르고 다른 것으로 채운 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은 주변인들에게 적절한 결투 상대의 위치를 물었지만, 찾아가는 자마다 이미 이겼던 자들뿐이었다.
 청년은 실망스럽다는 듯 가볍게 숨을 내뱉고는 마을을 뜰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시선에 닿은 것은 매우 난폭한 기운을 내뿜는 한 창사였다.

 "…."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할 듯한 그 난폭한 기운. 흔히들 마창사라 불리는 자들의 날카로운 기운과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사나운 기운. 그가 내뿜는 것은 마창에 도취한 자들이 내뿜는 그런 기운이었다. 평소의 청년이었다면 금세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렸을 일이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좀체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었다.
 온종일 허탕을 친 탓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어서였는지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던 청년은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멈춰선 곳은 그 뱅가드의 앞이었다.
 갑작스레 앞을 가로막힌 뱅가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창을 고쳐쥐며 금방이라도 휘두르려는 듯 창을 뒤로 뺐다. 그에 반해 청년은 아무 말 없이 양손을 펴 보이며 그의 앞에 당당히 내보였다. 그 갑작스러운 대치상태는 뱅가드가 먼저 창을 거둬들이며 끝이 났다.

 "죽이려 덤벼드는 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군. 길이라도 물을 생각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가라."
 "…."

 그가 창을 거둬들이는 것을 본 청년은 가지런히 창을 붙들고는 그 끝을 그를 향해 내밀었다. 청년에게 있어서 결투신청의 의미였다. 청년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제 행동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뱅가드의 답변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 행동을 지켜보던 뱅가드는 입을 열었다.

 "너 같은 녀석들에 관한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 잊기 위해 겨루는 녀석들이라지? 그런 녀석이 왜 나한테 그런 목적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는데…."
 "승낙, 거절."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대답을 들은 청년은 몸을 돌려 어디론가 향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한 끝에 도착한 곳은 한적한 공터였다. 몇 번 열렬히 겨룬 흔적이 여기저기에 조금씩 남아있는 곳. 청년이 이 마을에서 애용하던 결투장소였다.
 청년은 경기장이라는 듯 창끝으로 이런저런 선을 그려 넣고는 제 자리를 찾아 가만히 서 있었다. 청년을 따라온 뱅가드가 그의 맞은편에 서자 청년은 싸우기 위한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것을 본 뱅가드 역시 자세를 취했다.

 "시작은?"
 "곧."

 대치상태로 대기하던 그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근처의 나무가 살랑이는 것과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마창의 힘을 끌어내 하나하나를 묵직하면서도 예리하게 휘두르는 창. 마창을 억눌러가며 온갖 곳에서 익힌 창술을 절묘하게 얽어내 신속하게, 날카롭게, 때론 무겁게 휘두르는 창. 두 개의 전혀 다른 창술이 쉴 새 없이 맞부딪혔다.
 처음에는 대등하다 싶었지만, 어느 순간 점차 밀리기 시작하더니 먼저 나가떨어진 쪽은 청년의 창이었다.

 "…?"
 "끝이군."

 청년은 제 눈에 들어오는 하늘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아무 말 없이 눈만 깜빡였다. 금세 몸을 일으킨 청년은 가만히 뱅가드를 바라보았다. 뱅가드는 자리를 뜨려는 듯 창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결투라.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군. 힘 조절 같은 건 별로지만."
 "…!"

 청년은 얼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뱅가드는 그걸 흘긋 보고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공터를 떠나려 했다. 청년은 다급하게 창을 단단히 쥐고는 뱅가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청년은 뱅가드가 휘두른 창대에 맞아 날아갔다. 이번에 날아간 것으로 열 번째였다. 일어난 힘도 없는 것이었는지 청년은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며 움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도 창을 쥔 손은 힘이 빠질 줄을 몰랐다.

 "혹시 죽고 싶어서 계속 달려드는 건가? 그런 거라면 거리낌 없이 베어주지. …아, 이젠 일어날 힘도 없는 건가?"

 청년은 온 힘을 쏟아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별다른 소득도 얻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쓰러져버렸다. 청년은 가쁘게 숨을 내쉬며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고 몸을 일으키려 애쓰는 청년을 보며 뱅가드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지만, 청년은 기껏 내밀어 진 성의를 무시한 채 계속 몸을 일으키려 했다.
 보다 못한 뱅가드는 청년의 옷자락을 붙들어 똑바로 앉혀주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청년은 곧장 창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그런 행동은 뱅가드에 의해 막혀버렸다.

 "고집이 심한 성격이군. 넌 졌다. 이젠 일어날 힘도 없고. 그러면서 창은 용케도 쥐는군. 그래도 덤빌 생각이라면 거리낌 없이…너, 우는 건가?"
 "…?"
 "…눈물이라. 별게 다 흐르는군. …난 이제 네놈과 더 할 말도 일도 없으니 가겠다."

 뱅가드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청년에게서 멀어져갔다. 청년은 급하게 손으로 눈에서 떨어지는 물을 닦아낸 뒤 창으로 땅을 짚어가며 일어서려 했다. 그런 시도는 곧장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는 새에 뱅가드는 공터를 떠나버려 청년은 홀로 남아있게 되었다.

 남겨진 청년은 간신히 몸을 뒤집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결투의 내용을 다시 되짚어보며 눈을 감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원인 모를 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눈에서부터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짧은 글

사람이 되지 못하는 자들의 그 듀얼리스트입니다

뱅가드는 다른 놈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옮기기위해 왔습니다.

창쟁이, 좋아해요.


오늘을 위해 일단 팝콘을 사둔 상태입니다.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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