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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in Excelsis Deo
게시물ID : dungeon_6272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19 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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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신이시여, 오늘은 오랜만에 당신을 드높이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 잘 부르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랜만에 부르는 것이었기에 상당히 행복했습니다. 비록 오래 부르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주변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 시선 속에서 저는 당신을 드높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을 찬양하고 찬미하는 것조차 그 안에선 제게 허락되지 않은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당신에게 향하는 자리에서 도망쳤습니다. 견딜 수 없어 도망쳤습니다.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만이라면 뭐든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도망쳤습니다.
 당신에게 향하는 자들과 저의 마음이 다를 바가 없는데 어찌하여 저는 당신을 드높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까? 너무나도 한스럽습니다.

 신이시여, 죄스런 환청은 오늘도 어김없이 제게 부정한 말을 건넸습니다. 부정을 말하고, 부정을 꾀하고, 부정을 권했습니다. 악마의 속삭임이 끊이질 않습니다.
 환청의 속삭임은 끊임없이 당신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당신의 힘을 모욕합니다. 당신을 좇는 자를 조롱합니다. 저에게 타락을 종용합니다. 저는 그저 듣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저를, 사죄를 올리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저를 원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이시여, 저주를 내린 자가 사라졌음에도 저주가 남아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보잘것없는 저를 죽이기 위한 악마의 수입니까? 이런 보잘것없는 목숨을 위해서 말입니까?
 이 보잘것없는 저의 기도는 당신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죽어가기 전부터, 당신은 그 어떠한 답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주를 받아서도 당신을 좇으며 죽어가는 자의 기도마저 답해주지 않는 것은, 저를…저를 지쳐가게 만듭니다.

 신이시여, 저는 당신이 밉습니다.
 신이시여, 저는 당신을 증오합니다.
 신이시여,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신이시여,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신이시여, 저는…저는….

 저는 사실 알고 있습니다. 이 생활에 지쳤다는 것을. 부질없는 욕심으로 떠나지도 못하는 이 생활에 지쳤다는 것을. 그러는 새에 알아채지 못한 마음이 커져갔다는 것을.
 저의 소리를 한낱 환청으로 치부하고 증오하며 혐오했습니다. 부정한 생각도, 부정한 마음도, 전부 죄스런 환청으로 알고 외면했습니다.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저주스런 환청을 보내는 자가 죽었건만, 어째서 계속 환청이 들리는가. 그 질문의 답은 지극히 쉬운 것이었습니다. 다만 외면하고 도망쳤을 뿐.

 신이시여,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워합니다. 당신을 좇는 자들 역시 사랑하면서 미워합니다. 이것이 저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부정한 감정이 저의 것이 아니라며 부정하고 외면하고 도망쳤지만…아마 이젠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지 않겠습니다.

 저의 사랑하는 신이시여, 가장 높은 곳에 계신 당신께 영광이 있기를.



in Excelsis Deo

 = God in the highest


위 문구의 풀버전은

Gloria in Excelsis Deo

 = Glory to God in the highest


'인엑첼시스데오' 라고 읽습니다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이번 글을 제 어벤저가 2각했을 때 기념 짧은 글입니다.


어벤저...불쌍한 위장자양반...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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