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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후회
게시물ID : dungeon_6273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2
조회수 : 21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7/20 01: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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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청년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결투 상대를 찾아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원하는 상대가 그리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청년이 있는 곳이 큰 마을이었다면 쉽게 찾았겠지만,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작은 마을. 그 안에서 창을, 적어도 무기랄 것을 쥐는 이라면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그때그때 무기(무기라고 하기엔 뭣하지만)를 쥐는 마을의 사내들뿐이었다.

 며칠씩 묵어가며 상대를 찾을 필요조차 없는 작은 마을. 청년은 마을을 한 번 둘러보고는 곧장 마을을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은 참이었다.

 "몬스터다! 몬스터가 오고 있다!"
 "또야? 가서 남자들을 불러와!"

 청년은 소란스러워지는 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을의 일은 청년과는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곧장 시선을 돌려 마을 밖으로 발걸음을 향하고자 했다.
 소란이 일어난 쪽으로 달려가던 마을 청년에게 붙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저, 저기요! 당신 모험가죠? 저쪽에 몬스터가 오고 있대요! 조금만, 조금만 도와주세요! 부탁이에요!"

 그는 마을 청년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고는 자신이 가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마을 청년은 그의 옷자락을 단단히 쥐고는 제발 도와달라며 사정했지만, 청년은 그 말을 그리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직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을 단단히 굳힐 뿐이었다.

 몇 번을 더 사정하던 마을 청년은 거칠게 붙든 옷자락을 놓고는 그를 향해 소리 질렀다.

 "이 매정한 새끼야! 남이 이렇게 부탁하는데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냐? 됐어! 너 같은 새끼 도움 필요 없어! 완전 시간만 낭비했잖아!"

 마을 청년은 그에게 들으라는 듯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빠르게 멀어져갔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도 청년에겐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이었기에 그는 그저 옷자락을 매만지며 마을 밖으로 향하려고 했다.

 순간 소란이 일어난 쪽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언가로 땅을 내리찍는 듯한 소리. 그리고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난폭하기 그지없는 기운에 청년은 다시 소란이 인 쪽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시선과 다른 것은 흐릿했던 그 눈길에 약간의 기대가 서린 빛이 띄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청년은 한달음에 소란스러운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엉성한 무기를 쥔 마을 사내들과 터져버린 몬스터의 시체. 그리고 사정없이 난폭한 기운을 내뿜는 미늘창을 쥔 사내가 있었다.
 몬스터를 막기 위해 몰려든 마을 사내들은 아무 말도 않고 갑작스레 나타난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마다 서로에게 작게 수군대며 사내를 곁눈질로 쳐다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사내는 마을을 습격하려던 몬스터를 없애주었으니 마땅히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이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건네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사내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기운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한 마을 청년이 굳게 마음을 다진 듯 먼저 나서서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저, 저기…누,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을 청년이 한 걸음 내디뎌 사내에게 다가갔을 때, 사내가 취한 행동은 의외의 것이었다. 그는 곧장 미늘창을 크게 휘둘러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을 청년을 향해 내리찍으려는 것이었다.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한낱 마을 청년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캉!

 매섭게 내리꽂히던 미늘창은 청년이 내민 장창에 가로막혔다. 굳어있던 마을 청년은 뒤늦게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갔고, 저마다 수군대던 마을 사내들도 그 자리에서 소리 지르며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사내는 두 눈을 날카롭게 뜨곤 청년을 노려보고 있었다. 청년은 막아낸 미늘창을 흘려버리고는 창을 다잡았다. 청년은 짧게 숨을 내쉬고는 늘 하던 결투신청을 하기 위해 창을 내밀려는 차였다.

 "…너…."

 사내가 날카롭게 치켜뜨고 있던 눈은 약간 부드러워져 있었다. 사내는 반갑다는 듯 웃어 보이며 미늘창을 거두어들였다. 언젠가 청년과 만난 적이 있었던 듯 청년을 알아본다는 듯이 행동했다.

 "가, 간만인데. 너인 줄 몰랐, 몰랐다. 몰랐어. 딱히 달라진 건 없는데…. 아직도 결투만 하면서 다니는 거냐? 아니면…."

 사내는 살짝 안도한듯한 표정으로 청년을 향해 한걸음 내디뎠다. 하지만 그 표정도 잠시. 사내의 표정은 순간 굳더니 금세 조금 전의 그 날카로운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창을 굳게 붙들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뭐, 뭐하는 거야….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잖아…. 정신 차려…. 위험한 건 없애야지…없애야지…. 뭘 그렇게 안심하고 그러는 건데…. 아니 그래도 아는 사람인데…."

 어디로 향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말들. 정신이 불안정하게 보이는 그 모습을 청년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한참을 혼자서 중얼거리던 사내는 혼란해 하는 표정으로 도망이라도 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청년은 보기만 할 뿐, 이내 제 갈 길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청년과 사내가 다시 만난 것은 숲 속 한복판이었다. 한쪽은 생각지도 않은 재회에 당황했는지 시선을 한곳에 가만히 두지 못했고, 다른 한쪽은 만난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저 지나치기만 하면 금세 잊힐 인연이었겠지만, 둘 중 그 누구도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던 중, 한쪽이 더 버티지 못하고 급하게 발길을 돌렸을 때 다른 한쪽이 그제야 제 입에서 말을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그때 정신 불안정했던 놈. 불안정한 놈."
 "…나?"

 사내는 고개를 돌려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사내는 그걸 보고는 입을 굳게 다물고 부산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각을 끝냈는지 청년을 똑바로 보았다.

 "나, 나한테 무슨 용건이 있다거나…그런, 그런 건 아니겠지? 넌 순수한 창사에게만 관심을 가졌었으니까. 그렇, 그렇지?"

 억지로 쥐어짜낸듯한 미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입꼬리를 잡아당긴 듯한 그런 미소를 지어 보이며 사내는 말했다. 마치 용건이 없어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그 말에 청년은 사내의 기대를 깨부수는 답을 내보였다.
 청년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을 짧게 잡고 사내를 향해 내밀었다. 사내가 살짝 움츠러들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내비치자 청년은 자신의 의사를 똑바로 밝혔다.

 "정신이 불안정한 놈. 너에게 대련을 신청한다."
 "…."

 사내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자신에게 향해있는 창끝에 있었다. 청년은 중간중간 창을 흔들며 답을 재촉했지만, 굳게 닫힌 입은 열릴 줄을 몰랐다. 곧 한숨과 함께 창이 내려가고 청년이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자, 잠깐, 잠깐만!"

 그제야 다급하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내는 잔뜩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절을 한 게 아니었나?"
 "대, 대련이라면, 대련이라면 괘…괜찮을…거다. 하, 한번은 본 적이, 본 적이 있으니까…. 죽, 죽이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승낙?"
 "…승낙."

 청년은 곧장 그 자리에 간단한 경기장을 그리기 시작했고, 사내는 진정이라도 하려는 듯 연신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심호흡만을 반복했다. 간략한 경기장(경기장이라고 하기엔 고작 서 있을 곳을 알리는 선 두 개로 끝이었다.)은 금세 그려졌고, 둘은 각자 서 있을 곳에 서서 대련의 시작을 기다렸다.
 사내는 선 위에 선 뒤에도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기만 하며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작게 무어라 중얼거렸다. 점점 안 좋아지는 안색. 척 봐도 괜찮다고는 못할 상태였지만, 이미 시작해버린 대련은 개인의 사정으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날아든 창대에 얻어맞은 사내는 비틀거렸다. 대련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중얼거린 대가였다. 사내는 다급하게 창을 고쳐 쥐고는 휘두르려 했지만, 청년의 공격이 더 빨랐다.
 찌른다. 휘두른다. 벤다. 돌리고 꺾는다. 찌르면서 돌린다. 뛰어올라 던진다. 흩뿌린다. 휘날린다. 강함을 얻기 위함이 아닌, 누가 더 강한지 재어보기 위한 대련. 청년의 공격이 쉴 새 없이 파고들어 갔다.
 죽여선 안 되는 싸움이었기에 위력은 약했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사내는 밀리고 또 밀릴 뿐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일방적인 싸움. 청년의 마지막 공격이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사내의 목에서 대뜸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공포에 질린 그 비명에 청년은 저도 모르게 순간 굳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멈춰버린 그 짧은 틈새. 사내의 창이 그 틈새를 크게 갈라내었다.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이어진 두 번째 공격. 세 번째, 네 번째…. 사내는 창을 휘둘렀다. 공포에 질린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창은 눈앞의 것을 닥치는 대로 베어내고 있었다. 전의뿐인 상대를 살의로 갈라내었다. 무기마저 놓쳐버린 상대를.
 사내의 미친듯한 반격이 끝나고 땅으로 쓰러지며 청년은 생각했다. 후회. 상황의 다양성을 꾀한다고 하지만, 그 상황에 미친 녀석을 넣으면 안 됐었다는 후회.
 땅에 쓰러져 넝마가 된 그의 몸이 창에 꿰뚫리며 청년은 생각했다. 체념. 이렇게까지 되었으면 더는 살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체념.
 청년이 눈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웃고 있는 사내의 입이었다. 청년이 귀를 닫으며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희열에 찬 웃음소리와 자괴로 가득 찬 절규였다.


 청년은 짧은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가 가늘게 뜬 붉은 눈은 점차 흐려져 갔다. 사내는 멍하니 앉아 서서히 죽어가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짧은 신음을 흘리며 주기적으로 꿈틀대던 그는 곧 움직임도 멎은 채 숨만 내뱉었다.
 그제야 사내는 정신을 차리고는 청년을 부르며 흔들었다. 하지만 청년은 별다른 반응 없이 손길대로 흔들리기만 했다.
 온기는 있었다. 숨도 멎지 않았다. 하지만 사내의 공격으로 인해, 특히, 마지막으로 찔러넣은 창 때문에 대련만을 원했던 청년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는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사내는 알고 있었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평범한 결투일 뿐이란 것을. 죽이기 위해 겨루는 것이 아닌, 그저 강함과 약함을 알기 위해 겨루는 것이란 것을. 그런 결투에서 결코 자신이 죽을 일이 없다는 것을. 목숨이 위험한 것이 아니란 것을. 사내는 알고 있었다.
 사내는 자괴감에 눈물을 흘렸다.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탓하며 청년을, 창을 붙잡았다. 그의 책임을 지기 위해서.



사람이 되지 못하는 창내미들 이야기

아아, 내 아라드 월드에(이하 생략)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 못 쓰는 글쟁이입니다.

처음 썼을 때의 결말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두어달 쯤 지나서 결말을 바꾼 글...


제 아라드 월드의 창내미들은...정신...ㅂ...


감정을 극한까지 억눌려진 반동으로 감정이 풍부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에요.


그럼, 오늘도 즐겁게 읽으셨길 빌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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