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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망나니 이야기
게시물ID : dungeon_6273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thance
추천 : 0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0 13: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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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아가씨!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응? 누구냐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 중요해? 흐음…. 하지만 말해주기 싫은걸? 대뜸 말을 건 사람의 이름이 그렇게 중요해?
 …있지, 있지. 키니 씨는 그저 말이 하고 싶은 것뿐인 걸. 키니 씨가 아는 소문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야. 어차피 술 마시는데, 술안주로 삼아서 들어주면 안 돼?
 음, 들어주는 거구나? 응, 키니 씨의 정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응? 이름을 말했다고? …뭐, 상관없어. 사람의 이름 같은 건,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하나도 중요하지 않으니까.


 응, 그래서…처음부터 말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까, 그 이야기 들어봤어? 제국 쪽의 현상수배범 이야기. …현상금 사냥꾼한테나 가라니, 너무 차갑잖아! 아가씨 면 아가씨답게 좀 더 부드럽게 얘기해줘! 쌀쌀맞으면 키니 씨 상처받는단 말이야!
 …알았어. 딴 얘기는 그만할게. 아무튼, 제국의 현상범 중에 이름만 알려진 연쇄살인범이 있다는 거 알아? …이렇게만 말하면 알아듣기 힘드려나? 그러니까, 목격은 많이 많이 당했는데, 꽁꽁 싸매고 있어서 그 누구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이름? 알고 있어. 키아나라고 했어. 별명까지 붙이면 망나니 키아나. 혹시 들어본 적 있어? 음, 없구나. 제국에서 잠깐 반짝! 하고 활동한 뒤, 쭉 활동한 적이 없어서 그리 알려지지 못한 걸까?

 아아, 그 녀석 사실 몇 년은 된 녀석이야. 응, 망나니는 5년 전 귀족 영애를 습격하고 그대로 소식이 뚝! 하고 끊어졌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잡히진 않았으니까. 아가씨, 조심해야겠다! 여자만 습격하는 진짜 나쁜 녀석이거든!
 현상금? 왜? 관심이 막 생겼어? 헤헤, 그런 거 잘 모르지만, 아마 귀한 딸을 잃은 귀족이 내건 돈은 꽤 될 거라고 생각해. 파이팅, 아가씨!

 아무튼, 망나니의 마지막 범죄는 5년 전. 대상은 어느 귀족의 귀여운 아가씨. 호위까지 받으면서 대낮에, 시내에서 유유자적하게 산책을 즐기던 아가씨는 갑작스레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에 의해 바닥으로 쓰러졌어. 응, 호위 한가운데에 있는 아가씨를. 말도 안 되지? 그치?
 주변에 호위를 맡은 사람들도 있었고, 일반 시민도 있었고, 강한 모험가도 있었는데. 아주 당당하게. 호위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굳어있었어. 뭐, 호위들이라고 누군가가 그렇게 당당하게 공격할 거라 생각했겠어?
 투박하게 생긴 망나니의 도는 새빨갰어. 망나니가 두른 누더기 같은 천도 새빨갰어. 귀엽고 가여운 아가씨는 이미 머리와 몸이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눈 뒤였어.

 사람들의 비명이 울렸어, 그 소리, 너무 커서 머리가 흔들려버릴 정도였어. 아마 도망치는 사람들과 굳어버린 사람들이 서로 혼란스럽게 뒤엉켰을 거야. 정신이 없었겠지.
 호위들은 뒤늦게 망나니를 붙잡으려고 했어. 그중에 호위대장으로 보이던 사람은 칼을 빼 들고 직접 망나니에게 덤벼들었고. 아마 망나니와 맞붙으면서 발목을 잡고, 그러면서 퇴로를 막으려는 거였을 거야. 좋은 전술이야.
 그 둘은 치열하게…사실 그 정도도 아니었지만. 몇 번 검을 맞대던 망나니는 순식간에 뒤로 빠졌어. 그리고 말 한마디를 남기곤 눈 깜짝할 새에 도망쳤어. "남자는 관심 없어." 망나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야.

 그 뒷이야기, 듣기로는 뒤늦게 제국의 기사들이 도착했지만, 이미 일은 다 끝나버린 뒤였고, 크게 노한 귀족이 손수 호위들의 목을 치려고 했다나 뭐라나?
 응? 제국 기사들이 늦은 게 이상해? 하지만 그 마지막 범죄는 그전 범죄가 있고 몇 달은 뒤에 일어난 일이었거든. 그런 일은 한 달만 지나도 일반인은 새까맣게 잊어버려요! 그런데 몇 달이라니! 그 정도라면 담당자 말고는 다들 잊었을 테니까.


 하여튼, 망나니는 그 이후로 쭉 모습을 감췄어요. 왜 감췄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런 망나니에 관해 알려진 것이라곤 오직 이름과 목소리, 투박한 도를 쓴다는 것. 무시무시한 사람이니까, 아가씨, 꼭꼭 조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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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나니의 다른 범죄? 아가씨, 그런 거 듣는 게 취미야? 의외야! 다시 봤어! 아, 수법을 더 알고 싶어서? 진짜 잡아 보려고? 관심 가져줘서 키니 씨 정말 기뻐. 응, 그럼 아가씨 가슴만큼 큰 머리에 꼭꼭 기억해줘.
 …화내지 마….


 음, 다른 사건은…행인 습격! 이번 사건은 저녁에 일어난 일이야. 슬슬해가 져가기도 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어. 그런 시간에 느긋한 사람이라곤 끽해야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 정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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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시간이니까 모두들 얼른얼른 움직이고 있었어. 그런데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에서 지나가던, 정말 그냥 지나가던 여자를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이 튀어나왔어. 칼날은 당당하게 목을 깊숙이 뚫고 지나갔어. 머리와 몸을 떼어놓진 못했지만. …어째 그쪽이 더 징그러운 느낌인데.
 아무튼, 여자는 그대로 쓰러졌어. 역시나 대혼란이 벌어졌고, 그때는 일이 벌어진 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던지라 순찰하던 기사들이 금방 달려왔어. 기사들은 그 근방을, 골목과 이어진 곳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망나니는 역시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어. 그 어떤 사소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버린 거야.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녀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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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나니는 굉장히 빠르고 신출귀몰한 녀석이야. 아가씨, 보이는 대로 엉덩이가 무거울 것 같은데 제때 도망칠 수 있겠어? 아니, 제대로 상대를…지,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거야! 아가씨 신체 부위로 농담 좀 했다고 칼 들이대는 게 어딨어! …아, 안 그럴게! 안 그럴게요!

 으흠. 아무튼, 이번 얘기는 짧지? 참고는 됐어? 음…별로 안됐구나. 그럼 하나 더 해줄게! 참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지도 모르겠고!


 이번 사건은 말이지, 앞의 사건들과는 달라. 오밤중에 아주 은밀하게 벌어졌거든. 산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이번 망나니의 희생양은 모험가였어. 그것도 어린아이. 마계에서 온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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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갓 아라드로 내려온 꼬마 아가씨는 모든 게 낯설었어.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낯선 모든 것. 모든 걸 낯설어하던 와중에 어떤 사람이 꼬마 아가씨에게 다가갔어. "왜 그러니?" 하고 친절하게 말을 걸면서.
 "이제 막 아라드에 와서 모든 게 낯설어요." 꼬마 아가씨는 수줍게 말했어. 그 사람은 대답을 듣고 부드럽게 웃으면서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했어. 친절한 사람은 모험가였거든. 꼬마 아가씨가 보기에 어째 서글서글한 인상인 게 영 못 미덥다고 느껴졌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투박한 도를 보고 일단은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어.
 그렇게 친절한 사람은 꼬마 아가씨에게 며칠 동안 모험가로서 명심해야 할 것들과 모험가들이 평소에 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알려줬어. 간단한 의뢰도 받아 함께 해결하면서.
 그렇게 차근차근 꼬마 아가씨와 친절한 사람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어.

 그리고 어느 날, 둘은 수가 많이 불어난 산속의 몬스터를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산속으로 들어갔어. 아직 미숙한 꼬마 아가씨를, 친절한 사람은 든든하게 지켜주면서 차근차근 몬스터를 잡아갔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어느새 뉘엿뉘엿 져갈 때였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자." 친절한 사람은 말했지만, 꼬마 아가씨는 욕심이 많았어. "조금만 더요!" 고집이 참 강한 아이라서 친절한 사람은 따라줄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결국 둘은 산속에서 밤을 맞이해버린 거야. 꼬마 아가씨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늦었는걸 어떡해? 그 자리에서 노숙을 할 수밖에 없는 걸.
 친절한 사람은 그 상황에서도 꼬마 아가씨를 배려해줬어. "내가 불침번을 설 테니까 너는 푹 자두렴." 꼬마 아가씨는 친절한 사람을 믿었으니 마음 놓고 잠들었지.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꼬마 아가씨는 잠에서 깨어났어. 꼬마 아가씨가 깨어나자마자 느낀 것은 아픔이었어. 머리채가 나뭇가지에 얽혀서 묶여있었거든.
 꼬마 아가씨가 깨어난 곳은 캠핑을 한 곳이 아니었어. 그곳에는 모닥불의 불씨도, 불침번을 서준 친절한 사람도 없었어. 그저 눈앞의 투박한 도를 든 사람뿐.
 꼬마 아가씨는 얽힌 머리칼을 풀려고 노력하면서 한쪽 다리를 열심히 휘둘렀어. 하지만 그 정도론 망나니를 막을 수 없었어.

 다음 날 아침, 나무를 하러 들어간 나무꾼이 나뭇가지에 걸린 꼬마 아가씨의 참상을 발견했대. 꼬마 아가씨가 걸린 나무에 쓰인 짧은 글귀와 함께. '아담한 게 좋잖아. 안 그래?'


 …아가씨 표정이 왜 그래? …너무 잘 안다고? 키니 씨가 너무 사실적이게 말해서 그래? …헤, 키니 씨가 너무 말을 잘해서 그러는 거지? 키니 씨가 그렇게 말을 잘한다니, 처음 알았어! 완전 의외의 재능이잖아! 검은 때려치우고 이야기나 할까? 헤헤.
 …키니 씨가 사실적이게 말을 잘해서 그렇게 무서웠어? 아가씨, 은근 겁 많구나? 에이, 키니 씨는 이해해줄 수 있어. 무서우면 키니 씨 가슴에 안겨도 좋아! …왜 화내는 거야? 으, 때리지 마. 때리면 키니 씨 아파.

 아가씨, 진짜 왜 그래? …무서워? 너무 무서워하진 마. 키니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 그냥 보기만 했을 뿐이야. 진짜야. 키니 씨는 거짓말 안 해. 솔직한 사람이 취향이라면 고백해도 좋아! 받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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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이 아닌걸. 거짓말도 아닌걸. 키니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아가씨가 내 말을 믿지 않는 건 자유지만, 아까 그 말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짜야.


 그럼, 키니 씨는 이만 가볼게! 아가씨가 꼭 그 망나니를 잡을 수 있기를 빌게! 잡게 된다면 다시 만나러 와줘! 그땐 아가씨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함께 기뻐해 줄게!
 …으아아, 잘못했어요!


제 아라드 월드의 도검신 키니씨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인기없는 글쟁이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옮기기위해 왔습니다.

전 사실 글에 그림넣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한 번 넣어봤습니다.
사실 첫번째 이야기에도 그림이 있었는데, 영 맘에 드는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서...

오늘의 아라드 월드는, ㅎㅎㅎ

그럼, 즐겁게 읽으셨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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